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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병이란 이름의 저주
    Sylphid 4th/The Land of the Cats 2022. 4. 5. 16:15



    Atulyamapu Deharu Nolo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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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이 곳은 평화로우면서도 분주한 사람들의 도시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 도시의 평화와 번영은 순식간에 끝나 버리고 말았다.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평화로이 길을 거닐던 어떤 가족이 습격당한 것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사건의 원흉은 놀랍게도 길 고양이였다. 그 길 고양이는 마치 그 가족이 자신의 원수라도 된 것처럼 인간 가족을 습격해 처음에는 도망가지 못하는 아이를 물어 죽이고, 그 다음에는 아이의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아이의 아버지를 죽였다. 특히 아이의 시신은 유난히 잔혹하게 찢어발겨져 있었다고 한다. 사건의 당사자인 길 고양이는 입가에 피가 묻어 있었던 데다가, 두 눈에 살의의 눈빛을 보이고 있었기에 발각되고 말았다. 하지만 고양이는 어째서인지 도망가지 않고 인간을 습격하려 하였고, 그 와중에 한 사람을 또 살해했다.

    결국 그 고양이는 경찰들의 총격에 의해 살해당했고, 그 길 고양이의 이유 없는 잔혹한 행적은 그렇게 끝났다. 그 때,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인간들의 총격에 의해 절명당할 무렵, 그의 심장에서부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그의 몸 전체가 검은 연기에 휩싸여 버린 것이었다. 검은 연기가 사라졌을 때, 길 고양이가 있던 곳에는 검은 재만이 고양이의 형태를 이루며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은 곧 전파를 타고 온 나라에 전해지며, 나라 전체를 충격에 몰아 넣었다. 이유도 알 수 없고, 사건의 전개 과정은 더욱 이해되기 어려운 길 고양이의 인간 습격 사건은 고양이들을 좋아하는 사람들, 싫어하는 사람들 모두를 당혹에 몰아넣고 있었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 이후로 같은 사건이 같은 도시에서 계속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곳곳에서 길 고양이들에 의해 인간들이 습격당하고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었으며, 인간을 습격하는 길 고양이들의 개체 수도 점차 늘어가고 있었다. 이 일련의 사건에 수의학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갑자기 잔혹성을 띠기 시작한 고양이들의 증가에 미증유의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고양이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현상일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사건이 발발하는 도시에 즉각 방역 조치를 실시하고, 집 고양이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 이후로 도시와 골목에 살던 고양이란 고양이들은 분노한 사람들에 의해 살육당하기 시작했다. 물론 도시에는 고양이들을 지키려 한 사람들도 있었고, 고양이 살육에 대한 우려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내 곧, 그들은 살인 동물들을 옹호하려 한다면서 온갖 맹비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 도시에서 길 고양이들은 살인자들과 다를 바 없었다.

    이렇게 도시에서 길 고양이들이 살육당하고, 길 고양이들을 보호하려 한 이들이 광기에 휩싸인 인간들에 의해 억눌리고 침묵당하는 것으로 비극이 끝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사건은 점차 확대되어 갔다. 고양이들 뿐만이 아니라 개를 비롯한 다른 동물들, 그리고 집 고양이들까지 이러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건 발발 이후, 겨우 일주일 만에 도시 전역의 동물들의 무리가 거리를 떠돌며 사람들을 습격해 죽이고 물어뜯는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인간들의 건물들을 동물들이 습격해 파괴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었다. 수많은 상점들, 주택들이 광기에 휩싸인 동물들에 의해 습격을 당해 파괴되어 폐허가 되고, 상점의 점원들, 주인들이 동물들에 의해 습격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었다.

