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iOS / Android - Opus ~ The Day We Found Earth -4-
이 문서는 게임의 결말과 관련된 강력한 스포일러 영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플레이하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가급적이면 문서의 닫힌 부분을 열지 않도록 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스포일러 파트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문서는 스포일러 파트의 후반부입니다.
경고 : 극심한 온도 상승.
긴급 탈출 장치 가동을 개시합니다.
현재 궤적 상의 영향 : 불가피.
전력량 120%.
관측 장치, 보조 인공지능 재가동합니다.
주성 리사의 중력에 이끌려 리사에 접근하면서 태양 에너지를 과잉 공급 받아 우주선은 재가동되고, 그로 인해 에머스도 깨어났습니다. 보조 인공지능도 재활했고요. 깡통맨이라 칭하는 센스는 여전. 아무튼 리사와 너무 근접한 탓에 리사가 그야말로 엄청 크게 보입니다.
리사의 중력장에 빨려 들어갈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던지라 우주선의 탈출은 불가피했고, 이를 위한 엔진의 가동이 준비 완료된 상태. 에머스는 지구를 계속 찾으려 하지만 리사는 시스템의 안위가 우선된다는 판단 하에 이 요청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었지요. 그런 리사에게 에머스는 금방 지구를 찾아낼 것이라 말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에머스가 조금 이상한 소리를 하네요, 나에게는 리사가 있다고 말합니다, 갑자기 무슨 말인지.
제 5 구역의 관측.
제 5 구역이라 칭해진 곳은 실은 블랙홀로서, 이 부근에 지구로 추정되는 행성이 위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호 명칭 : EARTH#9999. 이것이 이 게임의 최종 보스인 것일까요. 이 행성을 찾아보도록 합시다.
게임을 시작하면 이렇게 망원경이 리사에 근접한 모습을 보입니다, 구역 인식이 되지 않는지라 구역의 명칭도 ??? 로 표기되고 있지요, 이후 관측을 이어가다 보면 화면 테두리가 빨갛게 빛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와 더불어 우주선이 계속 흔들리고 있지요, 우주선이 태양의 열과 중력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블랙홀은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발견할 수 없습니다, 가시광선에 의존하는 인간 그리고 로봇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암흑 물질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필터를 사용해 그 위치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이전 제 4 구역의 행성 찾기보다는 쉽습니다. 블랙홀 부근에 천체 하나가 보이네요, 이 천체가 9999 번 신호의 주인공.
행성의 지구와의 유사도는 96%. 게다가 행성은 주성의 제 3 행성이기까지. 거의 완벽한 조건입니다.
기온 16 도에 물 70%, 그리고 반경 6823 킬로미터. 약간 크기는 하지만 거의 지구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지구와는 뭔가 다르게 생기기는 했네요.
블랙홀 부근이라는 상당히 위험한 곳에 있기는 하다만, 지구와 워낙 닮은 모습이다보니 처음에는
먼 미래에 지구가 위치한 태양계가 블랙홀 부근에 위치하게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 - -
경고 : 선체 과열 중. 즉시 탈출하십시오.
에머스 : 96%, 에머스 거의 근접했어. 조금만 더 기다려 줘, 리사!
리사 : 그만 이제는 서둘러야 해, 안 그러면 우리 모두 증발해 버린다고!
그런데 이 로봇이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에머스 : 도와주어서 고마워 리사!
리사 : 뭐, 그게 내 목적이기는 했지, 알아 목적 없는 인공지능은 계산기와 다를 바 없다고. 왜 그래, 에머스?
에머스 : 맞아, 리사!
아마도, 그 옛날의 리사가 했던 그 말을 상기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관측 결과. 원래 주어진 이름은 이러하지 않습니다. 대개는 -el 로 끝나더라고요.
진기한 천체 관측 결과.
특별 개체는 버려진 인공 위성 외에는 발견한 것이 없었습니다, 제가 그 인공 위성에 준 이름은 Ezekiel.
DLC 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개체들입니다, 고양이의 모습을 그린 천체도 있고, 데(삐)스타처럼 생긴 것도 있더랍니다. -_-;
마지막 신호. EARTH#10000.
주어진 정보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LISA 뒤편에 희미한 빛이 보인다는 정황만 보이고 있지요.
