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Sylphid 4th : 1. La Blua Ŝtormo : 4
    Sylphid 4th/Main Story 2020. 7. 27. 08:45



    항목을 펼치시면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

    - - -

     

    더보기

    Sylphid 4th - 1. La Blua Ŝtormo : 4

      한편, 계속 한 곳에 머무르고 있던 고양이 소녀들이 지루해 하고 있었기에 미라가 아이들과 놀아주게 되고, 클라리스 역시 함께 방파제 길을 거닐어 보고 싶다고 말해서 그로 인해 일행은 클라리스 그리고 리피와 함께 길을 거닐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그에 관해 나에게도 알려 줘, 아무래도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이 아이들과 계속 있어야 할 것 같아."
      이후, 미라는 한 동안 고양이 소녀들과 계속 놀아줄 필요가 있을 것 같고, 그래서 리피가 이야기를 마치고 난 이후에도 리피의 곁으로 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 이후에 리피가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자신에게 그 내용에 대해 알려줄 것을 클라리스에게 부탁하였다. 그리고 나서, 미라는 폐 창고가 위치한 그 일대로 아이들이 뛰어가며 이끄는 대로 나아가며 잠시 일행의 곁을 떠나게 되었다.
      일행이 클라리스 그리고 리피와 동행하게 되면서 리피를 중심으로 오른편-방파제와 가까운 쪽-에 클라리스가, 그리고 왼편에 나와 아네샤가 위치하면서 같이 길을 걷게 되었다. 그렇게 걸음을 이어가기 시작할 무렵, 고양이 소녀들은 나란히 서 있는 폐 창고들 일대를 뛰어다니고 있었으며, 미라가 그런 그들과 함께 뛰고 있었으니, 이를 두고 클라리스는 고양이 소녀들이 창고 일대에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 말했다.
      "특히 모니카가 창고 일대를 참 좋아하더라고요, 숨을 곳이 많아서인지, 창고 문이 열리면 그 안으로 들어가 보기도 하고 그랬대요."
      "무섭지 않았으려나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내가 놀라면서 클라리스에게 묻자, 이 물음에 리피가 클라리스를 대신해서 답했다,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고. 그러면서 리피는 고양이 소녀들이 폐 창고와 같은 버려진 곳을 자주 이용하고, 그 곳의 상자들 속에 숨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보고는 했다고 말하고서,
      "그런 아이들이 간혹 우연히 놀러간 저를 놀래키는 경우도 많았어요, 갑자기 튀어 나오면서."
      "모니카도 한 번 그랬었어요." 그 때, 클라리스가 조용히 웃으면서 리피의 말을 이어가고, 그러면서 고양이들은 어두운 것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고서, 고양이 소녀들도 그러한 고양이들의 특성을 이어받아서 어둠 속에서, 밤중에 열심히 뛰어다니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리피, 이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야지요?"
      "그래야죠." 이후, 클라리스는 리피에게 이전에 이어가던 이야기에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자고 청했고, 그 물음으로써 혹시 현장에서 기사의 목적에 대해 짐작한 바가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러자 리피는 자신은 그저 상공에서 그의 모습을 잠깐 동안만 지켜보기만 했을 뿐이었기에 그의 목적에 대해 감히 가늠해 보거나 하지는 못했다고 답을 하고서, 그에 이어 다만, 흉악한 검을 들고 활주로 위를 조용히 거닐고 있는 모습이 마치 자신의 먹이감이 시야에 들어오는지를 지켜보려 하는 것 같아 보였다고 말했다.
      "맹수가 먹이감이 주변에 있는지 살펴보는 듯이, 그렇죠?"
      "예, 맞아요!" 이후, 그 행동의 특성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내가 건네는 물음에 리피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그 대상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기계들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을 만큼, 사람이라든가 거점으로 다가오는 혹은 거점 내에 있던 생명체들을 노리고 있었을 것이라는 여길 수는 있었다고 말했다.
      "라니아 아주머니께서는 그 일에 대해 어떻게 말씀을 하시던가요."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서 리피는 클라리스에게 라니아는 일행에게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 이야기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는지를 말해줄 것을 묻는 어조로써 부탁하였다, 일행을 만나기 전, 라니아는 그가 전한 바대로 자신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야기를 들어주고 난 이후, 그러한 일이 있었음을 '잘 아는 사람들' -클라리스와 미라였을 것이고, 클라리스 역시 그렇게 여겼다- 에게 바로 전해 주도록 하겠음을 알릴 뿐으로 이야기에 대해 자신에게 뭐라 언급하지는 않았음이 그 이유라고.
    -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당시에는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서 당장에는 어떠한 견해를 펼치거나 할 수는 없었던 것 같았다.

      이에 클라리스가 바로 답했다, 우선 라니아는 루시언 노인을 언급했으며, 그에 대해 먼 바다 저편을 바라보며 '랑슬로' 를 언급하면서 '그니에브흐' 에 대한 미련을 아직 버리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으며, 그리고서 다소 심각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
      "할아버지께서는 먼 바다 저편에서 '랑슬로' 가 '그니에브흐' 의 부활을 위한 사악한 의식을 거행하고 있을 것이며,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니에브흐의 부활을 목적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무참히 희생시키고 있을 것이라 하셨어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라니아 아주머니께서는 모종의 존재에 의해 이용당해서 그런 행위를 자행하고 있을 것이라 말씀하시기도 했지요."
      "그 사악한 기사가 '랑슬로' 라고 생각하시고 계시리라는 것이지요?"
      이후, 리피가 심각해진 목소리로 물음을 건네자, 클라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할 것임이 분명하다고 이어 말했다. 그러면서 라니아는 사건에 대해 '견해' 를 말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의 직감이 틀렸던 적은 없다고 말하고서, 그가 '랑슬로' 인지 여부와 상관 없이 그 사악한 기사에 의한 살인이 그간 자신들이 몰랐던 먼 바다 저편에서 자행되고 있었을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 기사의 칼날에 붉은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도 그 살해 의식과 관련이 있겠지요, 일반적으로 칼날에 붉은 액체가 흘러 내리고 있다면 핏방울을 주로 상상하지 않나요?"
      "그러하겠지요." 이후, 클라리스가 건네는 물음에 리피는 바로 치를 떠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답했고, 이에 클라리스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조용히 그의 오른손을 자신의 왼손으로 잡으며, 어떻게든 자신이 그 곳으로 가서 기사를 혼내주고 다시는 같은 짓을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문이 하나 드는 것이 있었다. 먼 바다에 있다고 하더라도 병기들이 닿기에 그리 오래 걸릴만한 곳은 아니었던 바다 저편의 존재인 이 곳으로 그 수많은 기계 병기들이 도래하지 않았던 것은 그 병기들이 이 곳, 그리고 그 일대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음을 의미했을 텐데, 그렇다면, '랑슬로' 일지도 모르는 기사와 병기들은 대체 어디서 희생자들, 즉 자신들이 가하는 폭력의 제물들을 구하느냐는 것이었다.
      "제가 그 기지로 나아갔을 때, 기지의 중심 구역, 그 가장자리에 원형 마법진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어요. 그 검은 기사가 이용했던 구름과 가까운 방향에 있던 마법진과 같은 문양의 것이었지요. 그 마법진이 어쩌면 그들이 노리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지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와 더불어, 주변 일대에 몇몇 작은 빛들이 흩어져 있어서 그 빛들을 만지면 그 빛으로부터 활주로 주변 일대의 정황에 대해 알 수 있었겠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요, 위험해서 차마 접근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요, 내려가는 순간, 반드시 무슨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였어요."
      이후, 클라리스가 건네는 물음에 리피는 바로 묻는 바대로라는 답을 하였다.

