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023 순천 여행 -1-
    Travel 2023. 9. 21. 20:13



    간만에 여행 포스트를 들고 왔습니다.

    이번에 떠난 곳은 그야말로 몇 년 만에 가게 된 순천입니다. 이번에는 이전까지는 감히 시도도 하지 못했던 송광사로의 여행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순천 시내에서 송광사로 가려면 111 번 버스를 타는 것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저는 66 번 버스를 탔어요. 66 번 버스가 송광사를 거쳐가는 경우가 있다고 했음이 그 이유였고, 걸어서 어떻게든 가 보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유였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길이 상당히 멀어서 송광사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걸어야 했지요.

     

    01234567891011121314

    송광사 근처의 산길 부근에는 주암호라 칭해지는 저수지가 있으며, 그 인근의 풍경이 나름 장관을 이루고 있었지요. 하늘도 맑고, 풍경도 좋아서 걸어가는 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9 월임에도 날씨가 자비 없이 더워서 그것 때문에 나름 고생했습니다. 때가 되면 기온이 36 도까지 올라가는 곳임을 새삼스레 깨달을 수 있었지요. (가만 보면 그 지역 일대도 더위로 악명 높은 대구, 경주나 부산에 결코 꿇리지 않습니다. 해당 지역과 가까운 진주도 여름에는 장난 아니었던 것으로 알아요)

    아무튼, 송광사에 가신다면 주암호 일대부터 걸어가실 수 있도록 하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 - -

     

    01234567891011121314

    송광사는 순천 지역을 대표하는 명 사찰들 중 하나이지요 (또 하나는 선암사). 그와 더불어 우리나라 불교의 주류인 조계종의 창시자 보조국사 지눌의 사찰로서 지눌은 송광사에서 조계종을 전파하려 하였으니, 해당 사찰은 조계종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지요.

    최근은 아닙니다만...... 1980 년대 KBS 의 명작 드라마 시리즈인 'TV 문학관' 제 13 회 '등신불' 의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이 등신불이라는 드라마를 최근에 알게 되어서, 어디가 어떤 촬영지였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이 송광사 방문의 목적이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에서 보였던 몇 촬영지의 모습을 실제로 알아보기도 했지요.

    '등신불' 은 김동리의 소설들 중 하나로 TV 문학관 시리즈에 소개된 수없이 많은 현대 소설들 (*)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중국이 주 배경이 되는 소설로 중국 난징 부근이 이야기의 주 무대라고 합니다. 그래서 원래 제작진은 중국에서 촬영을 시도했지만, 시대가 시대였던 (1981 년이었습니다) 관계로 공산 국가인 중국으로 가는 것은 언감생신지경이었고, 그래서 대안으로 승주 (이후, 순천시에 통합) 의 송광사를 촬영지로 정하게 된 것이지요. (타이완은 왜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배경이 원작의 배경과 뭔가 맞지 않아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일 듯.
    - 이후, HD TV 문학관에서 리메이크를 했는데, 이 때에는 정말로 중국에서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이 무렵에 SBS 야인시대 제작진들이 다수 참여했고, 곡도 제공했다고 합니다. (극 중에 들리는 곡 중에 야인시대의 마지막 즈음, 김영태의 마지막 대사가 나올 즈음에 들려왔던 음악이 자주 들립니다) 원작은 그 시절의 방화, 즉 국산 영화 느낌이었다면 (실제로 TV 문학관 13 회는 전후 회와 전개가 많이 다릅니다) 리메이크는 당시 KBS 의 사극 느낌이 강해요.

    가는 길 도중에 급류를 이루며 흘러가는 시냇물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송광사 바로 근처에서 볼 수 있지요. TV 문학관에서 보면, 사찰 부근의 폭포수에서 만적 (임혁 분 (*2)) 이 수행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산길을 가다 보면 그 때의 폭포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 때 (1980 년대) 로부터 40 여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시냇물은 여전했던 것 같습니다.

    근처에는 또 연꽃밭이 있었는데...... 가을철이라 그런지 쓸쓸한 풍경만 남아있더군요. 여름철에 갈 수 있었으면 좋았을...... 그런데, 여름에 갔다면 엄청나게 고통스러웠을 것이라...... ㅠㅠ

    (*) 그냥 소개된 것은 아닙니다. 각색이 이루어진 것들이 많아, 원작과 전혀 다른 전개를 보여주는 경우도 많았고, (e.g. 학마을 사람들) 원작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상 오리지널 드라마인 것도 있었습니다. (e.g. 노래여 마지막 노래여), 드라마 시리즈 오리지널도 있었지요.

    (*2) 무인시대의 두경승 등으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실제로 불교도이시기도 하지요. 이외에도 TV 문학관의 여러 에피소드에 출연하신 적이 있으십니다.

    전체적으로 하늘이 맑기까지 해, 더욱 풍경이 좋게 보였었습니다. 사실, 사찰 풍경은 개인적으로 흐리거나 비가 오는 편도 나름 운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렇게 날씨 맑을 때 오는 것도 괜찮네요.

    송광사 인근의 비석들이 있습니다. TV 문학관에서 진씨 일가 (원작에는 동생인 신만 있었습니다. 그 누이는 드라마에서 추가한 것으로 이들이 소신공양 행사를 급히 찾아간 것도 드라마 오리지널 전개) 가 비석들 사이로 뛰어가는 장면이 보였는데, 아무래도 저 곳이었나 보네요. 원래는 길이 아니었던지라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그 시절 드라마란...... ㅎ
    - 아무래도 원작 배경은 중국이고, 중국의 사찰들은 입구 부근에 석상들이 나란히 세워져 있는지라, 그 비슷한 풍경을 보이려 했던 게 아닌가,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리메이크 판에서도 사찰 부근의 석상들 사이로 진씨 남매가 뛰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문둥병에 걸려 비참한 모습의 남매와 화려한 당나라 양식의 조각상들이 절묘한 대비를 보이는 것도 특징)

    송광사 본찰 앞에는 나무 하나가 세워져 있습니다. 고향수라고 하며, 보조국사가 송광사에 올 때에 지팡이를 꽂으니, 지팡이에서 잎이 피어 자라나, 나무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18 세기에 저술된 이중환의 '택리지' 에도 기록된 바 있으며, 19 세기의 순천부사 이범진의 지도에도 해당 위치에 '불생불멸' 이라는 글자를 적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보조국사 지눌이 지었다는 시는 아래와 같습니다 :


    그대와 나, 같이 살고 죽으니,
    나 떠나면, 그대도 그리 되리니.
    다시 그 푸른 잎을 보면 알게 되나니,
    나 역시 그러하리니.


    - 떠나다에 해당되는 한자는 '謝' 로 현재는 그런 뜻으로 쓰입니다만, 원래는 '떠나다' 라는 뜻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0123456789101112

    송광사 여행을 마친 후에는 순천역 근처에 머무르며 하루를 마쳤습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 Edited by Lysie Singcl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