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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인공어는 안 돼요! (1)
    Anger 2020. 9. 3. 20:57



    인공어를 만드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하나의 사회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것이 경솔하게 이루어져서는 안 되지요.

     

    - - -

     

    얼마 전에 어떤 일본의 유사 창작자가 에스페란토를 비롯해서 기존의 국제보조어를 거하게 비판하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너무 유럽 지향적이다', '동양적 일본적 요소가 없다' 는 것이 불만이었던 모양인데요, 그러면서 자신이 개발한 언어의 사용을 제안해 봅니다, '아르카' 인지 뭔지.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기 앞서,

     

    출처 : seednovel.egloos.com

    혹시 '정의소녀환상' 기억하시나요?

     

    '키온' 이라는 작가가 쓴 이야기 글인데요, '나노하' 시리즈를 거하게 욕하고 저주했던 작가가 썼다는 마법소녀 판타지 소설의 내용 전개가 X판이라 해서 화형식이니, 장작이니 해서 말도 아니었던 이야기 글이었지요. 당시 인기 있었던 '나노하' 시리즈에 대한 비판과 독설이 워낙 거셌기에 반발이 더 컸고, 그것이 책을 태워버리는 사태로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 언어 개발자, 아니 작가는 자신이 2012 년에 게재한 '언어론' 에서 에스페란토에 대한 비판과 독설을 이어갔고, 자신의 사이트에서도 국제보조어에 대한 독설과 창작인들의 예술어에 대한 찬양을 이어갔으며, 인공어는 '창작' 의 영역이므로 라노베처럼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까지 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사람이 국제보조어가 될 수 있다며, 자신 있게 선보인 '아르카' 를 부정적으로 '까 보려' 합니다.

     

    더보기

     

    우선 결론을 간단히 말할게요 :

     

    출처 : 네이버 블로그

    그간 아르카인지 뭔지에 대한 정보를 둘러보면서 수박 겉핥기 하는 것처럼 둘러보고 그랬습니다만, 실은 말이죠, 그것조차 하기 싫었어요, 그만큼 역겹게 느껴진 글들이 많았다는 거예요, 저 한테는. 

    아무튼, 좀 문제가 많아 보였던 사항들만 집어서 '까 보려고' 합니다. 

    우선 요약 사항부터 말하겠습니다. 소위 '아르카' 어가 가지는 문제점들로는 대략 이런 것들이 있더라고요 : 
    쓸데 없이 많고 복잡한 인칭 대명사 
    - 쓸데 없이 많은 가족 표현 
    - 쓸데 없이 많은 상 (Aspect) 
    인칭 대명사의 성차별 요소 
    선험적임을 자부하지만 실제로는 불완전한 선험적 체계 
    격변화가 적은 고립어이면서 어순이 철저하게 정해져 있지 않음 -> 논리성 결여 
    - (국제보조어로서의 문제점) 세계 대다수 언중에게 낯선 존비어 체계 사용 
        - 쓸데 없이 복잡한 경칭 체계 
    - (국제보조어로서의 문제점) 비현실적 인칭대명사 사용 
    - 언어 창시자는 인성, 교양 문제 있어 

     

    - - -

     

    1.

    인공언어의 목표 단어 수

     

    단어 수가 많은 것은 참 좋은 것이기는 하죠, 단어 수가 많으면, 단어 수만큼의 기존 언어들이 사용하는 표현의 대응 범위도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말이죠, 단어 수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조어법을 보다 체계화해서 잠재적인 단어 수를 늘리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단어 수가 아무리 많아도 조어 체계가 확실하지 않으면 반드시 한계에 부딪칩니다, 일상 언어의 어휘 수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데, 어휘 수를 늘린다고 다 따라잡을 수는 없는 거예요. 

    계반상계시 같은 경우에는 어휘 자체는 그리 많지 않기는 해도, 동사, 형용사 등의 품사 속성을 부여하는 접미사군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줘서 그것을 통한 잠재적인 어휘의 다양성을 나름 추구하지 않았습니까. 