      활주로 곳곳에 흩어진 빛 방울, 그 빛 방울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에도 들어본 바 있었다, 처음 보는 이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를 해 보자면, 특정 시간 대에 들려온 소리들이 기억된 빛으로 특정한 수단을 통해 자신이 기억했던 목소리를 들려준다. 대개는 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도 목소리를 들려주며, 그 이후로는 사라진다. 현장에 있던 술사가 직접 생성하기도 하지만, 대개 이러한 빛 방울들은 그 자리에 있던 사념들이 응집해서 그 당시의 소리들을 담는 형태로 자연적으로 생성된다고 한다. 술사들이 생성한 빛 방울들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빛 방울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재현한 것으로 빛 방울들을 재현하는 술법이 이것저것 있지만, 대다수는 기능만 재현한다는 모양.
      이런 '빛 방울' 들이 어떻게 생성되기 시작했는지, 즉, 그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그저 몇 가지 가설들만 있을 뿐이다. 다만, '빛 방울' 들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설로 특정한 지역에 있었던 사람들의 기억이 '사념' 이란 이름 하에 남아 영기에 의해 실체화되어 '빛 방울' 이라 일컬어지는 하나의 작은 빛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전래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나를 비롯한 내 주변 아이들은 직접 들은 적은 없었고, 나도 인근 마을의 도서관에서 본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그 빛 방울들은 분명 활주로 부근에서 살해당한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을 죽인 이들에 관한 목소리를 품고 있지 않겠느냐고 내가 묻자, 리피도 클라리스도 모두 동의하는 대답을 하였다. 클라리스와 리피 역시 그 빛 방울들이 어떻게 생성되는지에 대한 그 원리에 대한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었으며, 내가 아는 바와 거의 비슷하게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사념들이 만들어낸 빛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들이 어떻게 이 곳으로 왔는지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본래 빛과 접근해서 목소리를 들으려면 그 부근에 계속 머무르고 있을 정도의 여유로운 상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병기들과의 싸움은 필수였을 텐데, 리피에게는 어려운 일이었을 거예요."
      이후, 리피가 빛으로부터 목소리를 듣지 못한 이유에 대해 클라리스가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는 바로, 나는 그러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한 바 있다.
      "그래도 어떻게 그런 빛 방울들이 생겨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리피 씨께서 활주로에서 보셨을 사물들에 대해 터무니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뭔가 추측 같은 것은 할 수 있잖아. 분명 리피 씨도 그렇고, 클라리스, 미라 씨께서도 한 가지씩 추측하시고 계신 바는 있을 거야."
      그 때, 아네샤가 나를 향해 뭔가 추측 같은 것은 가능할 것이라 말하고서, 바로 리피에게 물었다.
      "리피 씨께서는 빛 방울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희생자들이 어떻게 활주로 일대로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짐작하시고 계신 바가 있으신가요?"
      그러자 리피를 대신해 클라리스가 짐작하고 있는 바가 있기는 하다고 말하고서, 다소 터무니없는 추측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들어줄 의향이 있느냐고 나와 아네샤에게 물었다. 이에 나는 들어줄 수 있다고 답했고, 아네샤 역시 그러하자, 클라리스는 바로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전에 비해 가라앉고 어두워진 목소리가 그에게서 들려오고 있었다 :
      "활주로의 이 쪽 방면 출입구에 마법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떠올린 생각이에요. 그 검은 기사와 기계 병기들이 먼 바다 저편에 있는 저희들이 모르는 사이에 무참히 죽여 왔다면 이러한 경우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도시의 동부에 자리잡은 어느 요정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면서 클라리스는 세상에는 은하계의 곳곳에 위치한 미지의 행성들과 행성들에 자리잡은 행성인들의 존재를 인지하는 이들이 있고, 그들 중 일부는 그 행성인들을 모종의 목적 하에 특정한 행성계로 전이시키려 한 적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음을 밝혔다. 이야기에 의하면 이러한 전이는 대개 마법진과 같은 특정한 장치를 통해 이루어지며, 특정 혹은 불특정한 어느 행성의 한 지점에 장치를 마련하고, 해당 장치에 의한 전이의 종착점에 해당되는 장치를 목표 지점에 놓아 두면 사람들이 장치를 통해 목표 지점에 도달하게 되는 원리를 사용하는 것 같다고 하였다.
      세네티아 성계권에서 이렇게 외부 행성인들이 전이를 거쳐서라도 바로 행성계에 들어와야 할 필요가 있다면 이미 잊혀져버린 인류 문명과 기술의 지식을 그들로부터 얻어가는 것이겠지만, 행성인들이 문명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기술이나 지식을 전수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었고, 애초에 행성인들의 문명 수준을 가늠하기도 어려웠던데다가 현 시점에서는 세니티아 성계인들은 이미 나름의 기준과 바탕을 가지고 문명 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굳이 외부의 문명인들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생활하기 위해서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으로 알고 있잖아, 그렇지?"
      "그런 것이지, 1000 년 넘는 시간이 지나갔다고 알고 있어, 그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고 하잖아."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아네샤가 그 이야기에 대해 물음을 건네었고, 이 물음에 나 역시 공감을 드러내며 답했다. 옛 인류 문명인들은 세니티아 일대의 문명을 보고 코웃음을 칠지는 모르겠지만-그들이 그 문명을 통해 이상적인 삶을 일으켰는지는 일단 놓아 두고-, 일단 성계인들은 그들 보란 듯이 나름 문명 생활을 이루고 살아가는 편이고, 외부 문명인들의 도움에 대한 필요성도 굳이 느끼지 않고 있다. 그간 외부의 어떠한 도움 없이 성계권 사람들이 서로 도와가며 스스로 일으킨 문명에 대한 자부심을 느껴서 더 이상 외부인들의 도움을 굳이 얻으려 하지 않는 면도 있다고 알고 있다.

      외부인들의 도움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에서 외부인들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떠한 사람들일까, 그 답에 대해 이야기가 제시한 바에 따르면 세상에는 반드시 올바른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님에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클라리스는 말했다. 올바르지 못한, 타락한 심성을 가진 자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외부 사람들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것으로 그들이 목적 달성을 위해 외부 사람들을 이용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리피 씨께서 발견하셨던 그 원형 마법진은 외부 행성인들이 전이되어 오도록 하기 위한 장치의 일종이라는 것이지요?"
      이후,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클라리스는 그러할 것이라 답했다.

      마법진을 통해 전이해 왔던 이들은 어떤 이들이었는지에 대해 리피는 이러한 추측을 알려 주었다 : 사악한 목적을 가지고 설치되었을 빛나는 마법진을 보고 위험을 느끼며 피하려 한 이들도 있었겠지만, 마법진에 호기심을 느끼고 마법진을 밟았다가 전이된 이들도 있었을 것이고, 마법진에 대한 연구를 행하려다가 전이되어 간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마법진을 통해 다른 세계로 전이할 수 있음을 인지한 이들 중에는 여행을 떠나는 듯이 전이하려 한 이들도 있었을 것이고, 다음 생애를 기약하는 기분으로 다른 세계에 대한 기대감과 꿈을 안고 전이를 시도하는 이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들이 전이되어 온 세상은 당연하게도 그들의 꿈을 아무것도 이루어내지 않으려 하였고, 전이한 이들은 사악한 목적에 의해 희생이 될 뿐이었다, 역시 당연하게도 돌아갈 곳은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마법진을 만든 이들은 그들을 원래 세상으로 돌이킬 생각따위는 하지 않고 있었을 테니.

