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고양이들의 나라 (2)
    Sylphid 4th/The Land of the Cats 2022. 1. 4. 03:16



    이번 이야기는 아래 이야기의 속편에 해당되는 글입니다.

     

    [단편] 고양이들의 나라

    그간 머릿속에 그리고만 있었던 이야기예요, 잊어버리기 전에 대방출 시간 가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 좀 이상한 단어들이 보일 텐데요, 제가 구상한 인공어들입니다, 기존의 인류를 대신한 존

    lysie.tistory.com

     

    요정의 영약이 섞인 샘물을 마시고 인간 소녀의 모습처럼 변해 버린 고양이들이 자신들의 나라를 떠나간 이후, 샘물을 마시지 않은 고양이들이 고양이 나라를 차지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요.

     

    경고 : 애묘인 여러분들께는 심각하게 충격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더보기

    남겨진 자들 (Ngorata Monora)

    어느 날, 고양이 나라 (Nyakorano Kni-냐코라노 크니-) 의 수도라 할 수 있는 고양이의 성지 (Nyakorano Hijrizucu-냐코라노 히즈리즈츠), 그 중심에 위치한 하얀 고양이 신의 샘물에 요정의 정기가 섞였고, 샘물을 마신 성지 부근의, 그리고 샘을 마신 고양이들이 신족이 되어 떠났다는 소문을 듣고서, 고양이 나라의 샘물을 마신 수많은 고양이들은 인간 소녀와 닮은 형상의 고양이 요정이 되어 고양이 나라를 떠나갔다. 그렇게 고양이 성지, 그리고 고양이 나라의 거의 모든 고양이들이 인간처럼 변해 떠나갔지만, 모든 고양이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떠나간 것은 아니었다. 일부 고양이들은 성지의 샘에 석연찮은 일이 일어났음을 알아차리고 신의 샘물을 마시는 것을 거부하였으며, 이후 이들은 고양이의 모습을 유지한 채로 고양이 나라와 성지를 차지했다.

    떠나간 자들과 남은 자들, 그들의 외견은 서로 크게 달라졌지만, 이들이 고양이 종족에서 유래되었음은 분명했기에, 고양이 요정족은 그들을 '남겨진 자들 (Ngota Monora-노타(응오타) 모노라-)' 이라 칭하고, 자신들, 고양이 요정 종족을 '떠나간 자들 (Tabita Monora-타비타 모노라-)' 라 칭하면서 지속적으로 '남겨진 자들' 이 '떠나간 자들' 과 동족으로서 받아들이려 하였다. 그러나 고양이 나라에 남은 고양이들은 고양이 요정족을 더 이상 자신의 종족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들이 '나약하고', '불결한' 인간의 모습을 닮아 '타락한' 종족이 되었다는 이유를 가지며, 그들을 '타락한 자들 (Otyuta Monora-오튜타 모노라-)' 이라 칭하고, 나라와 성지에 남아 고양이의 외모 그리고 풍습을 지켰다며, 자신들을 '순수한 자들 (Snavala Monora-스나발라 모노라-)' 이라 칭하니, 무의미한 호소와 설득이 더 이상 소용 없음을 결국 고양이 요정족 역시 깨닫고, 그들을 동족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렇게 고양이 나라의 고양이들이란 같은 조상을 가진 종족들은 그렇게 서로 갈라서고 말았다.

    한 동안 고양이 나라에 사는 고양이들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언제나 때마다 많은 아이들이 태어났으며, 그들 중에서 많은 이들이 죽었고, 살아남은 이들이 고양이 나라의 주역으로 삶을 이어가기 시작하는 성상들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그들의 일상에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고양이 나라에서 그들의 식량이 될 만한 동물들이 점차 없어져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지나친 사냥으로 인해 많은 동물들이 무의미하게 죽었고, 아예 고양이 나라에서 대가 끊어져 사라진 동물들까지 생겨나면서 그들이 사냥해서 식량으로 삼을 개체들이 급감해버린 것이었다. 해마다 고양이들은 사냥을 위해 더욱 먼 곳까지 나아가야 했고, 고양이들의 사냥 영역이 넓어짐에 따라 서로의 영역이 겹치는 현상도 심해져 갔다. 수코양이들 간의 싸움도 그에 따라 더욱 잦아지고, 더욱 격화되어 갔다.

    이러한 와중에 원조 식량이 도착했다. 고양이 나라에 남은 고양이들의 사정이 열악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고양이 요정들이 타지에서 일하면서 번 돈을 모아가며 식량을 원조해 준 것이었다. 고양이들 중에는 '미천한' 이들에게 아양을 떨어가며 얻은 '쓰레기 같은' 것들을 받아먹을 수 없다며 분노했지만 대다수의 배고픔에 주린 고양이들은 동족 출신의 요정들이 건네 준 식량을 적극적으로 받아갔다. 비록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라 여기었지만 식량을 얻기 힘들어지는 세상에 그 만한 축복은 없었다. 이러한 식량 원조에 고양이 나라의 고양이들은 고맙다는 답례를 보내 주었고, 이후에 고양이 요정들은 새로운 문물 기술을 통해 만들어낸 각종 놀이 기구들을 그들에게 보내 주기도 했다. 이러한 문물 전파를 통해 '떠난 자들' 과 '남겨진 자들' 간의 간극은 점차 좁아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러한 두 종족 간의 관계도 오래가지 못했다.