    단어 수가 많은 것이 반드시 좋은 언어의 지표가 아닙니다. 톨킨의 요정어는 톨킨 자신이 구상한 것은 사실 많지 않았고, '얼음과 불의 노래' 의 고전 발리리아어는 단어 개수가 1000 개도 되지는 않았어요. 바론 (아브어) 도 대략 1000 ~ 2000 여 정도였을 것이고, 흄노스, 계반상계시는 그것들보다도 단어 수가 훨씬 더 적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예술어는 작가 자까 가 구상한 언어보다도 훨씬 유명하고, 훨씬 아는 사람들이 많음은 적어도 그것들은 언어가 확산될만한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고, 위에 언급된 언어들의 단어 수가 적었던 것은 그것들이 예술어로서의 본래 목적에 나름 충실했기에 그러하였을 따름이지, 그것들이 못난 언어라서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단어 수만 왕창 많고, 언어가 전파될만한 그럴 듯한 요소도 명분도 없는 언어, 누가 알아줍니까, 이 삭막한 현실에서. 

     

     

    그리고, 단어 개수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그러하십니다만, 아니, 언어의 어휘를 만드는 것이 무슨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단어 공부하는 것 같아 보이십니까.

     

    출처 : yedy101 님의 유튜브 영상
    자까 님 맞을래요? 예? 맞을래요?

    - - - 

     

    2.

    가족 명칭에 관하여


    일본어에서든, 영어에서든, 가족 명사는 다양하다(*) 라고 합니다만, 저 정도는 어느 언어에서든 기본 사양입니다. 유별난 게 아니죠. 

    그런데 말이죠, 세상 어느 언어를 둘러보아도 저렇게 표준, 애칭, 경칭, 속칭을 일일이 다 다르게 구분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사실 영어 등의 가족 명칭이 다양한 것은 부모 이외에도 삼촌, 조카, 사촌 등의 표현도 있어서 그런 거지, 가족 명칭이 저렇게 다양해서가 아닌 것입니다.....만, 사실, 아시아 언어들도 다 마찬가지잖아요, 아니, 오히려 그런 쪽의 대표는 아시아 언어들 아니었나요.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좋아요, 그런데, 대부분의 언중은 당장에는 낯선 존재일 것이고,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예, 배워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이게 다 외워야 할 것들 투성이들이란 말입니다. 

    (*) 직역하면 '바리에이션이 많다' 입니다. 이 사람의 글 전반이 그러합니다만, 경우에 따라 같잖아 보일 수 있는 지식 설파를 위해 온갖 외래어, 난해한 표현들을 남발하고 있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너무 역겨웠습니다. 

     

    - - -

     

    3.

    인칭대명사와 위계/위상

    세계 언어, 국제보조어를 지향한다는 언어의 1 인칭이 너무 쓸데없이 많지 않나요. 이렇게 쓸데 없을 정도로 인칭 대명사가 많은 언어는 제가 아는 바로 하나 밖에 없습니다, 일본어죠. 

    이전 항목에서 언급한 대로, 이렇게 표현이 너무 많아 봐야, 배우는 입장에서는 외울 거리만 쓸데 없이 늘릴 뿐입니다. 속어 표현은 제끼더라도 경어 표현은 적어도 외워야 하지 않나요. 

    ...... 그건 그렇고, 언어 강좌에서 대놓고 초식남, 육식남 같은 속어적 표현을 쓴다니, 이 사람 진심 답이 없네요. 현실의 언어 강좌 같은 데에서도 물론 이런 표현들이 언급이 되기는 하겠습니다만, 대개는 특별히 따로 코너를 마련해서 언급을 하지, 언어 표현을 가르치는 데에 정식으로 끼워 넣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대체할 수 있는 표현이 다 있을 텐데, 진심 이 사람의 교양 수준이 의심스럽네요. 