      "그 추측대로라면, 지금까지 검은 기사와 기계 병기들은 외부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여 죽였다는 것인데......."
      이후, 아네샤가 건네는 말에 클라리스는 정말 그러할지는 요정이 발견했다는 그 하얀 빛 방울들을 확인해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서, 그 빛 방울들은 어지간해서는 없어지지 않는 성질을 가지지만 그래도 가능한 빨리 빛 방울들이 발견됐다는 곳으로 갈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리피 씨, 그 기지로 나아갔을 시점은 언제였나요?"
      "아침 이른 시각이었어요." 이후, 아네샤는 바로 리피에게 언제 그 기지를 찾아 갔었는지를 물었고, 그로부터 바로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서 언제 가든 상관 없다고 말하고서, 날이 어두워지기 전까지는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간 추측한 바가 사실인지 여부는 아직까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가능한 빨리 갈 필요가 있었겠지만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다짜고짜 갈 수는 없는 일이었고-심적으로라도 대비를 하지 않고 무작정 출발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그래서 우선은 대강이라도 좋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아가기로 하고, 아네샤에게 이렇게 청했다.
      "가능한 빨리 그 곳으로 가야 하겠지만, 그래도 마음의 준비는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이에 아네샤는 알겠다고 답하고서, 준비가 됐다 싶으면 자신에게 가자고 말만 하라고 당부했다. 늘 그러하듯이, 자신의 상태보다는 같이 가는 사람들-나를 비롯해-의 마음 가짐이나 상태 등을 우선 바라보는 경향이 그에게 있는 것 같다.
      아네샤는 클라리스에게서 궁금한 사항이 몇 있다고 하여, 잠시 그와 동행하기로 하였고, 그리하여 해안가에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됐다. 이후, 나는 미라 그리고 린나와 모니카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를 보기 위해 해안을 따라 나 있는 방파제 길에서 벗어나 해안가의 폐 창고들 근처로 나아가려 하였다. 미라를 비롯한 이들이 방파제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폐 창고 인근을 벗어나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여기었음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미라와 고양이 소녀들은 폐 창고의 앞쪽 인근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폐 창고 뒤쪽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폐 창고들 사이의 좁은 길목을 지나, 폐 창고의 뒤편으로 나아가, 그 근방, 리에타의 대장간이 위치한 그 건너편 인근의 건물들 사이에 자리잡은 놀이터에 이르렀는데, 그 곳에서 내가 예상한 대로, 미라는 풀밭에 자리잡은 그네 인근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당시, 미라는 낚싯줄을 갖고 있으면서 뛰고 있었는데, 실은 낚싯줄에 매달린 장난감 인형을 린나가 마치 고양이처럼 물고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그로 인해 낚싯줄을 잡은 채로 끌려 다니고 있었던 것이었다. 모니카는 그런 린나의 뒤쪽-미라의 오른쪽- 곁에서 앞장서 달리는 린나를 따라 고양이처럼 뛰어다니고 있었다.
      인형을 물고 있으면서 린나는 무척 신나게 뛰고 있었던 모양으로 어린 아이답지 않게 맹렬히 뛰어다니고 있었으며, 모니카 역시 그런 린나의 기세에 결코 뒤지지 않고 있었다. 내가 뒤쪽에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린나, 모니카는 이러한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는 듯해 보였다.
      그렇게 가만히 요정 소녀와 고양이 소녀 둘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그 때, 나의 우측 곁으로 누군가 날아서 다가왔다, 리피였다. 리피는 공중에 뜬 채로 두 손을 턱에 올리면서 미소를 띠는 채로 나에게 이전까지는 없었던 밝게 목소리를 내었다.
      "무척 즐거운 광경 같지 않아요?"
      "때로는 굉장히 피곤해 보일 수도 있겠는데요, 누군가에게 끌려 다닌다는 것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서......."
      이후, 나는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리피가 건네는 물음에 그처럼 미소를 띠려 하면서 답했다.

      뭔가에 끌려 다니는 경험은 놀이든, 일이든 간에 참 곤란한 경험이다. 언젠가 어느 목장에서 일하다가 어른 염소를 끌고 다니게 되었는데, 그 염소가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는지 여기저기를 내가 줄을 잡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뛰어다니려 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염소의 움직임에 당황해서 그저 끌려 다닌 적이 있었다. 너무도 깜짝 놀라면서 줄을 놓지도 못하면서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염소는 뜀박질을 거듭하다가 지쳐서 달리기를 멈추었고, 그래서 간신히 줄을 놓을 수 있었다.
      어느 때에는 과수원 인근을 기웃거리던 새끼 고양이와 놀다가 고양이가 줄 달린 인형을 낚아채서 도망가려 하던 것을 겨우 뒤쫓아 줄을 잡았지만, 겁박을 해도, 타이르려 해도, 고양이가 자신이 물고 있던 인형을 놓으려 하지 않아 한 동안 고양이가 좋을 대로 인형을 물고 뛰어다니도록 한 적도 있었다. 흥미가 떨어진 고양이가 인형을 놓자, 간신히 인형을 수습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너무나 화가 나서 과수원 인근에서 멀어지는 고양이를 향해 돌을 던졌었다. 이상하게 나만 고양이들과 악연이 많았고, 이를 두고 주변 아이들에게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했었다-아네샤를 비롯해 마을에서 유난히 친한 편에 속하는 세미아(Semia), 리마라(Limara) 도 당연히 포함이었다-.
      아주 어린 시절에 만난, 당시에도 어렸던 그 길 고양이는 이후, 과수원 주인의 품으로 들어갔고, 과수원 주인의 애묘로 살다가 10 여년 즈음 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후, 과수원 주인은 고양이의 후손들을 대를 이어가며 키웠다고 하지만, 과수원 주인이 세월이 지나면서 계속 바뀌면서 이러한 경향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이다.

      "린나, 모니카! 이제 그만해! 누가 찾아온 모양이야!"
      어느새 미라는 뒤편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나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린나, 모니카에게 누가 왔음을 알리자, 린나, 모니카는 바로 알아들었고, 린나 역시 물고 있던 인형을 놓고, 내가 서 있는 방향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미라 언니! 이전에 만난 그 라르나인가하는 그 언니예요!"
      이후, 린나가 미라의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그에게 내가 왔음을 알렸고, 이어서 모니카 역시 한 번 찾아가 보라고 말하면서 그리하여 미라는 린나가 물고 있던 인형을 오른손으로 들고, 그 이후에 내가 서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마치 진짜 고양이처럼 뛰어놀던 린나와 모니카는 다시 일어서서 미라를 따라 걸어 나아가려 하였다.
      "라르나 씨께서 오셨네요, 내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 궁금하셨던 것인가요, 아, 리피도 왔네, 라르나 씨를 따라 나를 찾아온 거니?"
      "그렇다기보다는 미라 님께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알고 싶어서...... 라르나 님께서도 미라 님을 만나시려 하셔서 같은 길을 가게 된 것이에요."
      이에 리피가 그렇게 답했다, 내가 미라를 향해 나아가니, 그런 그를 따라 나아가려 했을 뿐이라는 것. 자신을 만나려 했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미라는 그를 보면서 너무나 기뻐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그를 향해 조금 더 다가가려 하면서 말했다.
      "리피는 성격 상, 클라리스와 조금 더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나도 보고 싶었던 거야?"
      "그럴 줄 알았어, 나의 예쁜 아가씨!!!" 그러더니, 바로 리피를 와락 안으려 하면서 말했다. 그리고 한 동안 그의 오른쪽 볼을 자신의 왼쪽 볼로 부비면서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그런 그를 우측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리피에게서 다시 떨어지는 그를 보며 내가 물었다.
      "너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기에......."
      "그간 리피는 저에게는 편하지 못해서 저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줄만 알고 있었거든요."

      리피는 그 성정 상, 정숙하고 고요한 면모가 있는 요정 소녀로서, 같은 요정 소녀인 클라리스와는 정숙한 인품의 소유자라는 면에서 서로 잘 맞는 면이 있었지만, 활달하고 외향적인 미라와는 성격 상으로 다시 맞지 않아 리피는 미라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고 한다. 물론 클라리스와 미라는 서로 친하고, 같이 무언가를 하는 경우가 많아 클라리스와 친분이 있는 리피는 자연스럽게 미라와 적지 않게 대면하기도 했었지만 개인적으로 서로 만나거나 한 적은 없었다고.
      리피가 개인적으로 만나는 이는 그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는 이와 동경하는 이, 그리고 그와 마음이 잘 맞는 이의 3 명으로 그 중 하나가 클라리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린나의 어머니인 라니아였다. 더욱이 라니아는 이제 어머니가 되어서 그러한지, 보다 차분하고 온화한 인물이 되어서 리피와 어느 정도 맞는 면이 생기기도 했다. 다른 하나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달리 언급한 바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평소에 우러러보고 있던 요정 소녀들 중 한 명일 것이라 예상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일단 미라는 아니었을 것이다.
      리피의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던 미라는 그런 그에 대해 딱히 악감정을 갖고 있거나 하지 않았음이 틀림 없었지만, 같은 친구임에도 클라리스와는 가깝고, 자신과는 계속 거리를 두고 있던 리피의 면모에 대해 다소 서운한 면모가 있기는 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생각(Syanei, Mara) 로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마음(Maym, Khasm) 으로는 마땅할 수 없었던 모양. 그렇게 개인적으로는 서로 만나지 못한 리피가 자신을 만나러 왔다고 말하니, 그로 인해 미라가 유난히 들뜬 마음을 드러낸 것이 아니었을지.

      "앞으로 한 번씩 만나러 와, 잘 해 줄 테니까. 이렇게 아이들과도 잘 놀아줄 수 있잖아, 그러니까."
      이후, 미라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작은 그네에 타고 있으면서 바로 앞에 떠 있던 리피에게 부탁을 하였다. 이러한 모습을 리피의 뒤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리피가 미라를 무서워하는 것은 아닐 텐데, 라고 혼잣말을 하는데, 그 때, 나의 우측으로 모니카가 다가와서 말했다.
      "리피 언니는 미라 언니를 무서워하지는 않아요."
      리피와 미라 모두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모니카의 말이었다. 다만, 미라의 외향적인 행동을 같이 하기가 부담스러웠던 것 같았다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린나가 모니카의 우측 곁으로 다가오더니 이전의 모니카와는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실은,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고요....... 엄마께서 말씀하셨는데요......."
      그러더니, 라니아가 언급한 바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니, 리피를 비롯해 몇몇 요정들이 미라에게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는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고 라니아가 말한 적이 있었음을 밝히고서, 뭔가 다른 이유가 그에게 있음을 밝혔다.
      "그렇다면!? 그 이유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겠어?"
      하지만 이러한 물음에 린나는 아직 말할 수 없다고 답할 뿐이었다.