    어디에도 광기에 조종되는 듯한 동물들에서 안전할 수 없었다. 결국 도시에서는 비상 사태가 선포되고, 중무장한 군인들이 경찰을 대신해 치안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그 후, 시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가능한 모든 사람들이 도시를 떠날 것을 요청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군인들의 보호 하에 각종 탈 것에 탑승해 도시를 떠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시민들이 도시를 떠나간 이후, 도시에는 봉쇄령이 내려졌다. 거대한 장벽이 도시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II.
    사건의 진정한 시작은 사실, 도시에서 일어난 길 고양이의 인간 살해 사건이 아니었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산길의 어느 동물 보호소에서도 그와 같은 사건이 발생했었고, 그것이 실은 이번 사태의 시작이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해당 동물 보호소의 동물들의 원인 불명에 의한 폭주 사건으로 해당 동물 보호소는 오래 전부터 끔찍한 운영 실태와 다수의 동물 살처분으로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 이 곳의 동물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은 동물 보호 단체의 회원들이 동물들을 구조하고자 폐쇄된 보호소를 찾아갔다가 폭주한 동물들에 의해 참변을 당한 것이었다.

    당시에도 이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겼지만 사람들은 동물 보호소의 끔찍한 운영이 불러온 결과라 여길 뿐으로 일반인들 뿐만이 아니라 수의학계에서조차 그 사건에 대해 더욱 깊이 파고들려 하지 않았다.

    도시에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동물들의 폭주 원인에 대한 자세한 경위 판단이 필요해진 수의학계에서는 도시를 점거하고 있던 동물들의 생포를 부탁하였다, 이들은 죽으면 한결 같이 검고 뜨거운 연기에 휩싸였으며, 연기가 사라지고 나면 그 자리에는 잿더미만 남아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도시 바깥의 사람들은 이러한 연구를 반대했다, 시내의 동물들이 자신들의 지역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인한 미증유의 전염병이 자신들의 지역에 전파되고 해당 지역이 봉쇄될 것에 대한 공포감에 사로잡혔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람들의 반대에 의해 연구는 차질을 빚고 있다가 결국 수의사들 중 한 명이 도시로 들어와 동물들의 조사를 하겠음을 자청하고 도시로 들어와 생포된 동물들을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그 이후로 목숨을 걸고 들어온 수의사의 용기에 많은 이들이 격려 및 응원을 해 주었다, 그 연구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폭주라면 분명 바이러스에 대응되는 백신 및 치료제의 개발의 길이 될 것이라 믿으면서.

    그러나, 목숨을 걸어가며 폭주한 동물들을 수의사가 연구한 결과는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이들에게는 특이한 바이러스도, 기생 생물조차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뇌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지는 증상은 확인했지만 무엇이 뇌의 상태를 불안케 만드는지 그 요인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고, 결국 치료제 개발 시도는 실패하고 말았다. 질병은 있었지만 질병의 원인은 체내의 어디에도 없었고, 그래서 질병의 원인 규명을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와 함께 한 가지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도시에 있던 사람들이 자신의 반려 동물이 열병 호소 후에 갑자기 죽었음을 알린 것이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한결 같이 이렇게 끝났다 : 자신들의 반려 동물들이 죽으면서 마지막으로 하얀 증기를 토해냈으며, 그 후에 하얀 재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후, 도시의 상공이 언제부터인가 늘 하얀 구름에 뒤덮혀 있기 시작했음이 조명되면서 반려 동물들의 이유 없는 열병과 죽음 이후의 현상 그리고 도시의 하늘을 가린 구름이 서로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갑자기 폭주한 동물들, 그들이 죽으면서 남기는 하얀 재, 동물들의 이유 없는 죽음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하얀 증기와 도시의 상공에 드리워진 하얀 구름. 이들은 모종의 연관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그것에 대해 알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이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누군가의 사람들에 대한 원한이 동물들에게 전염되어 동물들이 인간을 습격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애초에 비과학적인 추측이기도 했고, 그렇다면 왜 죄 없는 동물들이 사람에 대한 증오, 혐오를 대신하기 위해 괴물이 되고, 또 희생되어야 하느냐고 이런 추측에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증상은 있지만 원인이라 할만한 어떤 것도 없었던 이 의문의 질병, 이 질병은 훗날 수의학계에 의해 흑백 열병 증후군 (Black and White Fever Syndrome ; BWFS) 이라 칭해지게 된다.