     

    더 나아가, 현실에는 육식녀라는 표현도 있는데, 왜 이 언어에는 그런 사항은 없고, 또 남성에게는 표준 성격이 있는데, 왜 여성에게는 표준 성격이 없나요. 이거, 성차별 요소로 간주되고도 남을 텐데요. 에스페란토도 성차별 논란이 있는 마당에 저런 요소를 들여놓고, 국제보조어로 활용해 달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날 성차별자라고 욕해 주십시오!' 라 외치는 격입니다.

     

    세계 언어요? 정신 차리세요, PC 주의자들의 먹이감이 되기 싫다면.

     

    그리고 현실 세계에 정령이 어디 있냐, 국제보조어가 될 거라매. 

    - - - 

     

    4.

    경어 표현에 대하여

     

    "아직도 한국은 조선시대가 살아있는 것 같다."  
    - 플레이아 베네딕트, 한국의 존비어 문화에 관하여

     

    이 언어는 고맥락 언어에 존비어 체계가 확립된 언어입니다. 일본어의 그것과 거의 비슷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현재 세상의 헤게모니를 장착하고 있는 언어는 대체로 친소어, T-V (Tu-Vous) 식 2 인칭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물론 T-V 표현이 경칭 표현으로 쓰이기도 합니다만, 사실은 경칭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난 이 사람과 친하지 않다' 라는 의미를 갖기도 합니다. - 일본어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어요, 이름 뒤에 '~san' 도 비슷하게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단 유럽 쪽만이 아니라 이렇게까지 존비어 체계가 명사 단위에서까지 확립된 언어는 세상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세상에 아마도 몇 나라 정도밖에 없겠지요. 

     

    한국어의 존비어 문화 - 나무위키

    1. 한국어의 존비어, 친소어 문화 사용 패턴 - 일반적인 경우 (1) 친소어 문화 한국에서 공적인 관계에서의 친소어 문화(주로 처음 보는 관계일 경우) 처음 보는 사이 ↔ 처음 보는 사이존중어(주��

    namu.wiki

    그나마 존비어가 일본 이상으로 체계화된 한국에서도 일각에서는 이렇게 존비어 문화에 대한 비판을 가하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에 이런 언어가 국제보조어로서 세계 언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 실제로는 '한국의 존비어 문화' 혹은 '한국어 속의 존비어 문화' 라고 표현하는 쪽이 보다 정확합니다. 

     

    - - -

     

    5.

    호칭에 관하여

     

    이외에도 고양이 울음 소리 표현 등은.... 이런 표현이 일본어에서 가능했던 것이 S-O-V 어순에 교착어라는 특징까지 더해져서 가능했던 것임을 언어 개발자란 사람이 알고는 있는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언어의 고양이 울음 소리는 nyan 입니다, 일본어의 그것과 같지요.

     

    출처 : facebook

    대다수의 언어에서는 영어와 비슷하게 miau 라 표기합니다. (사실, 영어는 표기만 다를 뿐입니다) 이런 서양어권에서 고양이 울음 소리를 nyan 이라 표기하는 것은 고양이 울음 소리를 진지하게 nyan 이라 생각한 것이 아니라,

    Nyan-Cat

    일본의 대중문화적 요소를 도입한 것일 따름이겠지요.

    - - -

     

    6.

    상에 관하여

     

    시제는 그렇게 다양하지 않습니다만, 문제는 상이 무려 7 ~ 9 개나 됩니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 (마인어) 의 상이 7 개 이상 되는 것의 영향으로 추정됩니다만, 문제는 이것이 3 개 시제와 엮이다보니, 그 조합이 21 ~ 27 개에 이르게 됩니다. (리팔라오네어도 그 모양이기는 한데, 아마도 이 언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 인도네시아어의 상 부사는 14 개입니다만, 실제로는 상 위주로 시제, 상이 융합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글의 말미에도 실질적으로 다 쓰이지는 않는다고 되어 있어서, 애초에 이렇게까지 상을 많이 둘 필요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네요. 이게 예술어로 끝이었다면, 비판 거리도 뭣도 아니었겠습니다만, 제작자란 인간이 국제보조어 어쩌고하니까 비판 거리가 됐습니다.