      고양이 소녀들의 놀이가 끝나고, 학교 근처의 다리-그 곳은 라니아의 집 근방이기도 했다, 다리 우측 근방에 라니아의 집과 집의 텃밭이 있었다-에서 클라리스, 미라와 리피 그리고 나와 아네샤가 다시 만났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햇살은 서쪽 바다의 수평선 쪽으로 움직이기를 거듭해 서쪽 바다의 수평선에 접근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그에 따라 수평선 서쪽 하늘 근방이 그 빛으로 살짝 노랗게 물들려 하고 있었으니,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노란 빛은 점차 붉게 변해가며 서쪽 하늘 가장자리에 붉은 무늬를 그릴 것이었다.
      "클라리스, 바다 구경 잘 하고 왔지?"
      "물론!" 다리에서 서로 만나고서 학교를 등지는 방향에 선 미라가 반대편의 클라리스에게 묻자, 뒷짐을 지며 걷고 있다가 그와 마주하며 섰던 클라리스가 밝게 미소 지으며 화답했다-그 무렵, 나와 아네샤는 텃밭 구경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후, 미라는 클라리스에게 아네샤에 대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물으려 하였고, 이어서 클라리스가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며 그 답으로써 아네샤가 동행하면서 자신에게 보인 면모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려 했다 :
      "아네샤 님께서는 저 그리고 미라에 대해 이것저것 많은 것을 물어 보셨어요, 평소에 어떻게 지내시고, 제가 살고 있는 곳인 이 아와레(Aware), 그리고 이 곳에 사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 부탁하였지요, 저도 아네샤 님 그리고 라르나 님에 대해, 그리고 두 분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해 드리기도 했지요."
      "그랬나요?" 이에 나는 놀라면서 클라리스에게 물었고, 이에 클라리스는 내가 위치한 다리의 우측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그러하였다고 답했다. 그러다가 내가 당황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는지, 클라리스가 나를 보며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라르나 님, 무슨 안 좋은 생각이라도?"
      "별 일은 아니에요. 다만, 아네샤와 단 둘이서 이야기 해야할 사항이라......."
      그러자 나는 급히 웃으면서 화답을 했다. 그 때, 다리 건너편, 미라의 좌측 근방에 모니카와 함께 있던-모니카의 좌측 곁에 있었다- 린나가 의아해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바람의 정령들은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한다고 어머니께 들었다고 말하였음을 밝히고, 미라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잘못 알려진 사항이 있느냐고 묻자, 미라는 환하게 웃으며 린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은 세상에 그렇게 많지는 않아."
      그러면서도 그는 바람의 정령들에 대해 라니아가 거짓말을 못한다 말했음은 거짓말을 하지 않음이 아니라 거짓을 말해도 잘 꾸미지 못해, 금방 드러남을 의미하는 것이었음을 밝히고서, 밝게 목소리를 내면서 린나, 그리고 모니카에게 그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말한 바대로였다. 일찍이 나도 그렇고 아네샤 등도 그렇고, 엘젠(Elzen), 아데시아(Adesia) 를 비롯한 세상 곳곳에 거주하는 바람의 정령들 모두가 다함께 누구를 속이며 살았던 적이 있거나 하지 않았고, 그렇게 할 필요가 있지 않기도 했다. 거짓이 필요 없는 삶이 일상 속에 있다보니, 남을 속일 일이 없고, 그래서 남을 속이려 하면 그 생각이 어린 아이들 역시 알 수 있을 정도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 아닐지.
      하지만 남을 속이지 못한다는 말은 그렇게 기분 나쁠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바람의 정령답다는 생각을 불러오니, 기분 좋은 말이었다. 그래서 린나와 미라의 대화를 들으며, 기분이 좋아 절로 미소를 띠었다. 그 때, 모니카가 그런 나를 보면서 환하게 미소를 띠었고, 이어서 그에게서 미라, 린나를 향해 그 대화를 들으며 기뻐하는 것 같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이후, 미라가 클라리스에게 그간 대장간 건너편 근방에 있던 놀이터에서 고양이 소녀들과 놀아주고 있었으며, 그 무렵에 나 그리고 리피와 만났음을 밝힌 이후에 리피의 요청대로 그 군사 기지로 언제 나아가기로 마음을 정했느냐고 이어서 물음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자 클라리스는 날이 저무려 할 즈음, 저녁 무렵에 가기로 했다고 말하고서, 리피가 군사 기지에 오전, 낮 즈음에 들렀을 때에는 기사가 잠시 시찰을 나갔다가 다시 어딘가로 떠나간 정황을 통해 리피가 머무르고 있었던 오전, 낮 시간에는 정비를 하고, 저녁, 밤 시간에 기사 그리고 병기 무리가 외부인을 받아들여서 죽이려 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클라리스는 저녁에 출발해 저녁 늦을 무렵 혹은 밤이 될 무렵에 기지에 도달해서 외부인을 받아들이는 행위를 저지하기로 했음을 밝히고서, 외부인 소환을 위해 활용되고 있을 마법진을 파괴하겠다고 말했다, 기지의 마법진은 소환 의식의 근원지인 만큼, 그 마법진이 사라지면 외부인을 소환하는 의식도 중지되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굳이 저녁, 밤 시간 중에 기지에 나아가려는 이유가 있나요?"
      "이에 대해서는 클라리스는 이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소환 의식이 막 시작되려 할 즈음, 혹은 의식이 진행되는 도중에 마법진이 파괴되어 소환 의식이 중지되다면 소환 의식 이전에 마법진이 파괴될 때보다도 의식의 주체들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클라리스가 전한 이야기에 대해 아네샤가 묻자, 미라가 클라리스를 대신해서 그의 의도에 대한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무릇, 일이 막 잘 되어가기 직전에 사고로 인해 일을 그르치게 되었을 때의 심리적 충격은 더할나위 없이 크지 않겠어요?"
      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건넨 이후에 바로 클라리스에게 "그렇지, 클라리스?" 라고 묻자, 클라리스 역시 바로 환하게 미소를 띠며 나와 아네샤에게 "그런 것이지요." 라고 말을 건네며, 자신이 미라가 말한 바대로 생각하고 있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렇게 해서 저녁 즈음에 모두 만나 떠나기로 했고, 여기에 아이들도 동의해 주었어요."
      "그 아이들이라면 네가 하는 말이라면 무엇이라도 들어주는 이들이잖아."
      이후, 클라리스가 건넨 말에 미라가 다소 핀잔을 주는 느낌으로 묻기도 했지만 그의 결정에는 바로 응하여, 저녁 즈음에 항구의 방파제에서 서로 만나기로 하자고 클라리스에게 요청했고, 클라리스는 이러한 그의 요청을 들어주었으며, 리피 역시 그 때가 되면 미라가 말한 바대로 방파제로 나아가겠음을 밝혔다. 리피는 학교 뒤쪽 건너편에 있는 나무 집으로 나아가려 하였으며, 그러면서 그는 날이 저물 때까지 잠시 집에서 쉬고 있겠노라고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에게 알렸다. 그러면서 나와 아네샤에게,
      "저의 집으로 와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그 요청에 의해 나는 아네샤와 함께 리피의 나무 집을 향해 나아가게 되었다. 리피는 날갯짓과 함께 비행을 이어가며 자신의 나무 집으로 나아가려 하였고, 이에 나와 아네샤 역시 날갯짓을 하면서 리피를 따라 비행을 이어가기 시작하니, 리피가 자신의 뒤를 따라 나서는 두 바람의 정령들을 향해 학교 뒤쪽 나무의 위쪽에 자리잡은 하나의 집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 집이에요, 학교 뒤쪽의 나무에 자리잡은 나무 집, 이 집이 바로 제가 사는 집이에요!"