    그 모든 것에 대한 의문을 뒤로 한 채, 군에 의해 동물 소탕 작전이 실시되었다. 작전 수행을 위해 군은 총포와 장갑차, 전차에 폭격기까지 끌어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작전 수행을 위해 장벽 안으로 들어선 군인들은 눈앞에 펼쳐지는 참상에 그저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늘 새하얀 구름에 드리워진 하늘 아래로 그렇게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살의를 불태우고 있던 동물들이 이번에는 사람들이 사라진 황량한 거리에서 서로가 서로를 살육하는 참극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런 참극 속에서 군은 총포, 전차의 주포 심지어 폭격기에서 투하하는 폭탄들까지 끌어들여가며 도시를 장악한 동물들을 학살하기에 이르렀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버린 이유 없는 광기와 살의에 의한 동물들의 폭주는 결국 동물들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참극, 그리고 인간들에 의한 학살이란 결과를 불러오고 말았다.

    작전 개시 이후, 하루 정도 지나서 작전은 종료, 도시를 점거한 대부분의 동물들이 학살되는 것으로 모든 사태는 사실상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도시는 폐쇄 상태로 남아 있었으니, 폭주 상태의 동물들이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 그리고 바이러스로 추정되는 물질이 도시에 여전히 남아있고, 그로 인해 동물들이 감염되어 폭주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그렇게 도시가 폐허가 되어버린 이후, 살의와 광기에 휩싸인 동물들은 도시에서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도시는 다시 잠잠해졌지만 그럼에도 인간들의 평화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사건의 무대가 된 도시는 계속 폐허인 채 방치되었고, 갑작스러운 사태로 인해 불거진 동물들에 대한 의심과 증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결국에는 동물들과 인간들을 공포와 증오에 몰아넣은, 흑백 열병 증후군, 그리고 그 원흉이라 할 만한 수수께끼의 무언가에 대한 기억은 점차 잊혀져 가고 있었다.

    도시는 그저 폐허인 채로 남아 있었다,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흩날리는 검은 재만이 이 도시에서 벌어진 참변을 대변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러한 도시의 폐허 위로 드리워진 하얀 구름 아래로 눈이 내리고, 또 비가 내렸다, 마치 그간의 사태로 인해 원치 않은 죽음을 겪었을 모든 비참한 생명체들의 슬픔을 달래려 하는 것처럼.

    III.
    그리고 또 다시 많은 시간이 지났다. 인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대규모 전염병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전염병을 피하기 위해 상공에 있는 부유 대륙들로 거주지를 옮겨가기 시작했다. 인류의 부유 대륙들은 전염병에 의한 재난을 일시적으로 피하기 위한 피난처였으나, 시간이 지나도 인간들은 부유도에서 떠나지 않았고, 지상 세계는 버려진 채로 남게 되었다. 그 후, 인류의 부유 대륙들이 사라지면서 행성계에서 인류는 거의 사라져 인류 세계는 사실상 멸망했다.

    그렇게 부유 대륙으로 이주한 인류가 사라진 이후, 인간들이 떠나간 어느 대도시는 고양이들이 소유하게 되었다. 이후, 고양이들은 수없이 많은 나날들을 겪으면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여러 시대를 거쳐가며 비극과 희극의 역사를 쌓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 그로 인해 수없이 많은 고양이들이 고양이들의 나라에서 사라졌고, 극소수의 고양이들만이 남게 된 것이었다.