    어떤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 나라 출신이 아닌, 아르데이스 (Ardeis) 성계의 드벨파 (Dvelfa) 인에게서 키워진 암코양이였던 이로서 그 이름을 '바스타체 (Bastatché la Nouvelle Reine Argent, Atrasi Giyipirono Enyakimi Nari Bastace-아트라시 기이피로노 에냐키미 나리 바스타체)' 라 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고양이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종족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었으며, 자신이 사는 집의 드벨파 인들이 자신의 '언어' 를 알아듣지 못함에 대한 불만이 매우 컸다. 또한 집의 동거인이 자신이 낳은 아이를 잔혹하게 죽여버리는 광경에 크나큰 분노를 품고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집 주인인 드벨파 인의 보살핌을 받아가며 그 집에서의 삶을 이어가던 어느 날, 드벨파 열병 (Dvelfais Fevërsick) 이라는 전염병이 드벨파 세계에 전파되어가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이들의 삶이 어려움에 처하기 시작하고, 집 주인 역시 밖으로 잘 나가려 하지 않게 되자, 그들의 '연약함' 과 '나약함' 에 대한 경멸을 하면서 그들의 곁을 떠나 '나약하고 어리석은' 인류 (L'Humanité) 와 인간성에 의존하지 않는, 역병에도 강인한 고양이들, 묘류 (La Felinité) 의 나라를 건국하고픈 소망을 갖게 되었다.

    모종의 사건에 의한 혼란을 틈타 그리고 어떤 지혜로운 고양이인 하얀 털의 피에르(Pierre de Crinère Blanche, Syragheno Piyeru-쉬라게노 피예르-) 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살던 집을 탈출한 바스타체는 그의 인도를 받아 '고양이들의 이상향 (Paradise des Chats)' 이라 칭해진 곳을 찾아 그들의 동료들과 함께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피에르가 운용하는 우주선을 타고 곳곳을 방황하다가 마침내 '고양이들의 나라' 라 칭해진 나라가 있는 성계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 곳이 바로 피에르가 언급했던 '고양이들의 이상향' 이었던 것이었다.


    피에르가 남긴 과거의 기록을 통해 바스타체는 수많은 고양이들이 숲으로 가득한 이상향에서 이상적인 삶을 이어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예상보다 고양이들의 수는 더욱 적었고, 환경은 자신의 예상보다도 더욱 열악했다. 그럼에도 그는 오히려 자신의 뜻으로 고양이들의 천국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여기고, 자신이 고양이들의 구원자 (Sauveur des Chats, Nyakorano Shumono-냐코라노 스흐모노-) 임을 자처하면서 자신을 섬기는 것으로 고양이 나라의 고양이들이 인간 그리고 인간의 모습을 한 자들의 도움 없이도 풍족하고 고귀한 삶을 살 수 있는 이상적인 나라를 건설하겠음을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낯선 곳에서 온 고양이라고 하였지만, 그간 원조 없이는 험악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고양이 나라의 백성들은 자신들의 눈앞에 자리잡은 전설과도 같은 은빛 시대 (Giyipirono Tokiyo-기이피로노 토키요) 를 다스린 전설의 여왕을 닮은 은빛 털을 가진 암코양이를 보면서 그를 전설적인 시대의 여왕의 환생으로 여기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그가 신을 잃고 방황하던 고양이들을 인도했던 전설의 여왕처럼 불우함에 빠진 고양이 나라를 구원해 줄 것이라 믿기 시작했다. 이러한 믿음에 힘입어 바스타체는 고양이들의 여왕이 되었다.

    - - -

    새로운 은빛의 여왕 (La Nouvelle Reine Argent, Atrasi Giyipirono Enyakimi)

    바스타체가 처음 여왕으로 등극하면서 했던 일은 바로 그들이 인간과 닮은 고양이 요정족의 원조를 받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 원조를 끊어버린 것, 그리고 아무리 동족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은 '나약하고 어리석은' 인간의 특성을 받아들인 타락한 자들이라고 고양이 요정족에 대해 칭하고서 그들의 원조는 어떤 경우에도 받지 말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고양이 요정족이 원조를 해 왔을 때, 여왕 바스타체는 그들이 가져온 식량과 물품을 모조리 불태우고 그들에게 살해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써 그 뜻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돈을 들여가며 물건을 내 주고 모욕으로 답례를 받은 고양이 요정족은 이것에 대해 크게 분노했으며, 이후로 고양이 나라에 대한 원조를 끊어 버리고, 고양이 나라를 적성 국가로 삼기로 결심했다.

    이후, 인간에 의지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바스타체는 의아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드벨파 열병의 범유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아르데이스의 드벨파 인들과 그들과 공존하며 살고 있던 기계 생명체들, 그리고 먀미아 (Myamia) 라 칭해진 성계의 늑대 종족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었다, 전염병 유행으로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던 이들, 그리고 먀미아의 원시적 삶을 살아가던 늑대 인들에게 풍족한 삶의 기회를 주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의외로 수많은 이들이 각자의 고향 성계에서 고양이 나라로 들어왔다, 자연의 있는 그대로인 상태로 보존된 (것처럼 보이는) 고양이 나라를 병마와 재해, 고난이 없는 평화로운 신 개척지로서 여기며 들어온 것이었다. 고양이 종족 선주민들이 이러한 여왕의 행보에 바로 불만을 품기 시작했지만 여왕은 그들의 불만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수많은 드벨파, 늑대 족, 기계 족이 들어와 고양이 나라가 고양이 나라가 되지 않을 지경에 이르고, 새 이주민들이 고양이 종족에게 닿지 못한 새로운 개척지를 개척해 고양이 종족의 생활 영역까지 늘려준 이후, 바스타체는 다시 한 번 정식으로 즉위식을 갖고, 고양이 나라라 칭해진 나라를 새롭게 개명했다, 고양이 나라의 정식 명칭은 '위대한 묘류의 제국 (Ghokila Kedicikino Mukadokni-고킬라 케디치키노 므카도크니-)' 이 되었다.