      리피의 집은 학교 건너편의 뒤쪽에 자리잡은 거목들 중에서도 학교와 가장 가까운 그 가운데의 거목 위에 위치하고 있는 나무 집으로서, 엘젠에 있는 나와 아네샤의 집과 대략 비슷한 외형을 갖고 있었으며, 내가 아데시아에 살던 시절에 살던 집과 거의 같은 외형을 갖고 있었다. 집은 거목들의 윗 부분들을 나무들을 잇는 나무 길 위에 있었으니, 그 길은 학교 뒤쪽 근방의 거목들을 잇는 하나의 거대한 길을 이루고 있었으며, 그 길 위로 여러 집들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리피의 집은 그 집들 중 하나였다.
      "이 안으로 들어오세요~." 이후, 리피의 들어오라는 밝은 목소리와 함께 현관문의 왼편에 자리잡은 문고리를 열며 그 안으로 들어가니, 그와 함께 집의 내부 구조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리피가 먼저 집으로 들어가고, 뒤에 이어 나, 아네샤가 차례로 열린 현관문을 따라 들어갔다. 아네샤가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리피는 바로 현관문을 향해 나아가서 현관문을 닫았고, 그 이후로 그가 탁자의 창가를 등지는 부분 근처에 모인 나와 아네샤의 건너편으로 다시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리피의 집, 그 내부는 하나의 방, 그 우측에 욕실, 화장실로 이용하는 듯한 우측 방이 딸려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무로 이루어진 침대와 작은 책장-대략 1 메타르 정도 되었으며, 하단에 서랍장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옷장이 문 너머 창가의 좌측 구석, 그리고 좌측 한 곳에 자리잡고 있고, 우측 벽 한 가운데의 문 바로 좌측에는 작은 냉동 창고가 놓여 있으며, 탁자가 공간의 한 가운데에 놓인 집으로서, 나에게는 낯선 구조는 아니었으니, 아데시아에 있던 시절에 살던 집의 구조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음이 그 이유였다. 이런 낯설지 않은 느낌을 주는 집에서 잠시 동안이나마 리피라는 이름의 요정 소녀와 함께 지내게 된 것이었다.

      옷장 안에는 10 여 종류의 옷이 걸려 있었고, 2 층을 이루는 작은 책장의 공간은 책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그것도 모자라 책장 위에도 여러 책들이 쌓여 있었다-, 그 이외에는 적은 물품들만 놓여 있어 집 안의 분위기는 간소(Simplex) 했다-나쁘게 말하면 허전(Vaka) 하다고도 볼 수 있었겠다-. 집에서는 물을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자는 것 이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였으며, 그래서 리피는 집이 아닌 바깥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보였다.
      "리피 씨께서는 집 밖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가운데에 놓인 탁자에 아네샤와 나란히 앉은 후-아네샤가 좌측, 내가 우측에 앉았다-, 내가 집에 대해 리피에게 물음을 건네자, 리피는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주로 주변 일대의 거리나 숲을 오가며, 비가 오거나 해서 바깥 활동이 어려우면 집이 아니라 라니아, 클라리스의 집에서 신세지는 일도 있다는 이야기가 그에게서 나왔다.
      이전에도 들은 바 있지만, 남쪽 해안가 부근에 자리잡은 집에 거주하는 클라리스, 그리고 리피의 집 근처에 있는 학교 건너편의 라니아는 리피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서, 그들과 자주 가까이 지내왔다고 하였으니, 의지할 곳이 있다면 그들의 곁이었을 것이다.
      "클라리스 님께서는, 그리고 라니아 님께서는 마치 따로 사는 여동생처럼, 그리고 조카딸처럼 저를 대해 주시고 계세요. 두 분들로부터 참 많은 것들을 배웠지요."
      그리고서 리피는 나에게 혹시 책장의 모습을 보았느냐고 물었고, 이어서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던 책들 그리고 책장 위에 놓인 책들이 그 증거임을 밝힌 이후에 아와레 그리고 에즈리스의 역사를 비롯해 에즈리스에 전래되고 있는 설화와 시가, 그리고 글 쓰는 방법, 셈하는 방법은 물론, 그림 그리는 방법, 마법 등 역시 그들로부터 배웠다고 말함으로써 그들의 도움에 대한 고마움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클라리스 님께서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셨어요, 뭔가를 배우고 나시면 저에게 바로 가르치려 하셨을 정도였어요."
      그의 말에 의하면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는 아와레와 그 일대의 숲에 사는 어린 요정들에게 글 쓰는 법, 셈하는 법을 가르치고, 에즈리스 일대의 신화나 설화 등을 이야기 해 주기도 했다고 한다. 다만, 리피는 클라리스를 애정하며 따르고 있었기에, 클라리스 역시 요정들 중에서도 그를 무척 아껴, 자신만 알고 있었다는 것 중 일부를 가르치려 했었다는 것.
      이후, 리피는 책장으로 다가가서 그 하단부에 자리잡은 서랍장 중에서 위쪽의 장을 열어 그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보여주려 하였다. 그 장 안에는 이런저런 게임판(Laonpan) 들이 들어 있었다. 샤흐(Shakh, Shatranj) 판은 물론, 쌍륙(Bakgammon, Gammon) 판, 그리고 육각 놀이(Siz'biolbathu) 판 등이 들어 있었으며, 샤흐 판은 판도 그렇고, 말까지 제법 고급스러워서 클라리스가 그에게 좋은 선물을 주려 하였음을 그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여기서 여러분들과 함께 놀이들 중 하나를 즐겨보려 했지만......."
      그리고서 곧 나가야 할 터이니, 놀이는 일을 마치고 나면, 그 이후에 클라리스, 미라 등과 함께 모여서 같이 해 보자고 청했다. 그러자 내 옆에 앉아있던 아네샤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그가 했던 말에 대해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위험한 곳으로 나아가고 있고, 일이 잘 될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을 텐데, 게임은 돌아가면 해 보자고 말할 수 있는 거야?"
      "......." 나는 딱히 뭐라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면서도 한 가지 사항을 떠올리기는 했다. 전투가 이루어지는 등의 위험한 곳으로 나아가게 되면, 마을에서는 그 일 이후의 약속은 하지 않는다. 그 일이 성사될 것인지,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지를 장담할 수 없는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었기에. 바람의 정령들이 대체로 자유 분방하다고 하지만, 몇 가지 규칙에 관해서는 엄격한 편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위험한 일 이후의 약속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하다보니, 리피가 앞으로의 일에 대해 약속하는 것에 대해 놀랄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러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이 약속을 하는 리피의 마음을 흔들어 버릴까, 싶은 걱정에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한 것이었다.
      말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리피는 그 표정 속에서 드러난 나의 걱정을 알아차리고 있었던 모양으로 괜한 말을 한 것 같다고 말하며, 나에게 조심스러워 하고 있음을 드러내며, "죄송해요." 라고 한 마디 말을 건네었다. 이후, 그는 이어서 나와 아네샤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
      "이번 일이 싸움에 관한 것이기는 해요. 하지만 여러분들께서는 잘 해 나아가실 것 같았어요. 게다가 클라리스 님, 미라 님께서도 나아가신다고 하셨어요, 제가 아는 바로는 두 분께서 나서시는 곳마다 퇴치 못하는 짐승이나 유령이 없었대요. 이번 싸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 믿고 있어서......."
      "저도 잘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요......." 이에 아네샤가 환하게 미소를 띠며 말했다. 우선, 그는 언급한 흑기사와 같이 약한 자들을 희생시킬 생각만 하는 이들치고 실속 있는 이들은 없었음을 밝히고서, 그런 자들에게 지는 것만큼 자존심 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언급한 이들에게 결코 지지 않을 수 있는 자신감을 확연히 드러내는 듯, 무척이나 밝았다. 그렇게 자신감을 표출하는 듯이 말을 건네고서, 그는 이어 다시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싸움 이후의 약속에 대해 당황하였던 이유에 대해 말했다.
      "저희가 사는 곳에 있는 바람의 정령들은 싸움 이후의 약속을 함부로 하지 않는 관행이 있거든요, 저희들도 그런 관행을 지키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그러한 일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아네샤가 말했던 것은 내가 생각했던 바, 그대로였다. 그렇게 말을 건네고서, 그는 혹시라도 자신과 나의 행동에 대해 놀랐다면 너무나 미안한 일이라 말하고서, 이러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양해를 해 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후, 리피는 자신에 대해 너무 화 내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라고 말하고서, 일행에게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잠시 동안 나와 아네샤가 앉은 그 건너편 의자에 앉아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더니, 그 이후에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고 말하고서, 나에게 물었다.
      "바람의 정령 분들께서는 저에게 묻고 싶은 바가 있으신가요?"
      그간 리피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것저것 묻고 싶은 바가 생겼던 기억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막상 그에게 질문을 하려 하니, 마땅한 질문 거리를 잘 떠올릴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그의 물음에 그저 머뭇거리기만 하고 있을 그 때, 아네샤가 그런 리피에게 나를 대신해서 이렇게 질문을 하였다.
      "그, 동경하는 사람이라는 분은 어떤 분이시기에 그 분께 대해서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나요?"
      나도 그것에 대해 궁금하기는 했지만, 당장에 리피가 답변을 해 줄 수 있는 질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선뜻 그 질문을 하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직설적인 성품을 가진 아네샤가 대뜸 그 질문부터 해 버린 것이었다. 리피도 그 질문에 선뜻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곧 침착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해 그는 아네샤가 만족할만한 답변은 해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밝혀드릴 수는 없어요, 아직은......."
      그 이후로 리피는 다른 질문은 없느냐고 아네샤에게 물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아네샤가 이전에 물었던 것에 대해서는 그 때에는 더 이상 질문을 해서는 안 되는 듯해 보여서 질문을 하려면 다른 것에 대해 해야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었다.
      "다른 지역을 여행해 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예를 들면 다른 행성계라든지."
      이후, 아네샤는 다른 지역에 가 본 적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리피는 라니아 일가와 함께 에즈리스의 다른 지역으로 가 본 적은 있음을 밝혔다. 라니아는 때로 린과 더불어 모니카를 비롯한 어린 고양이 소녀들과 함께 에즈리스의 여러 바깥 지역들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으며, 때로 자신이 그와 동행하기도 했었음을 밝혔다. 행여 고양이 소녀들 중 한 명이라도 길을 잃게 되었을 때, 그 행방을 하늘의 높은 곳에서 관찰하고 그를 일행의 곁으로 빨리 인도해 줄 수 있는 이가 필요했는데, 그런 역할을 해 줄 사람으로 자신이 자주 그의 부름을 받았다고.
      "라니아 여사님께서는 에즈리스의 초원 일대를 돌아다니며 풀밭에 묻힌 유적들을 주로 탐방하셨고, 그러하시면서 어린 고양이 아이들에게 유적들이 어떤 곳인지를 알려주시기도 하셨지요."
      그가 나아간 곳 중에서 가장 멀리 간 곳은 에즈리스의 중부 지대에 위치한 황야이며, 그 황야 일대에 소금 기둥들이 아무렇게 나열된 유적지가 있었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고대의 수많은 건축물들이 행성이 멸망하면서 그 물질 특성이 변질되어 소금이 되었다고 하며, 그렇게 거대한 소금 기둥들이 생성되면서 일대는 식물이 자라날 수 없는 폐허가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소금 유적지의 전설에 대해 라니아가 알게 된 것은 어린 린나가 동네에서 들려온 소문을 통해서였으며, 딸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 라니아는 그 실체를 자신의 딸, 그리고 그 친구들과 함께 보기 위해 그 먼 곳으로 나아가려 하였다고 한다.