    한편, 어떤 행성계의 지하 도시, 인류를 집어삼킨 대재앙을 피해 지하로 도피한 인류의 후손들의 거주처 중 하나인 그 도시의 동물들 사이에 원인 불명의 열병이 퍼져가기 시작했다. 그 시작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 시작이 열병에 시달리며 거의 죽어가고 있던 어느 길 고양이였다는 것이다. 거리의 길 고양이들이 원인 모를 질병에 의해 하나둘씩 앓기 시작하자 도시의 사람들은 길 고양이들이 전염병에 감염되어 가고 있으리라 판단을 내렸고, 이후 도시 측에서는 발병 증세를 보이는 고양이들을 격리. 치료시키기 시작했으며, 집 고양이들을 키우는 이들에게 집 고양이 외출을 금지시키는 긴급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도시의 비극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열병을 앓고 있던 고양이들 중 일부가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폭주한 길 고양이들은 이성을 잃은 채, 사람들을 죽이고, 도시의 건물들을 습격해 내부의 물품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 다른 열병을 앓고 있던 고양이들은 하얀 연기를 토해내면서 죽어가고, 그들의 시체는 하얀 재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열병 사태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자, 도시가 속한 부족에서는 도시를 봉쇄하는 조치를 내리고 알 수 없는 요인에 의해 폭주한 동물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후, 수많은 길 고양이들이 폭주해 거리에서 날뛰기 시작했고, 이러한 폭주는 거리의 다른 동물들에게도 이어졌다. 이러한 폭주의 원인을 의사들이 규명하려 하였지만 원인 모를 열병에 감염된 동물들은 죽으면 잿더미만 남기고 말았으며, 생포한 동물들에게서 원인을 밝혀내려 해도, 그들에게는 어떠한 병원균의 감염 흔적도 남아있지 않아 결국 열병 및 폭주의 원인을 알아낼 수 없었다.

    미증유의 동물 열병과 그로 인한 동물들의 폭주 이후, 결국 시민들부터 폭주한 동물들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무기를 잡고, 이어서 시민들과 부족에서 파견 온 전사들이 함께 폭주해 시민들 그리고 문명을 위협해 가는 동물들을 진압하기 시작해 결국 폭주한 동물들이 전멸하는 것으로 해당 사태는 일단 강제로 진정되었다. 폭주한 동물들이 전멸한 이후, 더 이상의 동물 폭주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질병의 요인은 그들이 가진 의학적 지식으로는 밝혀낼 수 없었고, 결국 사람들은 마법과 주술에 능한 타 종족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다.

    결국 엘베라 칭해진 종족의 마법사들이 해당 도시를 찾아와 도시의 거리들을 정화하고 감염의 여파에서 살아남은 동물들을 치유해, 그들이 더 이상 위험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나서야 이번 사태는 간신히 막을 내렸다. 이후, 엘베 족 마법사들이 밝혀낸 질병의 사유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 질병은 바이러스성 '존재' 에 의한 감염이 확실하지만, 의학적으로 바이러스를 찾아내거나 할 수는 없는 질병이라는 것이었다.

    이 바이러스는 신체 조직을 감염시키는 것이 아닌 영혼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명확히는 병원균이 아닌 어떤 사념체, 정확히는 원념의 조각이 그 실체라 하였다. 마법사들은 원념과 그로 인한 영혼의 변질을 의학적으로 규명할 수 없었고, 의학계에서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였음은 그것에 기인한 바 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질병의 증상은 특정 동물의 영혼에 파고든 원념이 숙주의 영혼을 변질시키고 그로 인해 영혼이 동화되어 과정이라 하였다. 초기 증상이라 할 수 있는 열병은 원념이 영혼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숙주의 의식이 원념에 저항하면서 그로 인해 영혼이 열병에 시달리고, 그것이 신체에 고스란히 옮겨지면서 생기는 것으로 만약에 영혼이 원념에 저항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증상 없이 영혼이 원념에 동화된다는 것이었다. 숙주의 의식은 원념에 저항하겠지만 그 원념은 수많은 동물들의 의지를 꺾어버릴 정도로 강해서 결국 다수의 동물들은 원념에 굴복하거나 원념의 공격을 견디지 못해 결국 영혼이 불타기 시작한다고 하였다.