     

    - - -

    7.

    작가는 자신의 언어는 선험적 언어임을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두고 마치 지구와는 완전히 인연이 없는 온전한 나만의 세계를 구축했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만, 애초에 일본어의 문법을 상당 부분 답습하고, 의식하고 있음이 바로 드러나는 어법 체계를 가진 언어가 어떻게 지구와 인연이 없는 언어가 될 수 있답니까. 은하연방의 공용어가 알고보니 탕쿠트 어라는 설정과 결과적으로는 도긴개긴이에요. 이래놓고 작가 자까 가 한다는 말이 :

     

    선험적인 인공문화를 가진다.

     

    아니, 애초에 언어 문화라는 것을 구상할 때, 일본어를 의식한 흔적을 확 드러내놓고는 무슨 소릴.......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신험적 문화라고 작가가 말했습니다만, 아무래도 '독창적인 세계관' 이란 말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그저 '독창적' 이라는 말의 의미를 작가가 알고 있기를 바랄 따름이에요. 그 의미를 모른다면, 참 심각한 것이, 이는 곧 작가라는 이가 정작 알아야 할 것은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만 거하게 해대고 있음을 의미하거든요.

     

    - - -

    8.

    여기서 에스페란토를 또 언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더 언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언어 제작자 씹덕 SEKI 가 집요하게 에스페란토를 욕하길래 어쩔 수 없었습니다. 

    - '언어론' 에서 에스페란토를 거론하는 사례는 17 건에 9 페이지에 걸쳐 나옵니다, '언어론' 의 분량은 16 페이지. 이 즈음되면 집착 수준이에요.

    저 아르카인지 뭔지 언어 강좌를 보면서 느낀 것입니다만, 이 사람이 에스페란토에서 부족하다고 느낀 것은 아래와 같은 사항들이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가족, 인칭 표현이 다양하지 않고, 
    - 경칭을 표현할 수 없어, 동양 일본 적 표현을 오롯이 재현할 수 없다. 
    - 시제와 상을 다양하게 표현하지 않고 있다.
        - ??? : 솔까말 마인어도 상이 14 개인데, 그 정도로는 너무 부족하지 않은가.
    제작자가 라노베에서 숱하게 보았을 심오한 묘사를 표현하기에 너무도 부족하다. 
    고양이 울음소리를 표현할 수 없다.

      

    이런 표현들이 풍부한 일본어가 이래서......

    아무래도 작가는 국제보조어가 되려면 모름지기 동양의 일본의 서브컬처 문화적 요소 역시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을 좋아하고, 일본의 제품들이 소니 가전제품이라든지, 닌텐도 게임기라든지 세상에 널리 팔리고 있는데, 왜 동양의 일본의 요소를 고려하지 않느냐고 착각을 말한 것이겠지요.

    사람들이 암만 아시아제 제품들을 많이 구매하기도 하고, 아시아의 대중문화 역시 서양에 널리 퍼져 있다고 합니다만, (반대의 경우도 그러하듯이) 그것은 생활 문화와는 다른 문제예요, 앞서 베네딕트가 한국의 존비어 문화를 비판한 발언이 있었지요? 그와 같은 사례들이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 - -

    9.
    저는 에스페란티스토는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이 썩 마땅해 보이지도 않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페란토라는 언어에서 인공어 제작자들이 존중받아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테면 이런 것들이죠 : 

    - 1 문자 1 발음 체계를 이탈리아어만큼(?) 철저하게 존중하고, (다만 발음까지는 철저하게 존중하지는 않습니다, '국제보조어' 의 한계겠죠) 
    대격 표현이 다소 어려운 점을 제외하면 어법이 상당히 단순해 쉽게 배울 수 있으며, 
    통사 구분이 용이합니다. (접미의 모음자를 통해 바로 파악이 가능합니다. -i : 동사 부정사, -e : 부사, -a : 형용사) 

    통사 구분이 용이하다는 점은 저도 크게 주목한 사항이에요, 저도 이것과 라틴어를 통해 통사론의 지식이 크게 늘었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례를 언급해 보죠.