주성 뒤쪽의 별을 찾으려면 필터를 이용해야만 합니다.
바로 이 항성계입니다.
필터 없이 보면 이렇게 보여 발견할 수 없지요.
이 행성계는 원래는 그러하지 않겠지만 행성 하나만 관측되고 있습니다.
그 유사도는 무려 99%.
- - -
드디어 찾았다. ㅠㅠ
"행성 지구 위치 확인되었습니다. 데이터 일치 99.98992%."
리사 : 드디어 발견된 건가?
"목표 지정. 거리 계산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리사 : 믿겨지지 않아......
에머스 : 찾았어요! 에머스 찾았어요! 박사님!
"측정된 거리 : 69222 광년. 공간 전이 장치 설정 중입니다."
에머스 : 에머스 찾았어요..... 박사님!
리사 : 결국, 리사의 뒤편에 있었던 거네.
에머스 : 그러면 우리 떠나는 거야......리사?
리사 : 그렇지, 준비됐지?
에머스 : 나는, 그저 단지......
그리고 자신이 어머니라 여기었던 이와 동격으로 간주했던 별을 한 동안 바라보더니
그 별을 등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동안 정들었을 이 항성과의 작별을 고하는 나름의 방식이지요.
에머스 : 리사는 정말 아름다워.
리사 : 누구, 나?
에머스 : 별.
리사 : 아, 그러하시겠지.
"목표 : 지구, 공간 전이까지 60 초 남았습니다."
69222 광년은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거리입니다, 빛의 속도로도 거의 7 만년 가까이 소요되니.
하지만 이 우주선에는 차원 이동 수단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수단을 통해 지구로 바로 나아가려 하는 듯해 보입니다.
에머스 : 리사, 지구에 가면 박사님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리사 : 이 우주선에는 없겠지만 어딘가에는 분명 있으리라 생각해.
"30 초 전."
에머스 : 아니, 나는 그 리사를 말하는 거야.
리사 : 나? 바보 같은 소리 마, 물론 나는 너와 지금까지 함께 있지.
에머스 : 나는 저 항성 리사를 말하는 것이었어.
리사 : 에머스, 우리는 녹아내릴 정도로 너무 가까이에 있어, 이 거리에서조차. 하지만 리사는 100 만 광년 저편에서도 환하게 빛나고 있으리라 생각해.
"20 초 전."
"10 초 전."
에머스 : 그러면 내가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에머스는 늘 리사와 함께할 수 있다는 거네.
"5 초 전."
리사 : 나는 네가 누구를 칭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당연하지!
"1 초 전."
- - -
이후, 우주선은 리사 부근에서 차원 이동을 통해 지구로 나아가려 하면서 리사 항성계에서 그 모습을 감추게 됩니다.
그리고 엔딩......
모든 것이 끝나고 나면 이렇게 성과를 볼 수 있습니다.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행성을 찾았는지를 이를 통해 알 수 있지요.
동영상 목록.
그리고, 게임을 이어가면 이렇게 엔딩을 볼 수 있는 모드로 플레이할 것인지, 아니면 무한 모드로 진행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무한 모드 진행을 하게 되면 우주선이 게임의 제 2 구역 진행을 할 때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상태에서 게임이 시작되며, 이후로는 상황 변화 없이 천체 관측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혹시 엔딩을 본 이후에도 하지 못한 일이 있다면 여기서 진행하면 될 것입니다, 이 성과를 엔딩 이후 기록에 반영하고 싶으시다면 여기서 플레이를 해서 천체들을 찾아낸 이후에 엔딩을 볼 수 있는 통상 모드를 다시 실행하면 됩니다. 다만, 이전까지의 플레이 시간은 반영되지 않으며, 무한 모드 실행 이후의 플레이 시간만을 반영합니다, 총 플레이 시간은 이 둘을 합쳐야 하겠지요.
이제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참 많은 것을 다루고 있는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지구 바깥으로 나아간 인류의 먼 후손이 지구를 다시 찾을 수 있는 가능성부터 모종의 이유로 인해 버려지는 애완 동물 혹은 아이들, 그리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에 결국 소중한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방법까지. 사람은 삶을 이어가다가 언젠가는 죽게 되고, 그 영혼이 다른 존재에 옮겨진다는 생각을 유아적 사고를 가지는 로봇에게 로봇이 아는 방식-가동 여부, 고장, 데이터 전송-으로 설명해 주는 모습은 언제 보더라도...... 그러합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이었네요.