    이후의 증상, 말기 증상은 아래와 같다 :
    - 원념에 의해 영혼이 타기 시작한 동물들은 영혼이 완전히 타 버리는 시점에서 하얀 연기를 토해내며, 그 이후, 영혼과 함께 신체마저 하얗게 타 버리면서 하얀 재만 남게 된다.
    - 원념에 굴복한 동물들은 영혼 자체가 원념의 조각과 동화되어 원념과 동일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이 존재들은 죽게 되면 원념이 부서지면서 신체마저 검게 타 버리며 그 자리에는 검은 재만 남는다.

    어느 쪽이든 영혼이 소멸하게 된다는 것은 같다. 원념에 굴복하지 않은 영혼은 마지막으로 타면서 주인의 숨결을 통해 그 잔재가 분출된다. 동물들이 죽어가며 토해내는 하얀 숨결은 원념의 공격에 의해 타 버리고 남은 잔재인 것이다. 원념에 굴복한 영혼은 원념 그 자체가 되어버리며, 영혼의 본질은 그 시점에서 소멸한다. 이 영혼은 육신이 죽은 이후에도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지 못하며 사후 세계가 아닌 원념의 근원으로 돌아가 버린다고 하였다. 원념에 굴복하지 않으면서 영혼이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동물들 사이에서는 안타깝게도 매우 드문 경우라 하였다.

    한편, 이 증상은 인간 및 인격체들에게는 결코 감염되지 않으며, 그와 더불어 이 '질병' 은 과거 어느 행성계의 인류 세상에서도 발현이 된 적이 있으며, 그로 인해 수많은 동물들의 영혼이 감염되고 폭주해 수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하고 도시의 거의 모든 건물들이 파손당하는 끔찍한 재앙이 발생했다고 하였다. 하지만 과거 세상 그리고 현재의 도시를 살아갔던 동물들의 목숨을 빼앗고, 과거 세상 그리고 현재의 도시에  재앙적인 위협을 가한 원념의 조각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리고 왜 이러한 원념의 조각들은 인간의 영혼들을 감염시키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마법사들조차도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하지만 어쨌든, 사태가 진정되면서 더 이상 열병은 발견되지 않았고, 그 세상에서 발생한 동물들의 잔혹사는 그렇게 끝이 났다.

    IV.
    도시의 어느 집에 어떤 어린 고양이가 있었다, 은빛을 띠는 털을 가진 예쁘장한 모습의 고양이. 엄마 고양이에 의해 길 위에 버려진 이후에 사람들이 입양해 온 그 고양이는 집에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영혼을 감염시키는 전염병이 도시를 휩쓸고 지나간 이후, 고양이의 삶은 급격히 변질되어 버렸다. 다행히도 원념의 조각이 영혼에 파고든 이후, 고양이의 영혼은 끝까지 원념의 공격에서 저항했고, 기적적으로 원념에 의해 영혼이 타버리는 사태는 면했지만 기나긴 열병 이후, 고양이의 영혼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해를 입고 말았다.

    그는 길 위에서 태어났지만 사람들에게 거두어진 이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자라났지만, 이 돌이킬 수 없는 질병의 여파로 인해 너무 많은 것들이 왜곡, 변질되고 만 것이었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은 사람을 업신여기는 마음으로,
    사람과 친해지려는 의지는 사람을 지배하려는 의지로,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은 생각은 사람을 굴복시키겠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사람의 모든 것과 놀고 싶어하는 꿈은 사람의 모든 것을 사냥하겠다는 꿈으로.


