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항목은 스토리 후반 및 결말에 관한 스포일러 정보를 다소 내포하고 있으므로 열람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게임 진행을 하시는 분들께서는 열람을 삼가 주세요, 부탁 드립니다.
6. 결말
6 번째 스테이지가 끝나면, 고양이 소녀가 자리잡고 있는 집의 진실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창문 하나 보이지 않고, 현관문 근처의 구멍만이 보일 뿐인, 어느 빈 집의 작은 소파. 그 소파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조용히 잠들어 있었지요. 그 고양이를 하얀 고양이와 함께 살았을 고양이들이 둘러싸며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CG 에서 그 모습을 보아왔던 하얗고 가녀린 고양이. 이 고양이가 지금껏 플레이어가 보아왔던 고양이 소녀의 정체였지요, 이 게임의 이야기 전개에서 드러난 CG 에서 주인공이 소녀가 아닌 고양이였다는 점이 그 복선이 되었습니다.
6 개의 스테이지는 어떻게든 고양이의 생애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이 그 바탕이 되고 있었지요.
- 첫 스테이지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고양이는 비가 내리고 있을 때에 소녀에 의해 발견되었음을 의미하고 있을 것입니다.
- 두 번째 스테이지는 성탄절의 즐거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 CG 와는 딱히 연관성이 없어 보였습니다만, 그 시절을 통해, 성탄절이라는 큰 명절의 즐거운 풍경을 떠올렸던 것일지도.......
- 네 번째 스테이지에서는 돛단배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고양이의 아이들이 돛단배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지켜본 기억이 배 위에서의 나날을 상기할 수 있는 요소가 되었을까요.
- 다섯 번째 스테이지는 가을날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다섯 번째 CG 역시 가을날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지요.
- 마지막 스테이지에는 흔들 의자가 있었어요. CG 에서도 고양이는 홀로 흔들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스테이지에서 소녀는 일어나지 못하고 잠들어 있었으며, 분위기도 이전 스테이지들에 비해 차분한 편이었지요, 늙으면서 기력이 쇠해갔을 고양이의 모습을 암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6.1. 진실
어느 비오는 날에 소녀에 의해 발견되었던 고양이는 한 동안 소녀에 의해 지극한 보살핌을 받아왔고,
소녀에게 있어서 소중한 반려자가 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녀의 관심이 고양이에게서 살짝 멀어졌을 즈음,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다른 색을 띠는 어린 고양이들과 어울리며, 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소녀의 일가가 떠나면서 고양이를 놓아두고 가게 되었고, 그 이후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었지요.
그럼에도 그 사실을 몰랐을 고양이는 홀로 남은 집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이 고양이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집, 그리고 집에 있었던 즐거운 시간의 추억들이었으며, 꿈을 통해 추억을 되살리며 꿈 속에서나마 즐거움을 되찾기도 하였지요.
이러하였을 고양이가 꿈 속에서나마 소녀의 모습을 가졌던 것은, 어쩌면 자신에게 있어서 은인이었던 소녀에 대한 추억, 그리고 그리움의 감정이 고양이의 마음 속에 사무치도록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일지도 모르지요.
가만 보면, 이 하얀 고양이는 고양이로서도 참 영리한 동물인 것 같아요, 생애의 순간들과 그 순간들이 남긴 추억으로써 꿈을 통해서나마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인간처럼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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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그리고.......
각자 다른 색을 띠는 고양이들. 하얀 고양이와 어울릴 무렵에는 어렸던 이 고양이들도 이제 모두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하얀 고양이를 찾아와 주었지요.
그 이후, 현관문이 열리면서 어떤 소녀가 집을 찾아왔습니다.
분명, 그 당시의 소녀가 틀림 없었으나, 이제 그는 그 당시의 어린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던 것일까요.
대략 7 ~ 10 년 정도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10 년이면 개나 고양이에게 있어서 거의 한 평생이나 다를 바 없는 시간이에요, 개와 고양이 수명이 대체로 10 여 년 정도임을 감안해 보면.
- 시부야의 하치공이 살아왔던 시간이 13 년 정도라고 합니다.
잘 먹고, 잘 보살핌을 받으면 10 년 이상 살 수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워낙 체격이 연약하고, 잘 먹지도 못했을 이 고양이가 그 이상 살 수 있었을는지......
모두 어렸지만, 다시 만났을 때, 소녀는 그 모습이 그래도 남아 있었건만,
고양이는 이미 늙은지 오래였으며, 기력도 쇠한 상태였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자신에게 소중한 인연이었던 모든 이들을 지켜보며 조용히 우는 하얀 고양이.
그리고, 평소 때처럼, 잠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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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추가 모드
그 이후로 고양이 소녀를 대신하여 고양이와 소녀가 함께 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지요. 이제 각 스테이지마다 추가 모드를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어요.
추가 모드에서는 몇 개의 물건들을 주고, 그 물건들 중 하나를 특정 위치에 올려놓기만 하면 됩니다. 기존 스테이지에 비해서는 확실히 쉽지요.
첫 스테이지에서는 호박을 선택해, 대문의 비어있는 좌측 등에 올려놓으면 됩니다. 그러면 선물이 한 곳에 나타나니, 그 선물을 받아가면 클리어. 그 이후로 CG 를 통해 장난감이 하나씩 나타납니다. 그리고 집에 장난감이 하나씩 추가되지요.
추가 모드의 CG 들.
추가 스테이지까지 모두 클리어하면 집의 모든 구성 요소가 추가되는 모습을 보이며, 갤러리(책장의 작은 책)를 통해 그간 얻은 CG 및 엔딩을 다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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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스토리 감상
많은 것들이 떠올랐고, 특히 결말 즈음에는 다소 슬프기도 하였네요.
모종의 이유로 떠나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되었을 반려인에 대한 사무칠 그리움 그리고 기다림에 관해서는 일본에서도 유명한 일화가 있지요.
시부야의 하치 공 일화 - 동물도 사무치는 그리움의 감정을 가질 수 있음을 알린 일화입니다.
소녀가 고양이를 떠나 보낸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집 안에서는 아직 어린 아이였을 따름이었으니. 그래서, 언젠가 다시 떠올랐을 때, 고양이를 다시 찾아가리라 마음을 먹었겠지요,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 시점에서는 이미 늦은 일이 되어버렸을 터.
어린이가 자신의 소중한 인연을 떠나 보내고, 세월이 지난 이후에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는 과정은 Uncle Tom's Cabin 이라는 작품을 연상케 하는 면이 있어요. 소년이 어른이 되어 Uncle Tom 을 다시 만나게 된 시점이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이었다는 점도 그렇고.
인간사도 가만 생각해 보면, 이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만남과 소중한 시간, 그리고 이별과 그 이후로 오래토록 이어질 미망....... 그래서,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인연, 그리고 꿈에 관한 어느 고양이의 이야기이리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CG 에서의 모습을 보며, 잠시나마 고양이가 어린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가, 그 때의 어린 소녀를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을 느꼈으리라 생각했었지요. 어쩌면, 그것이 고양이에게 있어서 영원토록 남을 마지막 기억이 될지도 모른다고 여기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