     

    Learn Indonesian : Essentials

    Audio travel phrasebook : discover the essential in a few minutes

    www.loecsen.com

    인니어, 인도네시아어는 세상에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언어이고, 그나마도 말레이어의 영향이 강해서 말레이-인도네시아(마인)어로 합쳐 칭하기도 합니다. 

    이 언어는 단어의 조어법이 그 쪽 사람들이 아닌 이상, 낯설게 여기어져서 그렇지, 어법은 에스페란토 이상으로 상당히 단순합니다. 심지어 복수형 표현도 따로 있지 않고, 생략하거나 명사를 중복하는 것으로 표현할 정도이니 말 다한 거죠. e.g. 사람 : orang, 사람들 : orang-orang 

    사실, 인도네시아가 문화적으로 수준이 낮았냐면 그렇다고 말하기도 뭐하죠, 이전부터 인도네시아에는 자와 (자바) 어가 발달해 있었고, 자와 문학이니 음악이니 특유의 문화가 발전했던 나라가 인도네시아입니다. 그만큼 지식인들도 많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간소하게 언어 체계를 마련하고자 한 것은 인도네시아가 어떤 곳입니까? 섬이 일단 엄청 많고요, 인구도 동남아시아 나라치고는 상당히 많아요, 2 억이 넘던가요. 그런 2 억의 언중 중에서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말과 글로 시쳇말로 '방귀라도 좀 뀌어보라' 라는 의도 하에 그렇게 문법이 만들어졌다고 하더랍니다. 

     

    Turkish alphabet with audio pronunciation and examples | Turkish Basics

    Home > grammar > alphabet Alphabet The Turkish alphabet is a modified version of the Latin alphabet and consists of 29 letters. Included are 6 additional letters - ç, ğ, ı, ö, ş, ü - while - q, w, x - are excluded. Upper Case A B C Ç D E F G Ğ H I

    turkishbasics.com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되도 않는 노래까지 만들어 가면서 도입한 터키(튀르크) 로마자입니다. 왜 로마자인가? 이유는 별 거 없습니다. 애초에 튀르크 민족은 오래토록 외래 문자인 아랍 문자를 사용했고, 그것이 터키어와 맞지 않음에도 오스만 제국 시절에서는 그저 참고 사용했지만 오스만 제국은 끝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면서 언중들이 보다 쉽게 언어를 깨칠 수 있도록 로마자를 도입했고, 그것이 지금도 튀르크 계 일부 국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입니다. 
    - 사실, 튀르크 족에게도 고유 문자는 있었습니다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낡은 문자였죠.... 

    언어가 뭐 복잡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국제보조어가 되려면, 일단 다수의 언중에게 쉽게 확산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이를 위해서는 일단 너무 쉽게는 아니더라도, 어려운 요소를 최대한 배제할 필요가 있고, 언어가 포함한 요소들이 다수의 언중에게 공감될만한 것들이어야 함이 마땅해요. 영어 봐요, 발음 체계가 대모음추이 때문에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가면 갈 수록 단순화되어간 문법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았기에 영국, 미국의 활약이 없더라도 널리 확산될만한 언어가 되지 않았나요. 

    에스페란토도 그렇습니다, 그런 영어보다 발음 법칙부터 배우기 쉽다는 소문이 퍼지니까,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이겠죠.

     

    - - -

     

    10.

