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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ylphid 4th : Prologue #3
    Sylphid 4th/Prologue 2020. 2. 28. 23:24



    Prologu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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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초에 인간이 있었다.

    이전까지의 동물들이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가진 인간은

    자신만의 것을 가지고,

    동물들이 해내지 못할 것을 해내며,

    동물들이 만들 수 없고, 동물들이 접할 수 없을 영역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인간들을 자신들을 인류라 칭하며,

    스스로의 업적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신들을 행성의 주인이라 여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자신들도 모르게 스스로 자연의 곁을 떠나간 인류는

    자연의 조화를 재현하지는 못했다,

    동물들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동물들이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다고 여기었으나,

    그들은 결국 동물의 본성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인류는 동물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동물들에게 있는 것이 없었고,

    자연은 끝내 인류가 가지지 못한 것을 노리기 시작하여,

    그로 인해 고통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류의 고통이 불러온 절망은

    대지의 모든 문물과 생명을 파멸시키고 말았다.

    그리고 그 파멸의 여파는 영혼의 세계에까지 미쳐,

    천국, 지옥 등이라 칭해지는 세상들마저 무너져,

    의식을 잃은 영혼들이  행성을 뒤덮은 구름 속에 스며들어갔다.

    그러나, 그것이 세상의 끝이 아니었다.

    자연의 힘은 놀랍다,

    모든 것이 멸망한 이후, 그 이후가 없을 것만 같았던 행성계의 상공에서

    영혼들의 무덤이 된 구름이 비를 내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모든 영혼들이 품은 한과 슬픔을 부르짖는 듯한 뇌성과 함께

    눈물과도 같은 빗방울이 대지에 내리고,

    대지에 스며들지 못한 물은 강과 바다가 되고,

    대지에 스며든 물, 그리고 강과 바다는 새로운 생명의 근원이 되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생명이 복원되어 가기 시작했지만,

    어째서인지, 인간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아마도 지하 어딘가에서는 행성이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을 복원해 가고 있음을

    알지 못할 인류의 마지막 후손이 남아 있었겠지만,

    이제 그 모습은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인류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을 뿐인 '대모' 들은

    자신이 가진 바탕을 토대로 인류의 형상만을 모방했을 뿐으로,

    현세의 인격체들은 그 시대의 인간과 모습, 생활 방식의 일부만 비슷한 존재일 따름이다.

    어쩌면, 인류가 자신의 주인이었던 시절로부터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행적을 자연은 계속 기억 속에 남겨두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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