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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강릉 여행 : 1. 비 내리는 경포로
    Travel 2020. 7. 5. 23:54



    1. 비 내리는 경포로

     

      격조했습니다. 몇 개월 간 여행기를 쓰거나 하지 않았었네요. 즉, 3 월부터 지금까지 여행이란 여행은 하지 않고, 집 주변만 오가면서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었을 따름이지요.

      그 이유라면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이 두려워지고 있는 시점에서 여행지를 찾아 나서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는 나날들이 줄곧 이어지고 있었고, 저도 이런저런 우려가 생겨서 여행은 선뜻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

     

      그러다가 여름이 되고, 여기저기서 조금씩 여행 정보들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이제 여행을 해도 되겠다, 싶은 생각에 일단 떠나 보기로 했습니다. 여행지는 강원도 강릉으로, 이전에 찾았던 경포, 안목 해변이 목적지이며, 카페에 들어 앉아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여행의 주된 목표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당분간은 이렇게 카페 등지에 머무르며, 일상과는 다른 적적한 시간 보내기가 여행의 목표가 되지 않을까 해요.

     

    * 기본적인 방역 조치를 유지하며 여행을 이어갔습니다.

     

      강릉역을 지나, 도보로 경포 해변까지 나아가는 길. 강릉역에서 큰 길을 따라 별 생각 없이 걸어가기만 해도, 경포, 안목 해변 사이의 어딘가에 도착할 수 있기는 합니다만, 경포 습지와 가시연 자생지, 그리고 경포호를 거쳐 경포 해변으로 나아가는 것이 1 차 목표였기에 길을 조금 우회해서 경포동 쪽으로 길을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강릉역 일대와 경포 해변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기는 합니다만, 걸어서 오래 걸릴만한 곳도 아니고, 도중에 보게 되는 경치가 좋아서 도중에 걸어 나아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도보 여행을 할 때마다 늘 목도하고는 합니다만,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저 혼자만 길을 걷고 있게 됩니다. 여름 강원도 여행을 할 때마다 버스, 기차에는 늘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전부 어디로 나아갔던 것일까요.
      막 강릉역에서 경포로 나아갈 동안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습니다. 전날에는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오후 즈음에는 그친다고 해서 그냥 견디기로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여행하기에는 여름이 가장 좋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도시가 아닌 어디를 가든, 초록색이 가득한 풍경을 볼 수 있거든요. 가는 길마다 초목이 좋은 경치를 보여주니, 여행하는 보람이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강릉하면 역시 순두부. 경포호 부근에는 두부 식당이 몇 있더라고요. 그 중 한 곳을 선택해 순두부 정식을 먹었습니다. 원래 가격은 8000 원이었습니다만, 음료수에 공기밥까지 더해서 11000 원 들였네요. 정식에 공기밥이 포함되지 않는 줄 알고, 공기밥을 하나 더 시켰는데, 정식에 공기밥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그 날 점심에 공기밥을 두 그릇 먹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여기에 사이다 한 병까지 ㅋㅋㅋㅋㅋ
      이토록 식당에서 배 부르게 먹은 것은 김제에서 15000 원 내고, 삼치 구이 정식 먹은 이래로는 오랜만이네요. (그 때에는 그야말로 '배 터지게' 먹었......)

     

      이런 초록빛 가득한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여름 여행의 묘미 중 하나이지요. 하늘이 어떤 색을 띠든 간에 무난한 색의 조화를 만들어 가는 것도 여름 초록색 풍경의 묘미 아니겠나요.
    - 먼 저편에 보이는 건물은 스카이베이 호텔이며, 경포 해변 근처에 이르면 보게 되는 건물들 중 하나입니다.

     

      경포 습지의 한 풍경입니다. 경포 습지를 언제 들렀는지는 이제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만, 처음 경포 습지를 들렀을 때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토록 많은 연꽃들이 화려한 풍경들을 만들어 내고 있을 줄이야. 처음 갔을 때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터라, 너무 놀랐고, 또 감탄도 했었지요. 그래서 경포 해변을 가겠다고 하면 어지간해서는 경포 습지도 들르려 합니다만, 처음에는 연꽃을 보지 못해 다소 실망했더랍니다, 애초에 연꽃을 보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이기도 했지요. (후술하겠습니다만, 연꽃이 아예 피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리 한 곳에 올려진 덩굴손에 피어난 호박꽃입니다. 이 꽃도 호박꽃치고는 이른 시기에 핀 것이겠지요.

     

      경포호에도 연꽃 밭이 아직 있었습니다. 전날 폭우의 영향인지 연꽃 줄기들이 대개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 있더군요. 이전에도 바람에 의해 쓰러졌을 풀들의 모습이 자주 보였는데, 폭우가 심했던 것은 물론이요, 폭우와 함께 바람도 거세게 불었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연꽃을 간만에 여행지에서 보니, 너무나 반갑더라고요, 그간 여름에는 바닷가만 돌아 다녀서 연꽃을 볼 기회가 참 없었는데 말이에요. 비가 내리면서 연잎에 물방울이 맺혀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기도 했었습니다. 비가 오니, 연꽃밭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음은 좋았네요.
      연꽃은 아직 만개할 시기가 아니다 보니, 대다수의 꽃들은 아직 봉오리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많은 꽃들이 피어났고, 나름 화사한 풍경을 보여주고는 있었지요. 한 2 주 즈음 지나고 나면, 연꽃들이 만개한 모습을 충분히 볼 수 있겠지요. (다음 주, 그러니까 7 월 2 주 째에는 내내 비가 와서 곤란할 거예요)

     

    경포호의 풍경. 전날까지 얼마나 비가 내렸는지, 호수가 갈색을 띠고 있더군요. ㄷㄷㄷ 역시 전날에 가지 않기를 잘했습니다.

     

    경포호의 호반에 자리잡은 나리 꽃밭입니다.

     

      그리고 수국 밭. 이 호반의 꽃 색깔은 대체로 분홍색, 붉은색이었고, 간혹 보라색 꽃들이 발견되는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수국은 푸른 꽃이 좋아서 다소의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더랍니다.

      수국은 토양의 재질에 따라 다른 색의 꽃이 피어난다고 알고 있습니다. 산성 토양에서는 파란 꽃이 피고, 염기성 토양에서는 붉은 꽃이 핀다고 하지요. 강릉 일대는 토양의 기반암이 석회암이라 그러한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강릉을 대표하는 커피 공장 이름이 '테라 로사(Terra Rosa)' 였지요, 아마?
    - Terra Rosa 는 이탈리아어 발음을 조금 더 정확히 반영해 보자면 '테라 로자' 즈음 됩니다. 이탈리아어에서 모음 사이의 s 는 z 로 발음되거든요. 이탈리아어 발음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만, s, z 의 발음법에는 나름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s 는 [s ~ z], z 는 [ts ~ dz] 이며, 기본 발음은 무성음입니다만, 특정 조건 하에서는 유성음화합니다. s, z 의 유, 무성음화 법칙이 완전히 대응되는 것도 아님 역시 주의 사항.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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