    그렇게 어린 고양이의 마음은 증오의 사념을 거치면서 뒤틀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고양이의 집 주인 일가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열병에서 회복되고 활기를 되찾아간 그의 모습에서 소중한 가족을 지킬 수 있었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후, 몇 년의 시간이 지났다. 도시의 사람들이 열병에 시달리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열병을 피해 피난가는 사람들도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그러한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고양이는 사람들은 하찮고 나약한 존재라는 확신을 굳히기에 이르렀다. 실은 그 고양이는 고양이는 세상에서 가장 우월하고 강인하고 고귀한 종족이라는 가르침을 어떤 길 고양이로부터 받은 적이 있었다. 그 길 고양이가 어떻게 그러한 가르침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러한 자긍심이 그가 열병을 견디는 원천이 되었고, 열병으로 인해 정신이 비틀린 이후에도 고양이는 그 가르침만큼은 잊지 않고, 고양이는 우월한 종족이라는 믿음을 굳건히 유지해 가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전에 자신이 낳은 자식들이 사람들의 못된 장난질에 의해 죽은 것에 의해 생겨난 사람들에 대한 미움의 감정이 그의 뒤틀린 영혼이 가진 사람을 업신여기는 마음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가고 있었는데, 여기에 뒤이어 발생한 사람들의 열병과 그로 인해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고양이는 사람들은 나약하고 어리석으며, 그런 존재들은 세상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음을 더욱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한 가지 야망을 갖게 되었다.


    고양이들의 세상에서 고양이들만의 강한 나라를 건국하겠다.


    그것이 그의 소망이었다. 그 젊은 암컷 고양이는 고양이들은 그러한 역병 따위에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종족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으며, 그 믿음은 고양이들의 나라, 묘류의 나라는 찬란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결국 카드의 성과도 같은 인류의 나라보다 더욱 강인하고 훌륭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후, 그는 길 고양이인 하얀 고양이 피에르 (Pierre) 등의 도움을 받아 사람의 집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하얀 털의 피에르라 칭해진 그 고양이의 도움을 받아 그가 운용하고 있다는 우주선으로 나아갔다. 하얀 털의 피에르 (Pierre de Crinère Blanche) 라 칭해지는 하얀 고양이는 비록 자신은 길 고양이라 하지만 모종의 계기로 인간과 같은 수준의 지혜와 지식을 갖게 되었으며, 이러한 지식을 기반으로 우주선을 소유해 운용하고 있다고 하였다. 젊은 암컷 고양이는 이러한 피에르의 도움을 받아 우주선에 탑승해 무작정 자신의 고향 행성을 떠나갔다.

    피에르는 언젠가 들은 이야기라면서 행성계들 중 어딘가에 '고양이들의 이상향 (Paradise des Chats)' 이라 칭해지는 고양이들만의 세상이 있음을 젊은 고양이에게 말했다. 그리고 정말 그 고양이들의 나라로 갈 것이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젊은 고양이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 나라를 단순한 고양이들의 이상향이 아닌 어떤 종족의 나라들보다도 더욱 강인하고 나라로, 다른 종족들에게 보란 듯이 굳건한 나라로 만들어 갈 것이라는 자신의 의지를 천명하고 있었다. 그러자 피에르가 말했다.

    "좋다, 그렇다면 자네를 그 나라에 내려주겠다."

    V.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에르는 고양이들의 이상향 혹은 고양이들의 나라가 있다는 어느 행성에 자신의 우주선을 착륙시켰다. 그리고 앞장서서 우주선에서 내려 초지대를 밟으면서 자신의 뒤를 따라 행성의 풀밭을 밟아가는 젊은 고양이에게 "따라 와라." 라고 말했다. 이후, 한 동안 피에르와 젊은 고양이는 풀밭 위를 말 없이 걷기만 했다. 그러다가 고양이들이 세운 것으로 보이는 나무들 그리고 인공물들을 쌓아 만든 것으로 보이는 구조물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피에르는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곁에 이른 젊은 고양이를 조용히 불렀다.