    이후, 여제 (Smeragi-스메라기-) 가 된 바스타체는 새로운 정책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 주된 것들로는 제국의 신민은 4 개의 신분으로 구분되며, 신분에 따라 차별된 생활 방식을 갖게 된다는 것이었다. 신분은 종족에 따라 구분이 되며, 최고 신분은 '묘류' 라 칭해진 고양이 종족이었으며, 2 등 신분은 늑대, 사자, 소 종족 등의 동물 종족이었다. 그리고 3 등 신분은 기계 류였으며, 털이 없어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며 병마에 취약한 '실험실의 생쥐' 와도 같은 인류와 설치류를 비롯한 야생 동물들은 최하층 신분에 배정이 되었다. 고양이 요정족은-비록 그들이 오는 경우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고양이 종족이 선조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받아들였다하여 최하층 신분이 배정되었다.

    가장 높은 신분에 있는 묘류는 제국의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귀족 계급이자 전사 계급으로 군, 경, 관직이나 의원직은 묘류의 전유물이었다. 생업은 하등 계층의 종족들에게 전부 맡기고, 묘류는 오직 나랏일과 사냥, 싸움에 전념하였으며, 설령 그들이 사냥을 한다고 하층 신분의 (2, 3 등 신분도 예외는 없었다) 생명을 죽인다고 하더라도 죄를 묻지 않았다. 하층 신분이 생산한 모든 식량을 비롯한 물품들의 소유권은 묘류에게 우선적으로 주어졌다.

    바스타체 여제는 예로부터 '겁이 없고 강인한' 고양이들이 모든 것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믿었고, 인간에 가까울 수록 천박한 존재라 믿었다. 그래서 그가 나라의 통치자가 되면서 이러한 신분 사회를 만든 것이었다. 또한, 하층 신분으로 자리잡을 이들을 다수 들여오고, 사냥이 힘들어지면서 궁핍한 삶을 이어가던 고양이 종족을 묘류라 칭하고 그들을 귀족 계급의 위로 올리면서 하층 신분에 배정된 종족들로부터 이익과 먹을 것을 제공 받으며,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한다는 의도도 있었다. 더 나아가, 사냥 본능에 굶주린 고양이 종족이 하층 신분의 종족들을 사냥해도 죄를 묻지 않도록 함으로써 그들의 사냥 본능을 충족시키려 하기도 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인류, 기계류 그리고 동물들은 계속 태어날 것이며, 그것은 곧 묘류의 사냥감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임을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그와 더불어 바스타체는 '동물 영역 법' 이라는 법안을 발표하여, 모든 동물들에게 자신의 영역을 갖고 활동할 것을 의무화하였으며, 이유를 불문하고 영역을 오랫동안 벗어나는 동물들은 해당 영역을 상실하도록 하여 동물들이 영역을 충실히 지키도록 하였다. 어떤 사유에서든 영역을 오랫동안 벗어나 있는 동물들은 영역을 잃으며, 그 영역은 공백지가 되어 먼저 차지한 동물의 것이 되며, 영역 내의 모든 것들은 영역을 차지한 동물의 것이 된다는 법이었다.

    신분에 따르는 직업도 정해졌다. 공무, 사무직군 일체는 제 2 신분 이상인 동물들에게만 허락되었으며, 제 3, 4 신분인 기계류, 인류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온갖 육체 노동, 심지어 폐지, 쓰레기 수집 등의 직업마저도 기계류인 제 3 신분 이상에게만 기회가 열려 있어서 제 4 신분인 인류에게는 그것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제국의 최하 계급이라 할 수 있었던 제 4 계급인 인류에게 허락된 직업은 단 한 가지였다. 고양이들의 시중을 드는 것, 그리고 고양이 집에서의 온갖 잡일들이었다. 고양이 집에서 일하는 '인간'-드벨파 인-들에게는 사실상 자유는 물론 여가 활동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책을 읽거나 하면 고양이들이 와서 방해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으며, 자거나 쉬는 와중에 고양이들이 놀아달라고 부탁을 하면 무조건 부탁을 들어줘야 했다. 그 부탁을 거절했다가 고발당하면 무조건 처형당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인간은 자신들만의 영역을 가지고 영역 내에 거주할 수 있었으나, 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여행으로 오랜 시간 동안 집을 비우면 그 영역은 공백지가 되어 고양이들에게 점거당했으며, 재산을 잃은 가족들은 흩어져 고양이들에게 귀속되었다.
    - 때로는 이런 일도 있었다. 인간들이 무리지어 모이는 거주지가 있었다. 해당 거주지에서는 인간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여러 일거리로 돈을 모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 사실을 알아차린 고양이들이 연수를 보낸다고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가 공백지가 된 영역들을 고양이들이 전부 차지해 버린 사건이었다. 해당 사건 이후, 인간들은 구원을 호소했지만 은빛 여제 바스타체의 뜻에 의해 고양이들이 우선시되도록 정해진 법에 의해 그들의 호소는 무시되었고, 그들은 각자의 거주지에서 추방당해 고양이들에게 귀속당하고 말았다.