    앞서 말씀드린 대로, 어법이 복잡한 언어가 실제로 있을 수는 있지요. 그런데 말이죠, 이런 언어들은 언중들도 틀리게 쓰는 경우가 많아요. 당장에 한국어부터 틀리게 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이탈리아, 프랑스, 에스파냐의 경우에는 그들의 언어가 가진 시제, 특히 과거 시제가 쓰기 난감하다고 말이 있는 편이에요. 실제로 프랑스, 스페인어 경우에는 현지인들조차 시제를 온전히 올바르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고 하고,

     

    이탈리아에서는 자국어 서법의 복잡성을 디스하는 노래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작가 분께 진짜 진지하게 얘기하고 싶어요, 어법이 복잡하고 배우기 어려워서 국제보조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간의 소통에 틀리는 사례가 자주 나오는 현상을 원하십니까. 

    아르 토넬리코의 인공 생명체, '레바테일(레와테일)'.

    이런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국제보조어라고 구상한 것은 아니겠죠? 그런데 저 작가(자까)라면 웬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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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에스페란토에 대해 또 언급을 해 버자면, 
    에스페란토에는 나름의 반면교사가 존재합니다. 볼라퓌크죠.

     

    Volapük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Jump to navigation Jump to search Constructed international auxiliary language Volapük ( in English;[3] [volaˈpyk] in Volapük) is a constructed language created in 1879 and 1880 by Johann Martin Schleyer, a Roman Ca

    en.wikipedia.org

    독일인에 의해 개발된 최초의 국제보조어입니다. 그래서 독일어의 발음 체계를 상당히 따르는 편이고, 격 변화도 그렇습니다. 격 변화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문제는 동사 변화가 밑도 끝도 없이 많았고, (온갖 굴절어의 요소를 다 도입하다보니, 실로 엄청나게 다양한 체계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서법도 다양성을 너무 추구한 나머지 엄청나게 많았다고 합니다. 

    이런 복잡성도 복잡성입니다만, 무엇보다도 개발자와 사용자 간의 소통의 부재가 사람들이 볼라퓌크를 외면하게 만들었으니, 이후, 에스페란토에서는 '볼라퓌크 같다' 라는 관용 표현이 나왔으며, 네덜란드어에도 이러한 표현이 나오게 됩니다. 더 나아가 러시아에서는 '볼라퓨크 표기법' 이라는 로마자 키보드에 대한 키릴 문자 표기법이 있으며, 이는 볼라퓨크라는 말이 '알아보기 어렵다', '괴이하다' 라는 뜻으로 쓰였음을 의미합니다. 볼라퓌크 문법의 복잡성이 저 멀리 러시아에까지 퍼질 정도로 그 악명을 단단히 떨친 것이지요. 
    - 사실 볼라퓌크의 동사 변화는 자세히 살펴보면 규칙성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양이었지요. 물론 인공어의 개념이 널리 퍼져 있지 않은 시절, 그러한 복잡한 언어를 선보였음이 언중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음을 감안할 필요는 있습니다. 

    저도 언어를 구상하면서 이런 사례를 보고나서 엄청나게 놀랐고, 심지어는 내가 혹시 볼라퓌크 같은 것을 만들고 있는가, 하며 전전긍긍을 정도로 불안해지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가능한 많은 것을 단순화시키려 최대한 노력을 가했던 것으로 기억나요, 국제보조어 따위는 상상도 못하고 같잖은 예술어나 만들고 있는 주제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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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최소한 국제보조어를 지향하는 언어를 만들고 싶다면, 다수의 언중이 쉽게 공감할만한 사항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배워 바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겠지요. 인류의 언어는 보다 쉽고 단순하게, 많은 언중들이 배울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해 갔습니다. 앞으로 생겨나게 될 언어도 그러한 흐름에 동참할 필요가 있어요, 앞으로 생겨날 언어들은 누구나 배울 수 없는 어려운 언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현실에서는 표현의 다양성 따위에 저렇게 감탄하지는 않는단 말입니다.