      "라르나, 나, 그리고 너도 그러한 유적지에 관해 들어본 적 있잖아!"
      "무엇을?" 그 때, 아네샤가 무언가 알아차린 바가 있는 듯이, 나에게 무언가 들어본 것 있지 않느냐고 나에게 조용히 물음을 건네려 하였지만, 당시의 나는 그것에 대해 어떠한 기억도 없었던 탓에 아네샤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아네샤가 하는 말에 대해 그저 어리둥절해할 따름이었다. 그러면서 건네는 물음에 아네샤는 나에게 이전에 자신이 들은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바로 알리려 하였다.
      "아르나이 동부(Arnayey Seyeri) 에 '소금 기둥의 땅' 이 있다는 이야기 말야."
      소금 기둥의 땅,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나는 아네샤가 무엇을 말하려 하였는지에 대해 겨우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소금 기둥의 해안(Saltdelbodrï Bardatse), 아르나이(Arnay) 지역의 중심 도시인 아르나이(Arnay, Arnayney) 로부터 동쪽 방향으로 150 여 킬로메타르(Kilometar, Jm'nmetar) 거리를 두고 있는 동부 해안 지대에 자리잡고 있다는 전설적인 유적지로서, 지표면부터 지하까지 염분이 거의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가득해-지반 자체가 암염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설이 있을 정도이다-, 어떠한 식물도 자라날 수 없는 불모의 대지로 알려져 있다. 그 중심에는 호수가 자리잡고 있지만, 그 역시 염호수(Saltmodo) 이며, 살결에 닿으면 지독한 고통을 가한다고 하여 '고통의 호수(Ælymodo)' 라는 이명이 있기도 하다.
      소금 기둥이라 칭해지는 거대한 암염(Saltdola) 들은 한결 같이 고대의 건축물이나 문물들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으며, 그래서 소금 기둥들에 관해서는 라니아가 탐방했다는 그 소금 기둥 유적지와 거의 비슷했다. 이 소금 기둥의 땅에 관해서는 아주 어렸을 적에 엘젠 산맥에도 떠돌던 설화를 통해 들은 바 있었다. 다만, 워낙 오래 전의 일이었고, 그 이후로 그것에 관한 기억을 유지할 겨를이 없어, 기억의 깊은 곳에 묻혀 있다가, 그렇게 아네샤가 예전의 일에 관해 알려주면서 겨우 떠올릴 수 있었다.
      당시에는 이러한 소금 기둥 전설은 알미차의 도시인 파브니드(Favnid) 의 북쪽 방향에 자리잡은 소금 호수 주변의 유적지, 그리고 아르나이 동부의 해안 일부 지역을 비롯해 세니티아에서만 전래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기에, 다른 행성계에서 들려온 이러한 설화는 나에게는 정말 뜻밖의 것이었다.

      "워낙 먼 곳이라 스스로 나아가시기는 힘드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마침 바깥 행성에서 오신 분의 도움을 받아 비행선을 타고 황야 지대로 나아가실 수 있으셨대요."
      에즈리스의 먼 사막 지대에 위치한 소금 기둥들의 유적으로 라니아가 나아간 적이 있으며, 이를 위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바 있다고 말한 이후, 리피는 그 사람에 대해서는 아마도 처음 들어볼 것이라 말하면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간략히나마 소개해 줄 것임을 밝혔다.

      그의 이름은 '예나 다마나티엘(Yena Damanatiel)' 로서, 그의 고향은 베라티사(Beratisa) 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행성이라 그의 이름을 밝힌 이후, 리피는 간단한 가사 도구 및 식량이 있는 비행선 1 대를 보유하고 있어서 비행선을 이용해 여러 행성계를 오가면서 고대의 유적지를 찾아내고, 고대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 자신이 언급한 인물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었다.
      "라니아 님께서는 예나라는 분에 대해 오래 전부터 잘 아시고 계신 듯해 보이셨어요, 들은 바에 의하면 라니아 님께서 아주 젊으셨을 때에 그 분께서는 무척 어린 분이셨고, 그 어린 분을 라니아 님께서 예전에 도와주신 것으로 인연을 맺으신 것 같아 보이셨어요."
      리피도 자세한 사항은 잘 몰라서, 그저 어렸을 때의 인연으로 인해 예나는 그 이후로 줄곧 라니아와 연락을 이어갔으며, 라니아가 가끔 요청을 할 때마다 예나는 그런 요청을 받아들여, 그에게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그 이야기에 의하면 예나라는 인물은 라니아와 오랜 인연인 것은 틀림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그 정도였을 뿐이었고, 그래서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 정도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능력도 있고, 좋으신 분임은 틀림 없어 보였어요, 혹시라도 그 분을 만나실 수 있으시다면 좋은 인연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많은 도움을 주실 수 있을 거예요."
      이후, 그는 그 인물에 대해 무척 좋은 사람이라는 언급을 하면서 그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마쳤다. 그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관계로-그의 고향이라는 베라티사에 대해서는 여러번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는 했다-, 그가 어떠한 인물인지에 관해 바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이름과 더불어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추측은 할 필요가 있었다, 행여 행성계들을 오가는 여행을 하면서 당시의 일행과 마찬가지로 행성 각지를 오가는 여행자인 그와 언젠가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그렇게 하나의 질문 이후, 나와 아네샤는 다소 사소할 수 있는 주제로 이런저런 질문을 이어갔다, 이웃에 사는 요정 아이들과의 관계라든가, 게임판을 가지고 밖으로 나간 적이 있는지 여부, 게임판을 이용해 클라리스, 미라 등과 대결을 펼쳤는지 여부, 그리고 집에서의 일상과 클라리스, 미라의 집에서 보내는 일상 등....... 이러한 사소한 질문들에 리피는 오히려 성실하게 답을 해 주었고, 관련된 일화들 역시 자신이 기억하는 한, 상세히 전해주려 하였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바가 있었으니, 미라는 게임판으로 대결을 펼칠 때마다 클라리스, 그리고 리피에게는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바깥에서 하는 놀이만큼은 다른 이들을 늘 압도해 왔으며, 다소 장난기 어리고, 거친 일면이 있지만, 의외로 춤에 소질이 있어서 정숙한 이들에게 어울릴 법한 우아한 춤에도 아주 능하다는 것, 클라리스는 수많은 학문에 관심이 많고,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알아내 지식이 많아, 마을에서는 가장 많은 것을 아는 사람으로 칭해지기도 하지만, 수학이나 공학 등의 지식은 전무하며, 특히 수학에 관한 설을 누군가가 풀기라도 하면 졸기 시작하는 의외의 모습이 있다는 것 등이 있었다, 실은 정숙한 일면이 강한 클라리스 역시 바깥에서 뛰어다니며 밖에서 활동적인 일을 하는 것을 미라 못지 않게 선호한다는 이야기는 덤이었다.
    -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조차도 기초적인 수학 지식은 나름 있지만, 그들 모두 전문적인 수학 지식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그래서 그들 앞에서는 수학이나 공학 지식에 관해서는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리피가 말했다.