    이런 일들은 제국 영토에서는 어디에서든 일어났으며, 이런 식으로 바스타체 여제 휘하의 고양이들은 드벨파 인들과 수인들, 기계들의 거주지를 동물 영역 법과 모략을 이용해 하나둘씩 빼앗아 자신들과 자신들에 의해 태어나는 아기 고양이들에게 주었다. 매년마다 수없이 태어나는 아기 고양이들을 위한 영역을 바스타체 여제는 선진 문물과 자신의 노력으로 개척한 인류, 기계, 수인들의 땅을 빼앗아 충족시켰던 것이었다.
    - 고명한 교수 출신으로 전염병을 피해 도망 온 어떤 남자는 강의가 있다고 해서 불려갔다가 자신의 거주지를 잃었으며, 이 거주지는 바스타체 여제의 어떤 왕자에 귀속되었다. 이후, 교수는 자신의 학식, 식견에 상관 없이 어떤 고양이 집안의 식모 살이를 하게 되었다.

    또한, 인류를 비롯한 하위 신분의 존재들은 재산, 거주지에 대한 위협뿐만이 아니라 생명의 위협도 겪고 있었으니, 바스타체의 통치 하에 의문사를 당한 드벨파 인, 수인, 기계들이 수없이 목격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제국 신민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이라 심각하게 바라봐야 함이 마땅했으나, 제국의 고위직을 차지한 고양이들 중에 이를 심각하게 여기는 이들은 없었다. 고양이들이 자신들의 사냥 본능을 충족시키고자 그들을 아무 이유 없이 습격해 죽인 것이었다. 그들은 식량이 풍족해 굶주리지 않아도 사냥을 했다, 본능을 충족시켜야 했고, 이를 외세에 대비하는 전투력 확보라는 미명 하에 여제와 제국이 사실상 묵인하였던 것이다.

    기계나 인류는 질병, 고장 등의 피해를 입어도 의학, 공학적인 보호, 지원을 받지 못했다. 아니, 그들의 기술력으로 할 수 없었다는 의견도 있다. 의학, 공학 기술로 살릴 수 있는 이들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그것에 대한 항의가 빗발쳤지만 고양이들은 이 한 마디로 모든 상황을 무마하려 하였다.

    > 죽으면 또 낳으면 된다.

    다만, 인류 중에는 특별한 대우를 받는 이들이 있었다. '집사' 라 칭해지는 이들로 고양이들을 정성들여 돌보고 관리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이들은 본래 최하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들에 의해 특별 대우를 받았고, 국가에 대한 발언권도 가질 수 있었다. 후술하게 될 저항 조직을 감시하는 역할도 그들에게 있었으니, 이들에게는 '집사 계급' 이라는 특별 계급이 부여되었다.

    - - -

    모래 위의 카드 성 (Sna Vue Hdasyro)

    전염병 등의 재난을 피해 새로운 개척지를 개척하려 한 이들의 재산을 속여 갈취하고 이들을 착취해서 고양이들의 안위를 보장하는 은빛 여제의 행위를 다른 나라에서는 결코 좌시하지 않았다. 아르데이스 성계의 드벨파, 엘베 족은 동족을 해치는 고양이들의 행위에 대한 보복을 시사하는 위협을 가했고, 기계 생명체 조직에서도 용서할 수 없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에 고양이 여제 바스타체는 이들의 발언을 철저히 무시했다, 나약한 자들은 말만 앞선다는 것이었다. 이후, 일부 고양이들이 엘베, 드벨파 족은 높은 기술력을 앞세우고 있으며, 기계 종족의 전투력은 강인함을 주장하며 그들의 위협에 대비해야 함을 토로했지만 여제와 대신들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한편, 동족이었던 고양이 요정들 중에서 전문가들 역시 다른 종족의 노력으로 얻은 산물을 빼앗아 주린 고양이들의 배를 치우고, 그들의 목숨으로 고양이들의 사냥 본능을 충족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라 말했으며, 이런 체제가 계속될 경우, 제국의 운명은 30 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 경고했다. 더 나아가, 사냥 본능을 비롯한 각종 본능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에는 통제되지 못한 본능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여제의 반응은 이러하였다 :

    > 아무것도 모르는 나약한 인간의 탈을 쓴 자들이 뭘 아는 척을 한다고 그런 말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인간이 아닌, 드높은 사냥꾼이자 전사의 종족이다. 우리는 우리의 앞 일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의 본능은 적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강인함의 원동력이다. 이러한 본능이 없으면 우리는 저 나약한 인간과 다르지 않다. 그 본능을 충족시킴으로써 우리는 우리를 지키는 힘을 얻는 것이다.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 것이라면 나와 직접 대면해 보라, 너희들이 내뱉은 말의 대가를 우리의 주먹과 손톱으로 보여줄 것이다.

    한편, 고양이들의 탐욕과 핍박에 지친 인간들과 기계들은 고양이들의 지배 하에서 탈출해 지하에 숨어 들었으며, 지하에 저항 조직을 꾸미고 그들만의 세계를 건설했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것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니, 관심을 둘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제국의 고양이들은 어둠을 좋아했지만 지하는 무섭다고 싫어했다. 그들에 대한 감시는 오롯이 기계들과 집사 계급에게만 주어졌다. 기계들은 머지 않아 저항 조직의 편으로 돌아섰으며, 집사 계급의 인간들은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했다.