    "내가 자네에게 한 가지 명심하고픈 바가 있다. 그대는 그 나라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나라의 지도자가 되는 것이 소망이라 하였겠지, 지도자가 되는 것이란 나라에 사는 모든 것들의 운명을 짊어지는 삶을 살아가는 것, 나라에 있는 모든 존재들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만인의 어머니와 같은 삶을 살아갈 각오와 결의를 결코 잊지 말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바람이 있다. 그것은...... 고양이라는 종족의 나라를 다른 종족들의 나라보다 강인하고 굳건한 나라로 만들되, 그것이 다른 종족을 업신여기고 내려다보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에르는 말했다.

    "공존은 아름다운 것이지, 비록 그것이 어려운 일이라 하더라도, 모두 다 함께 행복하게 사는 길이란 그것에 있다. 그것을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인간이라는 종족이었어. 인간이 이러한 공존의 시도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야기도 남아있지 않지만 인간이 세상을 지배했던 기나긴 시간 속에서 인간 스스로가 남긴 기록을 통해 알 수 있었어, 인간이 문명을 발전시켜가면서 그로 인해 수많은 종족들이 멸망하고 사라져 버리고 말았지."


    인간은 공존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한 거야.


    또 피에르는 말했다.

    "우리 고양이 종족이 이러한 공존의 시도를 인간보다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회의적이야, 고양이들은 애초에 사냥꾼으로 태어난 종족이고, 자신보다 나약한 종족들을 먹이감으로 삼으며 살아왔었어. 하지만 너는 지혜로운 아이이고, 그 곳의 고양이들도 자기들만의 문명을 구축해가며, 지혜를 쌓아갔겠지, 그들과 함께 하면서 너는 이 고양이란 이름의 종족이 자신들만의 나라를 행복하게 구축하고, 또 타 종족과의 만남 속에서 얼마나 공존을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는 이제 자신은 가야 하겠다고 말하고서 자신은 도움이 필요한 고양이가 있으면 그 곳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젊은 고양이에게 이름을 물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자네의 이름은 무엇인가? 그 이름을 말해다오."

    그러자 젊은 고양이는 고양이들의 나라가 있다는 곳으로 나아가기 전에 자신의 곁을 떠나 우주선으로 돌아가려 하는 그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바스타체 (Bastatché), 그것이 저의 이름입니다."

    바스타체, 그것은 원래 그의 이름이 아니었으며, 그가 사람의 집에 거주할 때에는 다른 이름을 갖고 살아갔을 것이다, 그 이름이 무엇인지는 지금도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사람의 집을 떠나간 이후, 젊은 고양이는 전승을 통해 전해지는 고양이 여신의 이름 '바스테트 (Bastet)' 를 변형시킨 '바스타체' 라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명명하였던 것이다. 피에르도 그 이름의 유래가 무엇인지 그 이름을 듣자마자 알아차리고 그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바스타체라...... 전설 속의 고양이 여신, 바스테트의 이름에서 유래가 되었겠구먼. 그래, 바스테트는 바스트 (Bast), 우바스티 (Ubasti) 혹은 아일루로스 (Aelulos) 라 칭해졌어. 이 여신은 예로부터 사람들이 다산과 모성의 신이라 칭했었다."

    그리고 그는 바스테트라는 이름을 이어받은 이름을 가진 이로서, 그 이름이 가진 의미의 무게를 깨닫고 살아줄 것을 부탁했다, 바스테트라는 이름처럼 자애로운 모성의 상징이 되어줄 것을 부탁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름이 길이길이 자비로운 어머니의 대명사로 남도록 해 줄 것을 이어 부탁하기도 했다.

    이후, 바스타체는 피에르와 서로 엇갈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에르가 자신의 우주선을 하늘 위로 띄워올리기 시작했을 때, 바스타체는 이미 고양이 세상의 경계에 도달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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