      대체로 고요한 면이 있어 보였던 클라리스에 대해 리피가 미라 못지 않게 뛰어다니고 활동적인 일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처음 들었을 때에는 다소 의외라 여기고 있었기에, 그에 대한 언급을 하자, 리피가 환하게 웃으며 그 생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었다.
      "누구나 그 분의 이러한 일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놀라워 하세요."
      그러면서 그는 클라리스에 대해 정숙한 성정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검술을 익혔고, 어부 일을 했으며, 마을을 지키는 일을 미라 못지 않게 열심히 한 사람임을 밝힌 이후에 그러한 그가 바깥에서의 활동을 선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말하고서, 이러한 말을 덧붙였다 :
      "라니아 님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 어렸을 적 클라리스 님은 미라 님 이상으로 말썽쟁이, 말괄량이였대요, 그러면서 라니아 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하셨어요, 그러하였던 어린 시절의 자신과 마주하면 분명 클라리스 님은 그러한 어린 시절의 자신에 대해 무척 놀라워 할 수도 있다고......"


      이렇게 한참 문답과 더불어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시간을 보낸 이후로 이러한 대화가 끝날 무렵, 리피는 문득 깨달은 바가 있는 듯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 쪽 창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바깥의 풍경을 보면서 시간대가 어느 정도 되었는지를 확인해 보려고 취하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잠시 밖에 나가 있던 리피는 그 이후, 다시 현관문을 열면서 집 안으로 들어갔고, 그 이후로 자신을 향해 돌아서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시간이 다소 모호하게 남았어요, 그리 급한 시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여유롭다고 말할 때도 아닌 것 같아요. 이 짧은 시간 동안 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이왕 나가야 한다면, 미리 나가서 잠시 바닷바람을 즐기시며 있으셨으면 하는 바람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말을 듣고 현관문 부근의 창가를 살펴 보니, 태양이 서쪽 하늘로 나아간 영향이 눈에 띄고 있었다. 저녁 때가 가까워진 것으로 일행이 출발할 때가 저녁 때임을 생각하면 출발해야 할 때로부터 그리 먼 시간은 아니었다. 그래서 떠나기 직전에 바깥 바다를 바라보며 그간의 기분을 정리하고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서 리피의 제안에 좋은 생각이라 답하였다. 이후, 아네샤는 그런 나의 뜻을 따르기로 하면서 나는 아네샤와 함께 리피의 집을 떠나, 다시 남쪽 해안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모처럼 찾아온 집인데, 조금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나가게 되어서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아?"
      "어쩔 수 없잖아." 그렇게 리피와 함께 다시 남쪽 해안가로 걸어 나아가는 동안 나의 오른쪽 곁에서 동행하던 아네샤가 물었고, 이 물음에 내가 그렇게 답했다. 그리고서 발걸음을 남쪽 방향으로 재촉하면서 뒤따라 가게 된 아네샤에게 "어서 가자!" 라고 빨리 남쪽 바닷가로 나아갈 것을 청했다.

      한편, 남쪽 바닷가의 방파제 한 곳, 대장간과 클라리스, 미라의 집과 가까운 한 곳에서는 클라리스, 미라 그리고 대장간에서 처음 만났던 리에타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왼편에 앉은 클라리스의 곁에 몇몇 요정 아이들이 서 있으면서 왼편에 앉아있던 클라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라보고 있으면서 그에게 뭐라 말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하는 말 자체가 일상에서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서 선뜻 알아듣기 어려운 일면이 있었다. 물론 자세히 들어보면 알아들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아직은 멀었다.
      시간이 지나, 남쪽 방파제에 이르고, 그들 곁에 이르렀을 때, 나, 아네샤의 왼편에서 함께 나아가던 리피가 클라리스의 곁에 있던 요정 소녀들을 보더니, 그들을 향해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면서 환하게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크나큰 반가움의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이었다.
      "아! 리지(Rigi, Rijy), 엘피(Elpi), 피다(Pida)!"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러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을 세 요정 소녀들이 그 부름에 호응해, 아이들 중에서 둘이 리피를 향해 오른팔을 높이 들고, 손을 흔들었으며, 그들 중에서 가운데에 있던 아이가 어느새 자신의 곁에 있던 리피에게 다가가려 하였다. 이들 모두 리피에 비해 작은 아이들이어서 그들에 비해 무척 어린 아이들임을 알 수 있었다.
      "리피 언니!" 이후, 리피를 향해 나아가던 이가 바로 그에게 뛰어가서는 그를 와락 안으려 하였다,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을 보는 듯이 자신을 끌어안는 이를 보자마자 리피 역시 그를 안아주려 한 이후에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엘피, 그간 만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왜 그래?"
      엘피라 칭해진 이의 모습, 윗 부분이 하얀 띠로 묶이고, 나머지가 내려간 감색 머리카락, 푸른 눈동자, 다소 붉은 입술 등이 특징인 아이로, 나팔 모양에 주름이 잡힌 치맛단이 무척 짧아 허벅지 대부분이 드러날 정도에 이르고 있었으며, 상의 부분 역시 소매는 물론, 어깨 부분도 없는 하얀 옷차림과 하얀 샌들을 신고 있는 밝은 인상의 소녀였다. 밝은 성격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정숙하면서도 활동적인 면모를 가지는 클라리스와 달리, 완연히 여성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소녀였다. 등에 달린 날개는 하얀 빛을 발하고 있었으니, 이는 금색 빛을 발하는 리피의 날개와 대조되는 일면을 갖고 있었다.
      "리피 언니만 보면 이렇게 끌어안고 싶을 때가 있단 말야!"
      그러자 엘피는 환하게 웃으면서 그 이유를 말했고, 이러한 그가 싫지 않았는지 리피 역시 그러한 그의 행동을 받아주고 있었다. 이후, 리피는 엘피와 동행하고 있으면서 클라리스의 곁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후, 리피는 앉아서 손을 흔들고 있던 남은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뭐하고 있었느냐고 묻고 있었다.
      왼편에 있던 어린 소녀는 적갈색을 띠는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땋고 있는 파란 눈동자를 가진 이로, 갈색을 띠는 소매 짧은 상의와 하얀색을 띠는 짧은 치마 차림을 하고 있었으며, 가죽 샌들을 신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던 어린 소녀는 엘피와 같은 감색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가진 이로 전반적으로 가벼운 느낌의 옷차림을 한 엘피와 달리, 팔목까지 내려가는 소매가 달린 블라우스와 푸른색을 띠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가는 주름진 푸른 치마라는 보다 차분한 느낌의 옷차림을 하고 있어서 엘피와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왼쪽에 있는 이가 리지(Rijy),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이가 피다(Pida) 일 것으로 여기고 있었으니, 엘피와 피다는 자매일 것으로 여기었음이 그 이유. 이후, 그것에 관해 내가 물어보자, 리피는 내가 그간 추측한 바가 맞음을 밝혔다.