    기계들이 고양이들을 위해 만들었던 무기들이 그들에게 주어져, 어느새 하나의 소국을 무너뜨릴 수 있고도 남을 정도의 최신 무기들이 갖추어 졌으며, 제국의 수많은 기밀 정보들이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무기들이 지하 조직에 들어간 것은 기계들로부터 지급 받은 최신예 무기들 및 전투 병기들을 비싼 값에 팔아넘겨 고급 간식을 먹으려 한 고양이 관리들의 탐욕 때문이었으며, 제국군의 정보가 넘어간 것은 군 내부의 투쟁에서 패배하고 도태한 이들이 자포자기식으로 그들에게 정보를 넘겨 주었기 때문이었다.

    고양이들은 공무직이든 사무직이든 간에 힘의 순서에 따라 직위를 배정 받았고, 더 높은, 더 좋은 직위를 얻기 위한 투쟁을 이어갔다. 공무직에서는 의원들, 관리들은 사소한 계기만으로도 자신들의 일은 놓아두고, 더 높은 관직을 차지하기 위한 이른 바, '캣 파이트' 라 칭해지는 결투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러한 행태는 사무에도 이어져 회사 내의 직위를 놓고, 직원들이 서로가 서로의 적이 되어 피 튀기는 싸움을 이어갔다. 공무직에서는 공무 집행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무직에서는 기본적인 업무조차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 한 번씩 나타났다.

    최고 서열에 이른 고양이들은 고급 간식의 욕망에 사로 잡혔고, 최고급 식재료와 고급 간식을 위해 나랏돈을 허투루 쓰는 것은 물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제조된 무기, 병기군을 팔아넘기는 행위도 서슴지 않게 행했다. 그 주요 판매 대상은 그들의 적성 세력이 될 수 있는 엘베, 드벨파 족, 그리고 심지어는 저항군들이 모인 지하 조직도 있었다.

    한편 서열 경쟁에서 패배하고 최하 직종까지 밀려난 이들은 자신들의 분노와 한을 풀기 위해 탐욕스러운 승자들을 파멸시킬 수 있는 힘에 의지하려 하였다, 설령 그것이 자신들의 적이자 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는 존재들이었음에도. 수많은 기밀 정보들이 그들에 의해 아르데이스 성계의 존재들-인류의 후계자들-과 기계 조직, 저항군 조직에 넘겨졌다. 저항군 조직은 탐욕스러운 승자들에게서 최신예 무기를 받고, 한을 품은 패자들로부터 제국의 각종 정보들을 건네 받으며, 그들의 힘을 키워 나갔지만, 여제부터 말단 관리까지 이런 일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 실무직에는 제 2 신분의 존재들이 있다고 하지만, 그들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실무직에는 동물들이 주로 나서고 있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글을 깨치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였고, 문맹이냐 아니냐에 따라 간부직 여부가 결정될 정도였다.

    이러한 상황에 일반 주민들까지 문제를 일으켰으니, 그들은 자신들의 영역만 안전하면 나랏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고양이들은 중앙 정부에서 내리는 명령들을 듣는 둥, 마는 둥했다. 이들조차도 영역 문제 등의 사소한 문제로 인해, 심지어는 심심하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싸움을 이어가다가 다치고 영역에서 쫓겨나는 일을 거듭했다. 그리고 싸움에 의해 피해를 입거나 영역에서 쫓겨난 고양이들 중 일부 역시 복수를 위해 적성 세력과도 결탁하려 하고 있었다.

    군대도 창설되었지만 군대에서는 훈련은 고사하고 장병들 사이에서 걸핏하면 싸움이 일어나 수많은 고양이들이 다치곤 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온 고양이들은 일단 서로 단결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단결력은 카드로 쌓은 성과도 같았으며, 최신예 무기가 지급되었지만 고양이 싸움만 거듭하느라 무기 숙련을 위한 훈련은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제대로 다루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도 의심스러운 상태였다.
    - 병 기본 훈련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고양이들 간의 싸움이 발생하기만 하면 기본 훈련 자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고양이들 간의 투쟁, 싸움은 나라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재앙의 요인을 키워내고 있었다.

    - - -

    욕심이 부른 참화 (Hursuno Itamavazpa)

    여러모로 위태로운 제국이었지만 그럼에도 나라는 그럭저럭 안정되는 듯해 보였다. 바스타체 여제가 고양이들을 통제하는 능력을 어느 정도는 발휘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제국 창설 6 년만에 바스타체는 임종을 맞게 되었다. 제국을 창설할 당시에는 늘씬하고 당당한 암코양이였던 바스타체는 장막 안에 머무르며 모습을 감추고 있는 동안 수많은 아이를 낳고, 기름진 간식을 폭식하느라 어느새 뚱뚱해져 있었다. 자식들도 모친과 다르지 않아 대다수가 과체중이었다.