게임 플레이를 하면서 REDDEN 이후로 이렇게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경우는 처음이에요, 어쩌면 REDDEN 이상이었다고나 할까, REDDEN 은 결국 나름 잘 된 이야기가 반 이상이었고, 3 번째 이야기가 다소 그랬지만 결국 자업자득이었던지라 동정의 여지가 없기도 해서....... 그런데 이 게임의 에머스는 슬픈 일이 생겼다고 해서 누구를 딱히 원망하거나 할 수는 없더라고요, 에머스가 버려진 것은 마코토의 탓이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그를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우주선이 리사 항성계에 이른지 400 여년 만에 인류의 문명은 선조의 땅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비록 인류가 직접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오래토록 인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 이 지구는 마치 그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상적인 기후 환경을 보이고 있었지요. 인류가 존재하면서 이런저런 탈이 많았다지만 인류의 문명이 없어지니 이 모든 것들을 원상복구 시킬 수는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후, 에머스가 어떻게 살아가게 될 지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없습니다. 다만, 이에 대해 한 가지 추측하는 바가 있다면 우주선에서 활동하던 이들의 본 목적은 지구에 있는 인류의 유전자를 획득해서 그들의 고향별로 귀환하는 것이었으나, 이 목적을 분명히 알고 있던 이들은 이미 오래 전에 떠났고, 에머스는 리사로부터 지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적만을 배웠던 만큼, 지금껏 관측을 이어갔을 그에게 있어서 지구의 발견만이 유일한 사명이었으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지구에 도착한 이후, 에머스는 지구를 떠나지 않고, 지구라는 별의 모습을 계속 둘러보는 삶을 한 동안 이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에머스를 남겨두고 떠나간 사람들과 그 후손들, 그리고 4, 5 백년 후의 인류는 그 우주선과 우주선에서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다시 지구를 찾기 위한 무모한 여행을 시도하는 이들이 있을까요. 세상에는 별처럼 사람이 많고, 그들 중에는 별난 시도를 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라지만...... 모르는 일입니다.
항성 리사는 태양계로부터 69222 광년의 거리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에머스는 하늘을 바라보면 리사를 볼 수 있다고 말하지만...... (한숨)
제가 기억하는 바로 태양의 절대 등급은 5 등급 남짓이라고 합니다(정확히는 4.8 등급). 32.6 광년 즈음 되는 (10pc) 거리에 태양만한 별이 있으면 그렇게 보인다고요. 리사는 제 생각으로는 태양과 거의 비슷한 크기의 항성이었을 것입니다, 33 광년 즈음 거리를 두는 지점에서도 잘 보일지 여부조차 모호한 별이 7 만 광년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잘 보일 리 없지요, 애당초 우리 은하 직경보다 더 긴 거리 너머에 있는 별이 잘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기도 하고. 하지만 에머스는 어떤 별이 리사인지를 잘 모를 거예요, 어떤 밝게 빛나는 별이 있으면 그 별이 리사이리라 믿고, 그 별을 리사로 여기며 늘 그 별을 보기 위해 밤하늘을 바라보겠지요.
사람이 죽어서 하늘의 별이 된다는 믿음은 오래토록 사람들 사이에서 전승되어 왔지요, 이 로봇 역시 믿음을 전승받은 이들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예, 오푸스 : 우리가 지구를 발견한 날이었습니다.
...... 문득 황순원의 '별' 이 생각나네요.
-THE END-
P.S. 아저씨들 중에는 12000 년만에 지구로 돌아온 소녀들의 이야기가 생각난 분들도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분들께는 400 년이 무슨 대수냐고 여기어질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그들과 이 로봇, 인공지능의 이야기는 조금 격이 다르지는 않겠습니까......
P.S.2.
엔딩을 보고 나면 타이틀 메뉴에 Behind the Scenes 라는 항목이 추가됩니다.
게임 개발에 관한 각종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지요, 시간 되시면 한 번 들어봐 주셔도 괜찮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