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요소가 산재하고 있으니, 만약 이 게임을 진행하시는 분들이라면 열람하는 데에 있어서
주의를 하시기를 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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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말
이 게임의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는 호평을 일단 하기는 했습니다만, 결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심히 엇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도 개인적으로 이 결말에 대해 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았습니다만........
5.1. 제 8 전시관 - 결말
> 그리고 그들은 투명해졌다.
모든 퍼즐 진행을 마치고 나면, 길다란 복도 위로 백색, 흑색 존재들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전쟁과 혼란을 종식시킨 0 번 이슬을 환영하는 이들이었지요.
그리고 0 번 이슬이 이들 곁을 지나가는 순간, 흑색, 백색을 띠는 존재들은 이슬과 닮은 '투명한' 모습을 띠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공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존재들은 평화 시대의 도래와 공존하게 되고, 그와 더불어 흑과 백, 그 어떤 색도 아닌 이슬의 색을 따르게 된 것이었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0 번 이슬을 기다리는 하얀 존재가 이슬의 색을 따르면서 흑백 전쟁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제 모두 끝났습니다, 다시 엘리베이터로 돌아가면 됩니다.
- 이후, 엔딩 감상 이후에 게임을 다시 시작할 시에는 이 시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5.1.a. 그리고......
그렇게 '흑백 전쟁' 은 막을 내리고, 세상 존재들은 명분 없는 전쟁을 종식하고 오래토록 이어진 전쟁과 그 발단이라 할 수 있는 흑과 백의 갈등을 종식시킨 '0 번 이슬' 의 '투명함' 에 감화되어, 그를 따르기로 합니다. 평화 시대인 '이슬 시대' 의 개막이 이루어진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0 번 이슬을 따라, 투명해진 존재들은 자신들을 '이슬' 이라 칭하며, 투쟁과 같은 재해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장소건물 A 내부에 모여, 그 장소를 '성소' 라 칭하며, 그 '성소' 내부에서 공동 생활을 영위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역사를 체험한 18 번 이슬은 석연찮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 그러할 수밖에요, 그렇게 0 번 이슬이 노력해서 얻은 세상은 이슬들이 '교도소' 와도 같은 곳에서 제한적인 삶을 강요받는 등의 '부조리' 라는 어둠을 품고 있었고, 그로 인해 자신의 이웃이 희생되는 광경을 목도하고 말았으니까요. 0 번 이슬이 평화를 위해 이러한 세상을 만들었다면, 왜 '17 번' 과 같은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그것에 대한 의문을 품었을 터.
그 의문을 드러내자마자 검은 이는 바로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바깥 세상에 대해 모른다는 검은 존재의 발언은 거짓이었습니다. 그 거짓말을 하면서 검은 존재는 바깥 세상에 대해 모르는 척을 하면서 '자신이 지켜본 것에 대한 의문을 던질 수 있는가' 에 관한 여부를 지켜보려 하였던 것이지요.
그리고, 세상에는 '명분 없는 전쟁', '이유 없는 싸움' 이란 있을 수 없다는 발언을 하면서 18 번 이슬을 떠나 보냅니다.
- 사실, '흑백 전쟁' 에서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그 명분을 잃어버린 것에 불과할 따름. 그러하니 '이유 없는 싸움' 이 되고 만 것이라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전쟁 후반기에 한하여 '이유 없는 싸움' 이 이어졌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사실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너머의 지하 1 층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철창문 너머로는 갈 수 없고, 아무래도 문 너머로 가야할 듯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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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지하 1 층 - 0 번 이슬
그리하여 이슬이 문으로 진입하려는 순간, 갑자기 어떤 이슬이 안쪽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는 다름 아닌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0 번 이슬이었습니다. 그는 주인공을 보자마자 17 번이 아니라고 말합니다만, 17 번은 이미.......
0 번 이슬을 만난 후, 0 번 이슬은 굳게 닫혀있던 철창문을 열게 됩니다. 여기서 0 번 이슬은 전쟁의 발단이 된 '하얀 존재의 죽음' 에 관한 진실을 털어놓게 됩니다.
5.2.a. 숨겨진 진상
알고 있었습니다.
백색 존재를 죽게 만든 존재는 흑색이 아닌 그 존재의 동족인 백색 존재들.
흑백 전쟁 시대 이전, 세상의 모든 존재는 하얀색이었다고 합니다. 0 번 이슬이 탄생할 시점에서 백색 세계는 '부조리' 가 만연하고 있었지만, '순수한 백색' 이라는 이름 하에 일련의 사회 문제들을 그저 외면하려고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 하얀 존재의 죽음은 그 '부조리' 가 불러온 산물이라고 합니다-하얀 존재는 동족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합니다만, 어떠한 '부조리' 가 동족이 동족을 살해하는 결과로 이어졌는지는 불명입니다-. 이후, 그 사건으로 인해, 이에 몇몇 존재들이 그 하얀 존재를 죽음으로 내몰아버린 세상에 대항하기 위해 상극의 색이라 할 수 있는 '검은색' 으로 물들였으니, 그것이 흑색의 시초였던 것.
이후, 0 번 이슬은 주인공 이슬을 이끌고 밖으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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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지상 - 에필로그
드디어 지상에 이르렀습니다. 창가 너머로 비 내리는 하늘의 모습이 보이네요.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지상의 복도 바닥은 무채색을 띠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분명 투명색이라면 바닥의 색깔들을 반영해야 함이 옳겠지만 이슬들은 여전히 회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사항이 있는데요.