    바스타체는 이들 중에서 장남이었던 요시타카 (Yosyitaka) 를 후계자로 선정했다. 자식들 중에서 그래도 가장 무골로서, 자신의 뜻을 가장 잘 이어갈 수 있는 이라 여기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바스타체 사후, 요시타카 그리고 그의 동생 요시히키 (Yosyihiki) 와 요시나하 (Yosyinaha) 는 석연찮은 이유로 사고사를 당하고 말았으니, 그 배경에 황제를 앞세워 권력을 독차지하려는 대신들의 속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결국 대신들의 뜻대로 제위는 바스타체의 자식들 중에서 가장 나약하고 분리불안 증세가 심했던 막내 요시미네 (Yosyimine) 가 이어 받게 되었다.

    분리불안 증세가 심했던 요시미네는 늘 대신들에게 의지하며 살았으며, 그들의 뜻이라면 무엇이라도 들어주었다. 하지만 사실상의 실권을 잡은 대신들도 탐욕스럽고 포악하기는 매한가지라 제국은 더욱 불안에 빠지게 되었다. 카리스마로 세상을 통치한 바스타체가 죽고, 분리불안증인 황자가 황제가 되었으며, 대신들은 탐욕스럽기만 할 뿐, 힘이라고는 없었던지라 신민들의 불만은 커져갔고, 그 와중에 지하에 숨어있던 저항 조직이 드디어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드디어 제국이 잉태하고 있던 가장 큰 재앙이 폭발하고 만 것이었다.
    - 이미 바스타체의 재위 말기에 문란한 치안과 통제되지 않는 지하 세계로 인해 하등 신분의 수인, 드벨파 인, 기계인들 중 대다수가 저항군의 지하 세계로 도피하거나, 저항군의 도움을 받아 동족들의 고향으로 피난한 상태였고, 경제 기반은 하등 신분의 존재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었기에 그로 인해 경제 기반은 이미 파탄난 상황이었다. 고양이들 중 상당수가 바스타체 즉위 이전 때처럼 다시 멀리까지 사냥을 나가 식량을 마련하게 되었을 정도였지만 고양이 요정족의 경제 원조는 기대할 수 없었던지라 바스타체에 대한 불만은 이미 커져 있었다.

    반란의 계기는 사소한 사건이었다. 고양이에게 핍박을 받고 생명을 위협받았던 어떤 인간이 고양이 일가를 몰살한 사건으로 인간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소용 없었고, 그 인간은 결국 고양이들이 기르던 맹수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그 사건을 계기로 그간 고양이들의 만행에 숨죽이던 동물들, 기계, 인류의 분노가 폭발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고, 그것이 지하에서 혁명을 꿈꾸던 반란 조직에 닿아 지하 혁명군이 그 움직임에 호응하는 듯이 크게 일어났다. 반란의 힘을 평화적으로 수습할 수 없게 되었지만, 애초에 고양이들은 그렇게 할 여력도 의지도 없었다.

    반란은 국가 내부의 반란으로 그치지 않았으며, 동족들의 저항에 호응하여 아르데이스를 비롯한 각지에서 활동하던 고양이 요정들, 인간의 후예를 자처한 엘베, 드벨파 족 그리고 기계 생명체 연합이 거대한 연합군을 이루니, 고양이 종족은 내외에서 크게 덮쳐오는 적의 힘과 맞설 운명에 놓이고 말았다.

    Ενωμένοι στεκόμαστε διαιρεμένοι πέφτουμε.
    (에노메니 스테코마스테 디에레메니 페프투메)
    모이면 버티지만, 나눠지면 쓰러진다.
    - 이솝 우화

    고양이 제국의 영토는 하루가 멀다하고 속속들이 저항군과 연합군의 수중에 들어갔으며, 저항군, 연합군의 수중에 넘어간 영토의 인류, 기계, 수인들은 모두 해방되었다. 대다수의 고양이 장병들은 도망치기에 바빴으며,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힘써 싸운 고양이들도 있었지만 서로 단결하지 못한 고양이들은 합심해서 침공해 오는 저항군과 연합군에 의해 각개격파 당하여 겨우 2 일만에 고양이 제국의 영토는 황도 '바스타체노먀코 (Bastacenomyako)' 주변 일대만 남을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와중에 바스타체가 황도 바스타체노먀코 건설과 함께 절치부심해서 양성했던 친위군의 위상은 드높았다. 첨단 기술과 단결력을 믿고 고양이들을 학살하던 연합군을 필사적으로 저지했던 것으로 그들의 정신력에 대해서는 연합군과 저항군의 수장들마저 감탄했을 정도였다. 이들은 3 일 가량을 버텼고, 그 동안 황도와 성지의 백성들은 그들의 활약에 의해 어느 정도는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었다.

    가려서 해치고,
    가려서 사냥하고,
    가려서 죽여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
    - 신성 고양이 기사단 강령.

    그러나 이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친 연합군은 고양이 요정들 출신의 신성 고양이 기사단 (Ordine dei Santi Gatti, Hijrila Nyakosyevaliyera-히즈릴라 냐코셰발리예라-) 을 끌어오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고양이들의 저항도 끝장나 버리고 말았다, 10 여 기사들에 의해 수천에 이르는 부대원들을 거느린 고양이 최고 전투 부대가 궤멸당하고, 150 여에 이르렀던 최고의 고양이 전사들이 무참히 도륙된 것이다.

    그들 중에서 일개 전투원으로서 참전한 기사 '루나미아 (Lunamia)' 의 활약이 지대했으니, 그들에 의해 죽은 전투원들의 수가 전체의 1/4 에 달할 지경이었다. 이외에도 마법사 '리아냐 (Liagnia)' 에 의해 기사들이 결코 죽지 않을 정도의 활약을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 이들은 고양이 특유의 본능을 철저히 절제하는 삶을 이어갔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전투력은 본능을 충실히 이행하고 산 고양이 전투원들의 그것을 압도했다. 본능을 절제하고 체력, 체술과 무기 숙련 훈련을 거듭한 결과였을 것이다.