      이렇게 엘피와 만난 이후, 리피가 엘피와 함께 리지 그리고 피다의 곁으로 나아가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내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아네샤와 함께 리피를 따라 클라리스의 곁으로 나아가려 하는 그 때, 엘피가 나와 아네샤의 모습을 보면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저 분들은 누구시지요? 어제까지는 보지 못하신 분들이신데."
      "바깥 행성계에서 오신 분이야." 리피가 그 모습을 보면서 답했다. 이후, 그는 나와 아네샤가 어찌하여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의 곁으로 오려 하였는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이어가려 하였다.
      "나 그리고 클라리스 님, 미라 님과 함께 저 먼 바다로 나아가실 분들이셔. 이전에 클라리스 님, 그리고 나로부터 저 머나먼 바다 너머 섬의 살인 악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신 이후로 그 섬으로 나아가겠다고 말씀하셨어. 곧, 클라리스 님 등과 함께 가시게 될 거야."
      "정말인가요?" 이후, 엘피, 피다가 놀라면서 나에 대해 리피가 물음을 건네고, 리피가 그에 대한 답을 하고 있는 동안, 나는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의 바로 뒤쪽 근처로 다가가려 하였고, 이러한 기척을 눈치챘는지, 클라리스, 미라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 클라리스가 그 곳에 있던 이들을 대표해 나를 비롯한 일행을 맞이하려 하였다.
      "마침 잘 오셨어요, 이제 곧 저녁 시간이에요. 그래서 곧 출발할 생각으로 해안가에 모여 있으면서 두 분을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리에타 씨께서는 그렇다면, 두 분을 마중 나오신 것인가요?"
      "그렇다옹, 아무리 그래도 누군가 배웅할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옹?"
      그렇게 리에타가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며 답하고 난 이후, 자리에서 일어나 미라의 뒤에 있으려 하는 그에 대해 클라리스가 말하니, 사실은 일을 마치고 우연히 해안가로 나아가다가 방파제 근처에 머무르던 자신과 미라를 보더니, 다급히 다가가서 무슨 일이냐고 묻고서, 두 사람이 먼 바다 너머로 떠나게 될 것임을 알았다고 한다.
      "그랬으면서 우연히 만나고 나서야 친구들이 멀리 떠나감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체면이 아니어서 그렇게 말해준 것 같아요."
      클라리스는 리에타에 대해 그렇게 말하기는 했어도, 그 어조에 놀리는 느낌은 없었다, 자신이 떠나는 것에 대해 미리 말해주지 않았음에 대한 미안함이 느껴졌음이 그 이유라고. 그리고서 여행을 마치고 나면 리에타와 같이 여기저기 여행을 떠나 보자고 말하기도 했음을 밝혔다.
      "바깥 세상에서 내가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겠다고 말했다옹~ 그래서 애들이 돌아올 때를 기대하게 생겼다옹~."
      그 때, 아네샤가 리에타에게 그들이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걱정은 없느냐고 묻자, 그 물음에 리에타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하고서, 이어서 그들이라면 반드시 무사히 돌아올 것임을 알기에 걱정 같은 것은 해 본 적도 없다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먼 동네에서 틀어 박혀 나오지도 않는 이들인 것 같았다옹~ 그런 별 것도 없는 이들 따위 클라리스 등이 오면 전부 혼날 거라옹~."
      이후, 리에타는 같이 있는 동안 클라리스, 미라로부터 일행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네샤가 클라리스에게 나-라르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고 하며, 아무래도 나에게는 직접 할 수 없는 이야기여서 그랬던 것 같다고 아네샤가 클라리스에게 이야기를 한 일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무슨 이야기가 있었나요?" 클라리스가 아네샤와 같이 있으면서 아네샤로부터 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그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하였고, 그러면서 클라리스에게 무슨 이야기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한 때는 마을에서 이러한 사람으로 유명하셨다고 말하더라고요, 부끄럼쟁이에 마을에서 비명 소리가 가장 큰 아가씨였다고. 그래서 비명 소리가 멀리서도 들려서 멀리서 소리가 들려서 다가오면 라르나 씨의 모습이 보였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아네샤가 저에 대해 우선 말한 바가 그것인가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안 좋았던 점, 그것도 과거의 약점을 우선 말했다는 것 때문이었는데, 아네샤가 누군가에 대해 말할 때, 안 좋은 점부터 우선 말해 버리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사항을 거론할 때에는 숨김이나 포장이 전혀 없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평소에는 인연도 없던 사람에게 평소대로 안 좋았던 점부터 서슴없이 말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그 현장의 근처에 내가 있었다면 낯이 부끄러워져 몸 둘 바를 모르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다음에는 누구보다도 참 요정 같은 아이였다고 라르나 님에 대해 말씀하시더라고요. 활발한 인상을 주는 듯한 옷차림을 하고, 외모를 갖추고 있었으면서도 실제 몸가짐이나 행동은 참 조신해서 이러한 외견에 대해 묘한 느낌이 든 이들도 있었다고 말씀하시기도 하셨어요."
      이후, 아네샤는 그가 평상시 누군가에 대해 말하고 있던 대로 좋지 않았던 점에 이어 좋았던 점을 말하기 시작했다. 나에 대해 딱히 나쁜 점을 말할 거리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는지 금방 좋았던 점으로 화제를 옮겨가게 되었을 것일지도 모른다. 클라리스가 당시에 나에게 전했던 말들을 통해 아네샤가 어렸을 당시의 나에 대한 이야기를 그에게, 그리고 리피에게 전하려 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후, 클라리스는 리피의 모습으로 잠시 시선을 두다가 활짝 웃으려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려 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어렸을 적의 라르나 님은 지금의 리피와 무척 닮은 모습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면서 아네샤 님께 리피의 모습과 어렸을 적 라르나 님의 모습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보기 좋았느냐고 여쭈어 보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아네샤는 어떻게 대답을 했던가요."
      이 물음에 클라리스가 답하기를, 아네샤는 어렸을 적의 내가 리피만큼 예쁘장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리피에게 못지 않은 매력이 그에게 있었다고. 그러자 나는 바로 조용히 미소를 띠면서 그런 아네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한 마디 말을 건네었다 : "아네샤, 그랬었구나."
      아마도 아네샤의 속 마음으로는 어린 시절의 나에 대해 그 당시의 리피보다 훨씬 아름다웠고, 그에게는 없는 매력이 있었다고 여기고 있었겠지만, 너무 드러내놓고 그렇게 말하면 무례가 될 것 같아서 다소 겸손한 답을 했을 것이다.
      마을에서는 어린 시절의 나에 대해 좋은 말들이 많았다, 주로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며, 늘 몸이 달아오르고는 했는데, 늘 내 곁에 있었던 아네샤가 유난했었다. 아네샤는 마을에서 내가 가장 아름다운 소녀일 것이라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그건 그렇고, 미라나 클라리스는 어렸을 적에 그런 이야기 안 들어봤냐옹? 클라리스나 미라 정도면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었을 거라옹~."
      이후, 리에타가 클라리스, 미라에게 어렸을 적에 너무도 아름다운 아이라는 이야기를 듣거나 하지 않았겠느냐고 물었고, 이어서 클라리스나 미라에게는 그러할 자격이 충분히 있었을 것으로 여긴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러한 적은 없었다고 답했다. 여기서 표정을 통해 대답을 하는 느낌이 서로 달랐음을 알 수 있었는데, 의외로 클라리스의 대답에는 정말로 물음에 관한 일이 없었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미라의 대답은 다소 미묘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당장에 어떻게 말할 처지가 아니라서 깊이 언급하려 하지는 않았다.

      이후, 클라리스는 아네샤에 대해 자신과 함께 있으면서 친구인 나와 함께 있으면서 좋았던 일 위주로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음을 밝히고서, 정말 나쁜 일들이 없었느냐고 물었을 때에는 근래에는 정말로 없었다고 답하기도 했음을 밝힌 이후에 아네샤에 대해 나를 두고 정말 좋은 친구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닌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근래에는 아네샤 등과 함께 있으면서 갈등이 있거나 한 적이 없었고, 그래서 자연스레 그가 나에 대해 좋은 말 위주로 언급을 하게 되었을 것이라 여기기도 했다.
      "남은 이야기는 이후에 해야할 것 같아요, 저녁에 출발해서 저녁 늦은 시간에 기지에 도달해야 하는 만큼, 지금 출발해야 늦지 않을 거예요."
      그리하여 서로 간에 남은 할 말들이 많기는 했어도, 일단 그것들에 대한 대화는 일단 미루기로 하고-그 때 이후로 기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해안가 너머의 바다를 향해 한 명씩 비행하는 것으로써 다음 여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먼저 나아가는 역할은 클라리스, 미라가 맡기로 했으며, 리피는 미라의 곁에서 두 사람을 보좌해 주기로 하였고, 나와 아네샤는 그들의 뒤를 따라 출발하되, 그들과 다른 방향에서 군사 기지를 향해 나아갔다가 기지의 한 곳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 Edited by Lysie Singclair