이슬이 '투명한 채로' 투명한 발판을 밟았을 때의 상황입니다. 분명 이슬은 투명한 발판을 밟고 있었고, 따라서 이슬은 회색이 아닌 이 발판을 밟으면 검은 공간을 그대로 투영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만, 정작 이슬은 회색을 띠는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이 투명한 발판을 밟았을 때의 모습이 이 진상에 대한 복선이 되었던 것입니다.
......
그리고 길을 나아가는 도중, 0 번 이슬은 사건의 발단이 된 죽은 백색 존재의 친구에 대한 언급을 행하려 하지요. '흑과 백의 대결' 이라는 미명 하에 잊혀져 버린 그 백색 존재이지요. 제 1 전시관에서 그 모습을 본 적이 있겠지요.
그는 일련의 사태에 대항하려 한 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흑색으로 물들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전에 밝힌 바 있는 흑색 존재들의 진실과도 연관될 수 있는 부분. 이후, 그는 '투명화' 를 거부하고, 지하에서 0 번 이슬을 도와주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문이 보입니다. 이 문을 열면 밖으로 나갈 수 있겠지요.
그리고, 잠시 동안 발언을 이어나간 이후에 0 번 이슬이 주인공 이슬을 떠나 보내는 것을 끝으로, '이슬의 이야기' 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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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스토리 리뷰
이 게임의 이야기는 후세에 '0 번 이슬' 이라 칭해지게 되는 어느 세계의 '혁명가' 와 그가 행하였던 '위대한 사건' 이후의 행적을 다루고 있습니다.
- 태어날 때부터, 그는 흑과 백이라는 기존의 색과는 다른 색을 띠고 있었지요. 이러한 시점에서 그는 '비범한 운명' 을 타고난 존재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운명대로 그는 정말 '위대한 업적' 을 이루어 내는 모습을 보였지요.
그리고, 그 일대기를 통해 '혁명가' 라는 '특별한 존재' 가 가질 수 있는 정의감과 이상, 그리고 퇴색해가는 이상과 그 현실에 대한 고뇌를 다루고 있지요.
인류의 역사에는 세상을 바꾸려 하였던 여러 혁명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혁명을 통해 세상의 변혁이 이루어진 바 있지요. 이러한 혁명들 중에는 '혁명가' 혹은 '선구자' 라 칭해지는 '이상' 을 가진 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들도 있었고, 변혁된 세상 속에서 이들은 '혁명의 아버지(어머니)' 라 칭해지며 존경을 받고는 했었지요.
하지만 이러한 변혁이 혁명가의 이상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렇게 되기에는 현실은 한 사람의 사고로 이해하기에는 참 복잡하고, 그래서 한 사람의 이상이 온전히 현실과 맞기는 어렵겠지요.
또한, 이러한 혁명가의 움직임에는 수많은 추종자들이 따르게 마련입니다만, 이 추종자들 모두가 혁명가와 같은 '고결한 이상' 을 가질 수 있을 리는 없고, 이러한 이들이 혁명가의 사상을 계승한다면서 정작 그 본질을 곡해하거나 잘못 해석해 혁명가 그리고 뜻있는 이들의 소망과는 전혀 다른 혹은 기존의 세상과 크게 다르지도 않은 세상을 만들어 가기도 합니다.
- 때로는, 혁명가 자신부터 타락해버려, 그로 인해 올바르지 못한 세상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혁명가들은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요. - 이 세상의 혁명가는 '새로운 투쟁의 길' 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평화 속에서 안주하기만을 바라게 된 세상 존재들에 실망한 그는 그간 소망해 왔던 평화를 대신하여 '정의' 를 선택하게 되지요.
의미심장한 요소로 여기어질 수 있는 것이, 0 번 이슬은 '변화' 를 거부한 흑색 존재들을 돕고 있었습니다. 이 '흑색' 은 일단 이 세계 내에서는 '백색' 의 반대를 의미합니다만, 현실에서 '흑색' 은 '타락' 을 의미하기도 하거든요(당장에 '흑화' 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해석에 따라, '0 번 이슬' 은 사실 '흑화' 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0 번 이슬은 자신의 '혁명' 에서 대다수의 존재들을 위하는 삶을 선택하지 않으려 할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할 수 있겠지요.
백색이 '구체제' 를 상징하고, '혁명 세력' 에 있어서 '불의' 로 간주되고 있는 세상의 모습을 보며, '러시아 내전(적백 내전)' 이 연상되기도 하더라고요. 그 쪽은 '혁명 세력' 의 상징색이 '적색' 이기는 했습니다만.
5.4.a. 개인적인 발언
사실, 스토리의 진정한 주제는 결말 즈음에 0 번 이슬이 행한 발언을 통해 알 수 있으며, '투명함' 의 의미도 이를 통해 드러나지요.
그런데 이 발언들 중 일부가 위험도에 있어서보통 수준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것에 대해서만큼은 진지하게 언급해 드리고 싶었습니다만, 게임을 리뷰하는 사람이 게임성에 대한 비판은 할 수는 있어도, 창작자의 사상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는 어려운 입장이 아닐까 싶어, 그것만큼은 자제하기로 했습니다.
- 이 게임에 대해 나쁜 추억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음도 그 이유이지요.
이것이 이 게임 스토리의 근본 주제에 대한 언급을 피하게 된 원인임을 밝혀 드립니다.
사실은, 5.3. 부분의 스토리 소개를 위해 스크린샷도 많이 마련했고,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적었습니다만, 상기한 이유로 인하여, 한 시간 생각에 잠겼다가, 한 시간 동안 작성했던 이 부분을 모두 처분해 버렸습니다. 지금 게시된 것은 거의 일부분만 살려놓은 수준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