    황도 바스타체노먀코의 고양이들은 각지에서 몰려오는 영토 함락 소식에 이제 황제와 황가, 더 나아가 초대 황제인 바스타체에게 분노를 퍼붓기 시작했다. 성난 고양이들이 단체로 바스타체의 무덤으로 몰려가 무덤을 파헤치려 한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일어났다, 바스타체와 황가를 지지하는 이들이 그들과 맞섰고, 그렇게 동족들끼리 혈전이 일어난 것이었다. 이 싸움으로 수많은 고양이들이 피를 흘리고 죽어갔으니, 그 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 여파는 황도 전역에까지 이르러 사제, 민간인의 구분도 없었고, 노묘, 아기 고양이 가릴 것 없이 수많은 고양이들이 이 싸움에서 몰살당할 지경에 이르렀다. 신성 고양이 기사단과 연합군이 오기도 전에 황도는 이미 황폐해지고 있었다.

    황제는 그간 관심 밖이었던 성지 시로냐코노자시로 (Syronyakonojasyro) 로 도망쳤다, 하얀 고양이 신상으로 나아가 신의 힘이라도 빌어보려 하였을 것이다. 잡히면 고통스럽게 죽을 것을 두려워한 황제는 오랜 시간 동안 하얀 고양이 상 앞에서 주신인 하얀 고양이에게 자신의 목숨을 구할 것을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결국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신의 자상한, 그리고 아름다운 목소리에 황제는 용기를 얻는 듯해 보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것은 진짜 신이 아닌 신성 고양이 부대 전속 마법사인 리아냐의 목소리였고, 그와 동행해서 그의 뒤에 숨어있던 루나미아에 의해 결국 황제는 사로잡히고 말았다.

    - - -

    마지막 저항 (Supela Direnci)

    성지 시로냐코노자시로가 함락당하고 황제가 사로잡혔지만 아직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황제가 떠나간 바스타체노먀코의 황궁 (Smeragimya-스메라기먀-) 을 한 무리의 장성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량배들, 집사 계급, 그리고 고양이들을 지지하는 기계 병기들까지 있는대로 끌어모아 장성들은 황궁을 저항의 무대로 삼았다. 저항군은 황제를 인질로 삼았지만 이미 그들은 황제를 버리기로 작정한지라 협상은 불발되었고, 결국 연합군이 황궁으로 들어오면서 전투는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신성 고양이 기사단의 활약이 이어졌다. 최선을 다해 저항을 이어가던 이들이 그들의 빛나는 창검에 하나둘씩 쓰러져 갔고, 장성들 역시 그들과 운명을 같이 했다. 기계와 집사들은 끝내 항복했지만 저항하던 고양이들은 모두 황궁 내부까지 들어가 저항하다가 결국 전원 옥쇄했다. 그들 중 일부는 황궁에 불을 질러 적들까지 불길에 휩싸이게 하려 하였지만 리아냐가 황궁에 들어온 모든 이들을 황궁 밖으로 전이시키는 마법을 선보이며 마지막 저항마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불길에 휩싸인 황궁을 비롯한 황도의 주요 건물들은 엘베 족이 가져온 격멸포 (Burster Cannon) 에 의해 폭파되고 도시는 함락되었다. 그렇게 전쟁은 막을 내렸다.

    - - -

    그 후 (Sare Hato)

    황궁은 폭파된 이후에도 3 일 내내 타올랐다. 그래서 황궁을 놓아두고 점령군은 황폐해진 황도에서 황도에 남은 고양이들을 포로로 잡는 한편, 자기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수거해가기 시작했으며, 불필요한 건축물들에는 불을 질렀다. 황궁이 타오르는 동안 약탈이 지속되어 황궁의 불이 꺼질 무렵에는 황도는 그야말로 텅 빈 폐허나 다를 바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이들은 고양이들에게 그간 당한 핍박에 대한 불의 복수를 하려는 듯이 철저하게 황도의 곳곳에 불을 질렀다.

    성지에 있던 하얀 고양이 상은 신성 고양이 기사단과 고양이 요정들이 가져가 버렸다. 어디로 가져갔는지는 이제 알 길이 없다. 성지에 세워진 건축물들은 샘물 앞에 있던 낡은 집을 제외하고는 전부 파괴, 철거되어 폐허가 되었다. 그와 더불어 성지 근처에 있던 바스타체 여제의 묘에는 대량의 폭탄이 설치되어 기폭과 함께 묘는 결국 폭파되어 버렸다. 유해는 폭발과 함께 유실되어 바스타체는 묻힌 곳마저 잃고 말았다.


    이 전쟁으로 신성 고양이 기사단, 특히 전공이 가장 컸던 루나미아와 리아냐가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후, 신성 고양이 기사단이 해산한 이후, 루나미아는 에즈리스 (Ezris) 의 아바레 (Avare) 로 나아가 그 곳에서 여생을 보냈으며, 리아냐는 이전에도 그러하였던 것처럼 한 동안 여러 행성계를 오가는 여행자로서의 삶을 이어갔다가 아바레로 갔다. 루나미아, 리아냐는 아바레 출신으로 소꿉 친구 사이였다고 전해진다.