     

    또한, 내 주변, 내 지역, 내 나라의 언어 생활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잘 먹힐 것이라는 생각은 가급적이면 자제했으면 좋겠습니다.

    선험적 언어를 개발했다고 자부심이 대단하신 일본 분들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국제보조어로서는 유감스럽지만 잘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보조어는 어찌됐든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함이 옳지 않겠어요, 괜히 에스페란토, 이도, 슬로비오, 도기 보나 같은 언어들이 후험적 언어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란 말이지요. 

    요정어, 발리리아어 같은 경우도 원작 작품의 지명도를 등에 업고 사람들이 써 보는 정도이고, 그나마도 이런 언어들을 통해 언중은 판타지 세계를 그리지, 현실을 그리지 않아요. 그래서 진지하게 국제보조어로 고려하는 경우는 제가 아는 바로는 없습니다. - 요정어는 상당한 능력을 가진 사람에 의해 개발되었음에도. 

    이런 마당에 선험적 언어를 무작정 만들어 갖고는 국제보조어로 들이밀어서 긍정적인 답이 올까요? 
    외계어로 몰리지나 않으면 다행일 겁니다. 

    그리고 가르치는 것도 마찬가지로 적어도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학술 용어들을 지나치게 남발해서도 안 돼요, 예의 에스페란토나 인도네시아어를 가르치는데 온갖 학술적 표현이나 어려운 표현들이 막 나왔을까요. 그러한 것들은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한 것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 오타쿠들의 자기 지식 자랑이자 자기 만족 행위이지 않을까, 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 되기도 해요. 

    도를 넘어선 복잡성과 소통의 부재가 실패를 부른 볼라퓌크의 교훈에서 뭔가를 얻어가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은 인공어의 창조는 그저 볼라퓌크의 망령을 또 하나 낳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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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작가는 자신의 언어를 세상에 알리면서, 그와 더불어 자기 나름의 '국뽕' 기운도 섞인 '언어 이론' 을 설파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론' 대로 창작인들이 인공어를 구상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만...... 그런 것은 '참고 자료' 혹은 '가이드 라인' 이 될 수 있을지언정, 인공어를 만드는 이들이 따라가야 할 '틀' 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판타지 소설을 쓰는 사람들에게 TRPG 인 '던전즈 앤 드래건즈 (Dungeons and Dragons a.k.a. D&D) 에 등장하는 각종 설정들을 알려주고 그 설정대로 이야기를 쓰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창작물이 틀에 박혀 나와서는 되는 것은 소위 말하는 '공장제' 혹은 '양산형' 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제품으로서의 '양산형' 은 '검증된 물품' 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만, 창작물에서의 '양산형' 은 '창의성이 떨어지는 존재' 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창작은 모름지기 자유로운 정신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물론 되도 않는 창작을 해서는 안 되고-이런 것은 '자유' 라기보다는 '방종' 이겠지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나름의 방책은 있어야 하겠지만, 그 방책이 창작의 자유를 옭아매는 올가미, 혹은 창작의 유형을 결정하는 틀이 되어서는 안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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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한 표현이 많이 나온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 너무 죄송해요. (_ _) 

    사실, 위의 사례는 기존의 인공어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에, 인공어는 라노베처럼 평가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래, 어디 얼마나 언어를 잘 만들었나 보자' 라는 심산이 생겨 비판에 날이 서고, 감정도 섞인 감이 있네요. 

    인공어를 구상한다? 나쁘지 않습니다, 선험적 언어다 뭐다, 다 좋습니다. 창작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여 인공어를 구상하겠다고 도전하시는 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눈높이 교육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학생을 가르칠 때, 학생의 눈높이를 바라보며 가르침을 전하라는 말이었겠죠. 그와 같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자신의 지식 자랑이 아닌, 그 언어를 배우게 될 화자들, 언어를 쓰게 될 사람들에 눈높이를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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