    포로가 된 군인, 관리, 대신, 신민들은 황태자와 그 형제들을 제외한 아기 고양이들 그리고 노묘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감옥 우주선에 줄줄이 묶인 채로 실려 드벨파 족이 운영하고 있던 감옥섬으로 보내졌다. 감옥섬에 신설된 묘족 수용소에 단체로 수감되어 그 곳에서 여생을 보내게 된 것이었다. 황족들도 암코양이들을 제외한 모두가 예외 없이-어린 황태자와 그 형제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감옥 우주선에 실려 묘족 수용소로 보내졌다. 묘류를 자칭한 고양이 종족에 의해 가장 크게 핍박을 받은 드벨파 족에 의해 종족의 일원들이 넘어가도록 함으로써 그 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함이 그 목적이었다고 한다.
    - 고양이 제국에 관한 수많은 기록들도 말살되었다. 다만, 제국의 악행에 관한 기록들은 거의 그대로 남았다. 이를 두고 '역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로구나' 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 고양이 종족이 자행한 만행이 만인을 보통 경악, 분노케 한 것이 아니었던지라 이러한 발언은 결국 묻혔다.
    - 묘족 수용소에 갇힌 고양이들의 참담하기 이를데 없는 실상에 그들의 적이었던 신성 고양이 기사단 출신을 비롯한 여러 고양이 요정들마저도 드벨파 족의 만행에 대한 항의 의사를 드러냈지만, 고양이 나라의 고양이 종족에 대한 드벨파 족의 분노가 너무나 커 그들을 어찌할 수 없었다고 한다.
    - 집사 계급으로 살았던 드벨파 인들은 대다수가 반역죄로 처형되거나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가석방된 이들도 있기는 하나,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나를 쓰러지게 할 자신과 각오가 있다면 언제든지 도전해도 상관 없다.
    - 오스카 폰 로이엔탈 (Oskar von Reuenthal), 은하영웅전설

    아기 고양이들과 노묘들은 먀미아 (Myamia) 라는 외진 행성계로 보내졌고, 이송선은 그들을 황무지에 버려두고 떠났다. 어린 고양이들의 외견을 본 사람들의 측은지심에 의한 일이었다는 의견도 있으나, 그것보다는 이들이 재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 역시 이전의 바스타체 왕조에서 행했던 것 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하며 자체 붕괴를 거듭해 엘베, 드벨파를 비롯한 여러 종족에게 위협을 가하지 못하리라는 예상에서 내린 판단이었음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렇게 고양이 나라였던 땅에서 살았던 고양이 종족은 사실상 먀미아로 옮겨진 먀미아 고양이 종족을 제외하면 사실상 멸족되었다. 먀미아 고양이 종족은 끝내 먀미아에서 그들만의 나라를 건국했다.

    암코양이 황족들은 고양이 요정들이 모여 사는 군락들 중 일부에 보내졌다고 한다. 광대 노릇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나, 전해지는 이야기는 더 이상 없다. 황제는 아르데이스 성계로 보내져 그 곳의 시민이 되었지만 사실상 천민과 다를 바 없는 대우와 시민들의 조롱을 받았으며, 한 동안은 드벨파 도시들을 전전하며 술집에서 광대 노릇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후, 그의 행방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가 살아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황제에 대한 관심이 세간에서 멀어지면서 더 이상 알려진 것은 없다.

    고양이 나라의 성지였던 시로냐코노자시로는 이후, 카미노소노(Kaminosono, Caminosono) 로 개명되어 신성 고양이 기사단에 의해 맡겨졌으며, 고양이 요정 족의 영토가 되어 그들의 순례지가 되고 있다. 성지의 샘은 메워졌지만 신이 살았다는 집은 대대적으로 보수를 거듭해 새로운 성전으로서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황도였던 바스타체노먀코는 바스타치니예 (Bastaciniye) 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았지만, 폐허가 된 채 방치되고 있다.

    - - -

    온갖 험악한 시련 속에서도 먀미아 고양이 종족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들 중에 바스타체를 존경하는 이는 이제 없다. 그가 선동한 타 종족에 대한 우월 의식과 그의 잔혹한 통치가 결국에는 나라와 종족의 운명의 숨통을 노리는 비수의 칼날이 되었고, 종족의 미래마저 언제 빠져나올지 알 수 없는 영원한 어둠 속에 빠졌음을 이제 모두 인지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먀미아 고양이 종족의 고양이 요정들을 비롯한 인류에 대한 증오는 여전히 남아서 그로 인한 어리석음을 불러오고 있어, 바스타체의 망령이 아직 살아있음을 알리고 있다. 그렇게 그들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어찌되었든 그렇게 바스타체의 야심 가득했던 묘류의 제국은 멸망했다. 존속 기간은 6 년 2 개월, 존재했던 황제는 3 명이었다.
    - 초대 : 바스타체, 아트라시 기이피로노 스메라기 나리 고키미 (Ghosmeragi Nari Atrasi Giyipirono Ghoenyakimi : 대황제인 새로운 은빛 여대왕)
    - 2 대 : 요시미네 (Yosyimine)
    - 3 대 (말대) : 이으즈르 (Yudzru), 스페노 키미 (Supeno Kimi : 마지막 왕)

     

    사실, 고양이들이 싫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에요.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 - -

     

     

    댓글

Designed by Tistory. Edited by Lysie Singcl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